‘하이리스크 하이리턴’으로 대변되는 제약산업에서 리크스는 더욱 커지고, 리턴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R&D 비용의 증가와 높아진 신약 허가심사 기준, 그리고 낮은 시장성공률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위험은 신약 개발의 효율성 증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AI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헬스케어 정보기업 Deep Knowledge Analytics는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를 바탕으로 1편에서는 제약업계에 닥친 어려움을 살펴보고, 2편에서는 글로벌 제약사와 AI업체의 협력 현황을 알아본다. 3편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국내상황을 조명하고, 한계를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높아진 신약개발 리스크는 큰 고민을 안겨줬고, 글로벌 제약사들은 AI 등 4차산업혁명기술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GSK∙MSD∙화이자∙바이엘 등 빅파마는 신약후보물질 발굴 등의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국내 제약계에서도 확인됐다.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 한미약품 등이 동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환경은 첨단기술 활용에 용이하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부족이 큰 원인이었고, AI 활용에 대한 동기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왔다.
◇ 대웅제약∙JW중외제약∙한미약품, AI신약 개발에 적극
대웅제약은 AI신약 개발과 관련,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먼저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대웅제약은 신약개발 관련 데이터 가공과 후보물질의 실험분석을 진행하고, UNIST는 데이터 분석 알고리즘과 AI기술개발에 나선다.
네이버와 합작으로 빅데이터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다나아데이터’는 보건의료 분야 빅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처리 등을 주요사업으로 진행한다. 대웅제약 김양석 헬스케어인공지능사업부장이 대표를 맡았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은 분당서울대병원과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연구개발을 위한 MOU를 맺었다.
JW중외제약은 국내 AI신약개발업체 ‘신테카바이오’와 협력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신테카바이오가 보유한 ‘개인 유전체 맵 플랫폼(PMAP)’의 약물 반응성 예측기술을 바이오마커 발굴에 활용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JW중외제약 외 CJ헬스케어, 유한양행과도 AI 기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메디데이터’의 ‘엣지 센트럴 모니터링’을 도입하며,
임상시험의 효율성과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있다. 메디데이터는 미국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
기반 임상시험 솔루션 업체다.
일동제약은 AI 활성 예측 모델을 보유한 '심플렉스'를 신약개발 파트너로 선택했다. 휴온스는 국내 AI기반 신약개발기업
‘닥터노아바이오텍’과 협업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경우 AI기반 `약물설계 플랫폼`을 개발했다. 지난 20여년간 축적된 중추신경계 연구 데이터와 AI기술이 결합된 성과물이다. 이 플랫폼은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기여할 예정이다.
국내 제약계를 대표하는 단체도 이런 흐름에 대처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신약개발지원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제약기업 등에 AI 관련지식을 공유하고 교육을 지원한다. 성공사례와 정보를 공유하는
공익적 구심점 역할이 기대된다.
◇ 정부도 인정한
AI 능력..현장에서는 인력부족, 동기부여 결여
정부도 지원의사를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인공지능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을 발표했다. 2021년까지 3년간 총 258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AI 플랫폼은 신약개발 기간을 최대 8년까지
단축시킬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제약계 선도국가를 따라잡기 위해선 첨단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제약계가 AI 등 4차산업혁명기술
활용에 겪는 어려움은 무엇일까. 먼저 인력 부족이 지목됐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한국은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려고
해도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규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제약 분야 지식도 접목한 인력을 찾기란 쉽지
않다”며 “미국∙중국
등은 데이터 관련 인재양성에 힘쓰고 있다. 우리도 정부 주도로 인재를 길러야 한다”고 피력했다.
인공지능신약개발센터 주철휘 부센터장은 “해외에서도 같은 고민이 있다. AI를 배운 사람에게 제약업계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다”며 “정부가 학생들에게 신약개발분야에 대한 매력을 심어줘야 한다. 양질의
데이터를 제공해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계에서는 규제 선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국가적 정책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김태순 신테카바이오 대표는 “한국은 빅데이터 축적과 관련, 굉장히
좋은 환경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를 AI로 잘 활용한다면 국내제약사들도 글로벌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정부가 규제를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AI∙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약개발에 나설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정책이 산업을 이끄는 효과는 미국에서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3년 정밀의료 기반 희귀의약품 등의 신속허가와 약가 프리미엄을
보장하기로 했다. 반응은 2016년 나타났다. 미국 허가신청 약물 중 정밀의료 기반 제품은 급격히 늘어났고, 항암제의
비율은 50%까지 증가했다.
김 대표는 특정 유전자에 특허를 걸어주는 방안도 언급했다. AI 기반
정밀의료 활성화와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의욕을 동시에 고취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및 규제도 요구됐다. 일관성이 없다면 제약사는 최대 3조원과 13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에 모험을 걸지 않을 것이라고 김
대표는 부연했다.
일동제약 권진선 책임연구원은 “AI 및 빅데이터 활용이 증가하는 국가들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며 “중국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은 처우 개선을 통해 AI관련
전문가들의 회항을 돕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와 함께 권 연구원은 “현재 AI신약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부처가 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이들이
하나의 테두리 안에서 중심을 가지고 지원책을 마련해야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웅제약 김양석 사업부장은 “병원이 보유 중인 의료정보를 보다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내병원은 양질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지만, 제도적 정비나 이익집단간 갈등으로 접근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낮은 기술력과 제한된 데이터 생산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상호 바이오PD는 “한국은 4차 산업기술 선도국 대비 빅데이터 수집∙저장∙관리 능력은 70%, 데이터 보안은 50%, 데이터 분석 능력은 3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국내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탈모∙혈압∙혈당 등 12개 항목에 한정돼 다양한 데이터 생산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