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분야에 종사하는 여러 직역들이 의료법에서 독립하려는 모습이 점차 늘고 있다. 이들은 현행법상 의사만 사용가능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거나 단독영업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최근까지의 흐름을 살펴보고 향후 정세를 전망한다. [편집자주]
◆한의사·안경사·물리치료사·간호사·문신사 등 요구조건은?
한의계는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한의학의 과학화와 세계화, 국민편리성을 위해 당연한 권리라는 입장이다.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면 한의진료의 효과도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경사들은 시력검사 시 타각적 굴절검사기의 사용을 요구한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호주, 독일,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을 허용하는 점을 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물리치료사들은 물리치료사의 단독 개업 허가를 위해 목소리를 높인다. 물리치료사의 고용 안정과 환자에게 양질의 물리치료 제공, 물리치료 기술의 발전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간호계 역시 단독 영업권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사 직역에 대해서만 영업권이 제한되고 있는 점은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논리이다. 고령화 사회에 맞춰 한국형 홈케어 모델을 발전시키려면 간호원 또는 간호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신사는 불법 의료행위인 문신의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위법으로 보고 처벌하고 있다. 문신사들은 일정한 의료 지식을 이수하면 시술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는 주장이다.
◆현재까지 법 개정은 0건, 의료계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의료계의 대응을 살펴보면 우선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 해결을 위해 의협과 한의협 등이 참여하는 의료현안 협의체를 구성해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 논의를 지난 9월부터 진행했음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는 것은 의협이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 불거진 의료일원화 논란은 지나쳤다는 지적도 있다.
안경사와 문신사 제정법은 지난 정기국회에 상정됐지만 의협은 복지위에 반대 의견을 제출했고, 국제의료사업지원법·전공의특별법 등에 밀려 한 차례 심의조차 하지 못했다.
다만 복지위는 이들 제정법이 각계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조만간 공청회 등을 통해 의사와 안경사, 문신사 등의 입장을 들어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12월 임시국회서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물리치료사와 간호사의 단독 영업권 문제는 당장 이슈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신임 물리치료사협회장으로 당선된 이태식 회장은 후보시절 ‘물리치료 독립방안연구-개설관련 의료기사법 일부개정안 입법추진’을 공약한 바 있지만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간호사 영엽권의 경우도 간협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점차 고령화에 따라 필요성이 제기될 것이라 보고 장기적으로 접근할 생각이지 당장 의료계와 분쟁을 일으키는 방식은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결과만 보면 의료계가 막아낸 모양새이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도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업무영역 침범을 공성전에 비유하자면 수성측은 10번 잘 막아도 1번 막지 못하면 패하는 것이지만 공성측은 계속 져도 한 번만 성공하면 승리한 전쟁이다”라며 “제정법 심의는 19대 국회가 얼마 남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의원들과 각 직역간 역학관계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료계가 힘을 모아야 할때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