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법이 지난 11월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올라갔다. 안경사법에 대한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대한안경사협회와 대한안과의사회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다. / 안경사협회는 지난 11월5일 국회 정론관에서 안경사법 제정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1월12일에는 국회 정론관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대한의료기사단체협회의가 안경사법 제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앞서 대한안과의사회와 대한안과학회는 지난 11월3일 대한의사협회 프레스룸에서 안경사법 제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서 11월12일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안경사법 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안경사협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안경사에 관한 규정을 따로 떼어 내 ‘안경사법’을 제정하기를 바라고 있다. 1973년 2월16일 의료기사법(현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에는 의료기사만 규정했다. 그런데 1988년 11월28일 의료기사법 개정 때 의무기록사와 안경사가 포함됐다. 이후 2014년 4월17일 노영민 의원이 안경사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 최근 안경사협회는 독립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안경사법 제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안과의사회는 안경사법을 제정하면 향후 모든 보건의료 체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할 것 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안경사협회는 안경사법 제정의 명분으로 안경사는 의료기사와 다른 안경사만의 업무특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안경사협회 김영필 회장은 “안경사는 의사의 지도아래 업무를 수행하는 의료기사와 달리, 안경사만이 개설할 수 있는 안경업소에서 독립적으로 시력검사, 안경의 조제 및 판매, 콘택트렌즈의 판매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은 독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안경사의 업무적 특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경사법 제정은 △안경사의 독립적 업무수행 특성 반영 △안경사제도의 정비 및 자율적 발전 △안경산업의 발전 △국민의 눈 건강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경사협회가 안경사법 제정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타각적 굴절검사기’를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복지위에 상정된 ‘안경사법’ 제3조(업무범위 등) 제1항 나목, 다목에서 타각적 굴절검사기를 안경사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목은 자각적(自覺的) 굴절검사, 나목은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他覺的) 굴절검사, 다목은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가 거의 없거나 낮은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타각적 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를 규정하고 있다.
안경사협회 유승은 부회장은 “최근에 한의사들이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료행위를 한 것이 한의사에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헌재 판결이 나면서, 더욱 논쟁이 뜨거웠다. 한의사들은 사용할 수 있는데 안경광학을 전문적으로 배운 안경사들은 법적 규제에 묶여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주장했다.
◆의료계 반대는 보건의료 체계의 무질서 사전방지 위한 것
반면 대한안과의사회는 안경사법 제정은 향후 모든 보건의료 체계의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 하고 있다.
안과의사회 이재범 회장은 “안경사 단독법 제정은 현행 의료인력을 규율하는 법체계에 균열을 가하는 것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규율에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종국적으로는 국민의 눈 건강과 보건에 위해를 가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은 안경사만이 아닌 물리치료사 등 의료기사들까지 단독법 제정을 하려는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의료기사 중 물리치료사들도 단독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전범수 회장은 지난 11월1일 대전 우송대학교 강당에서 열린 56차 종합학술대회에서 “의료기사법에 묶여있는 물리치료사의 현실을 개선하고, 발전으로 이끌 대안으로 ‘물리치료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10월13일 일산 KINTEX에서 개최된 ‘협회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이은 2차 공개 천명이다.
또 안과의사회는 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기 사용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단정했다.
이재범 회장은 “정상적인 눈의 안경처방은 대부분 자동굴절검사기에 의한 검사로 가능하다. 현재의 법테두리 내에서도 안경사들이 안경을 조제 판매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범 회장은 “하지만 눈의 질환이 있는 경우 특히 초기의 눈 질환은 타각적 굴절검사를 포함하여 산동검사, 안과검사 장비를 이용한 검사, 전신검사 등을 시행하는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타각적 굴절검사기인 검영기(retinoscope)는 단순히 굴절이상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백내장, 녹내장, 황반변성, 망막박리 등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질병을 포함한 다양한 안과 질병의 유무를 일차적으로 함께 알아보는 검사라는 것이다.
◆ 국회 검토보고서는 안경사법 제정에 ‘부정적’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검토보고서를 통해 안경사법 제정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독립적 업무 수행 부분과 관련, 치과기공사도 독립적 업무수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한다는 것이다.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안경사가 의료기사와 달리 의사의 지도 및 감독 없이 안경원을 개업하고, 시력검사 및 안경․콘택트렌즈 판매 업무 등을 수행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치과기공사도 치과기공소 개업을 포함한 독립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함께 규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의료법에서 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한의사․간호조무사 등 각 독립적인 여러 직종을 함께 규율하고 있고, 약사법에서도 약사·한약사·수의사 관련사항을 함께 규율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안경사법안에서는 ‘타각적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내용 이외에 현행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내용과 거의 유사하여 개별법으로서의 특이성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타각적 굴절검사기의 안경사 사용 허용 여부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김승기 수석전문위원은 “보건의료 관련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다양한 의료기기가 출현하기 때문에 직역간 업무조정 및 행정규율의 내용이 구체화될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보건의료 관련 각 직역이 전문화되고 직무 내용 또한 세분화 되고 있는 부분을 법이 아니더라도 행정지도 등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