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건 소송에 대한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의사협회가 비참한 심정을 토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회장 경만호)는 서울행정법원이 최선의 치료를 위한 의학적 불가피성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협은 이번 판결로 인해 크게 실망하는 한편 이로 인한 엄청난 파장을 우려했다.
의협은 “세상에 그 무엇보다 귀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도 오히려 의사들이 마치 범법자처럼 취급받는 현실이 너무나도 비참하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라고 성토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에서 “요양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하거나 벗어나 공단에게 청구할 수 없는 비용을 환자 측에 부담시켜서는 안 되고, 그 치료행위가 위독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고 해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같은 판단에 대해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위독한 생명을 구하는 치료에 있어서도 의사는 반드시 요양급여기준에 따라서만 치료하라는 것이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의협은 “결국 지금 이후부터 대한민국 의사들은 의학교과서가 아니라 요양급여의 기준에 의해서만 환자를 치료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단지 건강보험 재정 형편에 따라 정해진 요양급여기준이 환자 치료에 있어 의학적 기준을 대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고 비통함을 나타냈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은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반면 건강보험법은 건강보험재정 하의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의료서비스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어 의사는 교도소 담벼락 사이에 낀 잠재적인 범죄자 신세라는 것.
즉, 의사는 의료법을 따르면 건강보험법을 어기게 되고, 건강보험법을 따르면 의료법을 어기게 돼 무엇을 따르든지 범법자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의협은 “향후 대한민국 의사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환자 진료에 임하라는 것인가”라며 “지난해 8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원외처방약제비 소송에서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해 처방전을 발급해도 공단이 약제비를 징수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는 의학적 판단이 건강보험 요양급여기준에 우선함을 판결한 것으로 이번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판결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이 차이를 누가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의협은 임의비급여 문제는 국가가 한정된 건강보험재정으로 전 국민에게 혜택을 주려다보니 보험대상이 제한되거나 범위가 축소, 불가피하게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급여기준을 초과해 최선의 진료를 행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협은 “그런데 그것이 과다청구가 되고, 더 나아가 불법행위인 양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그동안 환자의 건강만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온 10만 의사들은 비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성모병원 측이 항소를 통해 의사로서의 양심과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려는 노력에 대해서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의사협회는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구함과 동시에 정부는 하루속히 의학적 기준에 부합하는 요양급여기준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며 “불가피한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는 제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기를 촉구한다. 아울러 우리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국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이러한 노력들이 끝내 수포로 돌아간다면 앞으로 의사들은 의학적 기준보다 요양급여기준에 의해 진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엄숙히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