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산전진찰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는 첫 날이다. 우려와는 달리 산부인과들의 참여율이 매우 높아 제도 시행에는 큰 차질이 없어보인다.
당초 바우처 제도는 산부인과의사들과의 마찰을 가져와 제도 시행자체가 불투명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았다. 문제는 산부인과의 비급여 진료비 공개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14일 현재 전국 1730개 의료기관이 신청을 마친 상태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다른 곳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카드발급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은행이다. 문제의 요지는 이렇다. 최근 한 임신부에 따르면 카드신청을 위해 은행을 방문, 남편의 직업을 묻더라는 것이다. 즉, 남편의 직업에 따라 임신 확인서 등과 관계없이 카드신청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어느지점에서 이런일이 발생했는지는 모르나 직업이 없는 남편을 둔 임신부나 미혼모는 카드신청을 받지 않거나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은행은 마치 이번을 기회로 삼을 작정에서 인지 바우처 카드가 아닌 자신들의 카드발급을 요구하는 등의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잖게 들려오고 있다. 마치 이번을 기회삼아 한몫 단단히 챙길 모양새로 덤벼드는 꼴이다.
건보공단 역시 문제이다. 공단의 지사에서는 바우처 제도 시행과 관련한 문의에 직원이 모르고 있는 일도 있단다. 정작 반발하던 의사들은 속살을 훤히 내보이며 참여하고, 시행 기관은 업무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니 과연 제도 시행이 올바르게 이루어질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제도를 시행하는 복지부나 건보공단은 과연 이 같은 괴기한 이야기를 들어는 봤는지 궁금하다. 카드신청은 은행에서 받는 것이고 우리는 제도를 시행할 뿐이라며 강가에 불구경하듯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요즘, 모 개그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의 말이 유행이다. “난~ 했을 뿐이고!”라는 유행어다. 이 말에 빗대어 보면 복지부나 공단의 해명은 이렇지 않을까? “우리는 바우처 제도로 임신부들을 도우려 했을 뿐이고, 직접 점검하려 했으나 인원이 적었을 뿐이고~.”
제도를 시행하는 첫날부터 복지부의 이 같은 해명이 과연 약발이나 먹힐지는 의문이다. 늘 같은 해명이니 당연히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을 챙길 때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