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과의사회가 만성질환관리 환자 수 급감과 방문진료·비대면진료
제도의 혼선을 지적하며, 일차의료 기반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차원의 제도개선과 재정지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경직된 제도 운영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점도 짚었다.
서울시내과의사회(회장 곽경근)가
22일 제29회 정기총회 및 학술대회를 롯데호텔 서울에서
개최한 가운데, 이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가 같은 날 열렸다.
곽경근 서울시내과의사회 회장은 “과거에는 등록 환자가 약 70만명에 달했고 참여 의원도 상당히 많았는데, 현재 등록 환자는 18만 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며 “가장 큰 원인은 본인 부담금 증가로 파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 회장은 이어 “당시 제도 기획 시에는 건강생활실천 지원금이 충분히
보상될 수 있을 거라 판단했지만, 제도가 너무 경직돼 있었다”고
지적하며 현재 보건복지부와 제도 개선을 위한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건강생활실천 지원금 수혜가 18%로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향후 건강생활 실천 지원을 활성화하면 많은 회원들과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진료와 관련한 논의도 이어졌다. 의협 재택의료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하상철 수석부회장은 “그동안 내부 논의를 주로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학회와의 공동 세미나 개최 등 외연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문진료의 주요 장애요소로는 △환자 분배 문제 △방문 수가의 낮음 △간호조무사 동반 시 수가 부재 등을 꼽았다.
하 부회장은 “환자가 있어도 의사들에게 의뢰가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환자 분배는 지역 의사회 중심의 방문진료센터에서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운영 인력 고용에 필요한 재정이 부족하다”며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전주시의사회의 운영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하 수석부회장은 “전주시의사회의 경우 정부에서 재정을 지원을 받아 방문진료센터를 잘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의사회가 환자 분배를 담당하고, 방문진료를 담당한 의사가
판단해 연계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하는 한편, “간호사는
동반 방문수가가 있지만 간호조무사는 수가가 없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다음으로 화두에 오른 것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다. 조승철 공보이사는
대면 진료에서도 신분 확인이 중요한데, 비대면진료에 대리처방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플랫폼도 인증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재는 신고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심평원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가공이 필요해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투명성과 근거 없는 제도 추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주치의 제도 및 지역 커뮤니티 기반 일차의료 체계에 대해 곽 회장은 “정부가
구상하는 주치의 제도는 의사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내과 개원가에서는 이미 환자의 주치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제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비율을 보면 내과가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주치의 제도와 관련해 내과 개원의들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회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주치의 제도에는 인두제, 포괄수가제 등의 요소가 일부 포함돼 있는데, 이는 현행 수가 체계와
매우 다르다”며 “이런 방식은 의료의 질 저하와 개원가 경영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가장 큰 문제는 저수가다.
국가가 공공의료에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않은 채 이런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학술대회 막바지에는 결의문도 발표시간도 마련됐다.
조 공보이사는 결의문에 대해 “의료계 상황과 관련해 미해결 문제들이
있지만, 의대정원 증원 정책으로 인해 전공의, 의대생들이
아직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필수의료 과목에 대한 전공의 지원을 기피하는 현상이나 부실한 의대교육의 여러 모습들이 드러났다는 점에 대해 비판했다”고 전했다.
또한 최근 지역의료나 일차의료 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만성질환자 장기처방, 보건소에서의 선심성 무료검사 등이 사태를 악화시킨다”고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필수의료나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이
아낌없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부 정책은 줬다가 뺏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이었다”면서 “새 정부에서는 그간의
방식을 지양하고 국민건강을 위하는 분야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 공보이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과도한 심사를 언급하며 “비급여 통제나 실손보험회사를 살리기 위한 정책들이 추진돼 개원가에서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고 했다.
또 “비대면 진료의 무분별한 확대나 성분명 처방 등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들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비고의적인 의료과실에
대해서 면책할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없어 진료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하 서울시내과의사회 결의문.
지난 정부의 비이성적인 의대정원 증원정책으로 인해 촉발된 의료대란은 미래 우리나라의 의료계를 이끌어갈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온갖 비난과 협박을 쏟아내며 사지로 내몰더니 오히려 필수과 전공의 지원 기피,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의대 교육의 민낯만 드러내고 말았다.
또한 필수의료 패키지, 의료개혁 실행방안처럼 근시안적인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의 문제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이름만 근사하게 포장해 발표했다.
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마저 암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는 우선적으로 대한민국 의료를 한참이나 후퇴시킨 지난 정부의 의료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의료대란을 해결하는데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는 사투를 벌이며 근근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중환자와 같은 상황이다.
겉보기에는 별 문제없어 보이지만 한 발짝 안으로 들어가 보면 철저히 왜곡돼 있는 의료전달체계로 인해 지역간의
의료격차는 심화돼 있고 소위 필수의료라고 칭하는 중증, 응급, 소아, 분만 분야의 의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국민 건강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동네병원 즉 일차의료는 언제 몰락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건물이 지탱하듯이 우리나라 의료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결국 일차의료가 지역 간의 편차 없이
탄탄하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의료정책들은 상급종합병원을 살리기 위해 동네병원을 희생시키는 제도였다. 만성질환자 장기처방, 외래 연계 목적의 일반검진, 선심성 무료 검사 등 본연의 기능을 넘어선 보장성 강화 의료행위를 하고 있는 상급병원과 보건소의 기능을 다시
정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이전 정부들이라는 명목으로 펼쳤던 정책들은 결국 인기영합주의로 흘러갔고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다
보니 결국 줬다 뺏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동안의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방식은 절대 지양하고 국민건강증진을 최우선으로 하는 분야에는 아낌없이 투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최소한의 진료마저 위축시키는 공단과 심평원의 경쟁적인 심사 및 평가는 당장 중단하고 수가 인상에 인색하며
밀어붙이는 과도한 비급여 통제, 실손보험회사 살리기는 재고돼야 한다.
앞으로의 우리나라 의료정책은 인구 고령화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수립해야
한다. 독불장군식 정책추진은 정당성이 없을 뿐 아니라 결국 처절한 실패를 불러올 뿐이다. 더불어 비대면 진료의 무분별한 확대, 성분명 처방과 같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추진은 당장 중지돼야 한다.
내과 일차의료는 경증질환의 진료부터 만성질환관리, 건강검진에 이르기까지
의료 전 영역을 아우르는 국민의 건강 지킴이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일차의료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추진과 아낌없는 재정적 지원, 비고의적
의료과실의 면책만이 현재 동네병원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이에 서울시내과의사회 회원 일동은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한국 의료 후퇴시킨 의료대란 해결하라!
하나. 일차의료 주가 되는 의료개혁 추진하라!
하나. 국민건강 위협하는 의료정책 재고하라!
하나. 소신진료 방해하는 사법판결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