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진료비 증가, 사회적 이슈 등 심사와 연계해 관리가 필요한 항목을 선정, 예고한 후 집중심사를 하고 있는데 지난 2024년 12월 27일에 2025년 선별집중심사 항목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그중 의과 외래검사 15종 이상 실시한 청구 명세서를 집중심사항목에 포함시켰다.
검사료 청구 금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의학적 필요성이 불분명한 검사를 일률적으로 실시, 청구하는 경향에 대해 적정진료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번 사안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결정돼 선정 기준이 고시 등의 법적 기준이 없으며 일차의료기관의 필수, 적정진료를 위축시켜 국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며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다.
의료계와의 협의 부재
심평원은 이번 발표에 앞서 의료계와 어떠한 사전 협의도 진행하지 않았다. 선별집중심사 제도는 의료 현장에서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고려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의료계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이져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떨어트리고 의료계와의 상호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습 발표와 발표 시점의 문제
심평원이 연말이라는 시점을 택해 선별집중심사 항목을 발표한 것은 의료계가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특히 현재 의협은 차기 회장 선출을 준비하고 있는 과도기 상태이며, 주무 부처 공무원들도 보직 이동 등의 혼란한 시기인데 이번 발표는 의료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조차 결여된 행위라 할 수 있다. 발표 시점과 관련된 문제는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15종 기준의 의학적·법적 근거 부족과 국민 건강권 침해
이번 2025년 선별집중심사 항목 중 [검사 다종(15종 이상)] 기준은 명확한 의학적 근거와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및 관련 고시에는 15종 이상의 검사를 제한하거나 이를 심사 대상으로 삼는 규정이 없다.
예를 들어, 지역사회획득 폐렴 환자의 경우 권장 검사만으로도 최소 17종 이상의 검사가 필요하다. 국민건강검진의 일반 검사 항목만으로도 8종에서 14종에 달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15종 이상’이라는 기준은 현실적인 임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합리적 기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준은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방해하며, 환자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심평원은 이와 같은 기준을 정한 근거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급여 기준에 따른 심사의 원칙 위반 우려
급여 기준에 부합하는 의료 행위를 단순히 비용의 문제로 심사 대상으로 삼는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의 취지를 벗어난 행위라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급여 기준은 반드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고시에 따라야 하며, 심사평가원의 이번 결정은 이러한 법적 원칙을 위반한 월권행위로 판단된다. 급여 제한이나 삭감은 반드시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야 하며, 비용 절감만을 목적으로 한 임의적 심사는 환자의 적절한 진료를 저해할 수 있다.
일차의료기관과 필수 의료의 위기 초래
[검사 다종] 기준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 비해 검사 항목이 적은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정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 환경을 더욱 위축시키고, 일차의료기관이 수행하는 국민에 대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약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정기 검사는 기본 검사만으로도 15종을 초과할 수 있어 진료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심평원이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없이 법적 근거가 부족한 심사항목을 선정하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이번 행태는 국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이번 결정을 반드시 재고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숙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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