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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통합 돌봄, 성공하려면 민간 중심 의료·돌봄 공급 구조 개선해야

정형준 위원장 “민간의료 중심 체계에서는 통합돌봄 힘들수도”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와 돌봄을 통합한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형식적인 사업 또는 민간시장 활성화를 위한 발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공급구조는 민간 중심 체제로, 공적인 역할이 강한 통합돌봄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가능성도 있는 바, ‘주치의제’ 중심으로 의료공급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제 돌봄의 날 기념 토론회가 ‘제대로 된 돌봄통합지원 시행을 위한 비판적 모색’을 주제로 10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10.29 돌봄의날 조직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국회의원, 조국혁신당 김선민·정춘생 국회의원, 진보당 전종덕 국회의원이 주최했으며 국제공공노련(PSI)가 후원했다.


이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돌봄통합지원법’의 요지는 의료를 포함한 통합 지원을 가리키고 있는데, 의료기관 연계와 관련해서는 어떤 의료기관과 어떤 의료서비스를 연계하는 것인지 불명확하며, 국민건강보험 같은 핵심 공보험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기관과의 연계도 추상적이고, 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공적 통제 기전도 없는 상태로, 국내의 의원급 의료기관이 99% 이상 ‘민간’임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보건의료서비스는 부수적이거나 통합돌봄의 논외에서 운영될 공산이 크다”면서, 의료서비스가 통합에서 사실상 빠지게 된다면 ‘통합돌봄’은 말뿐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더욱이 최근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시장 확대는 의료공백을 비대면 의료가 대체할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하는 바, 지불능력이 제한된 서민과 저소득층은 비대면으로 의료서비스를 대체하고 일부 돌봄서비스만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지역통합돌봄에서 보건의료서비스의 전제는 ‘주치의제’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선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공급구조와 관련해 지불제도가 행위량에 따라 액수가 결정되는 ‘행위별수가제’로 되어 있고, 민간에 의료공급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수익성 추구로 예방·건강증진보다는 많은 환자 유치와 수익 증대를 위해 환자 등록 자체에 적대적인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또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고 혼합진료가 허용돼 있는 환경과 부재한 의료전달체계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쏠리는 현상을 제어할 수단·의지가 없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으며, 의료는 급성기치료를 중심으로 영리적으로 발전하고 돌봄은 시설서비스를 중심으로 발전해 상호 연계는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형 주치의제도(시범사업 포함)는 ▲체감적 의료비 절감 ▲실질적인 전문의 진료 연계 ▲원활한 방문 진료·간호 ▲행위량이 아닌 관리 환자 수에 기반한 지불제도 ▲참여기관 인센티브 ▲요양시설 및 돌봄서비스 연계 ▲통합돌봄조직의 서비스 연계 등을 수행해야만 원활히 작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지불제도를 인두제 기반의 환자등록제나 만성질환별 수가제로 변경해 행위량에 따르지 않는 지불제도 변경 및 총액예산으로 배정하는 방식으로 한다면 예방·건강증진 등으로의 유인을 확보하고, 진료량을 늘리지 않는 지역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주치의제 참여기관 및 등록환자는 국립대병원을 위시한 공공의료기관의 전문의 진료에 우선 배정해 공공전달체계로 일차적인 전달체계 모델을 확립하고, 참여의료기관과 환자에 대한 기능적 인센티브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며, 참여 일차의료기관에 대해 방문간호사의 총액예산 배정을 통해 지역사회 통합간호를 방문진료에서 획기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지자체 및 건강보험 등에서 시작되는 통합돌봄 조직과 주치의제 계약 의료기관의 우선 연계를 통해 유기적 연결을 가능토록 해야 하고, 지불제도 등의 변화를 추구하는 보상체계 등을 지역별로 논의하려면 건강보험 중심 운영 주체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윤석열 정부의 ‘시장화’와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재훈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역 중심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이 아닌 노인에게 의료·통합 제공과 방문의료에 국한돼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 중심의 공급 구조 개선 없이 현재 분절화된 서비스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면서 전달체계 개편은 공급 구조 개선과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실장은 지자체의 경우 낮은 재정자립도와 지역별 재정 격차가 크다는 특징이 있으며, 정부에서 감세하면 지방 재정에 엄청난 타격이 있으므로 관련 대책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실장은 “윤석열 정부는 시장화 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의료 부문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의 질병 정보를 포함한 자료를 민간보험사와 제약사 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확대하는 계획들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시장들이 어려워하는 것이 수급자를 찾는 과정”이라면서,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 도입 배경에 ▲중앙정부의 재정 부담 축소 ▲민간 활성화 등으로 시작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자칫 지역 통합돌봄이 공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민간 시장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 또는 판로 개척을 지원하는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강은희 변호사는 이번에 제정된 ‘돌봄통합지원법’과 관련해 “제정법은 대상자를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한정 짓고 노인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돼 있다면서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가가 살피고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고 밝혔다.

또한, 타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는 일반 원칙이 있으나, 실무적으로 어디까지 문제가 될지 불분명해 본인의 가족·친족이나 지자체장, 이해관계자 등이 대리할 수 있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으며, 건강보험공단 등에 대한 자료 협조부터 시작해 ▲지역보건의료 ▲치매정보 ▲건강보험 등의 정보와 관련된 내용에 우선해 적용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돌봄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이 적절히 이용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핵심돌봄제도를 건강보험 등과 같이 재정을 관리하는 중앙조식 지사들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정형화된 판단이 내려짐은 물론, 지자체와 ‘전문기관’이라 불리는 중앙조직의 지사 간 돌봄 분절을 심화시킬 수 있음을 우려했다.

아울러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등 제도별로 분절돼 있는 재정을 통합적·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박대진 부의장은 ‘돌봄통합지원법’에 대해 서비스 대상자, 서비스 제공기관, 비용지원, 제공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되지 않아 2년 뒤 마련될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른 제도적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또한, 실제로 재원과 인력의 확보·운영은 어떻게 할 것이고, 법에 명시된 의무의 이행이 지자체에서 가능할 지와 타 법·제도와의 충돌 문제 등등 시범사업과 예비사업을 통해 드러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며, 형식적인 사업에 그치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