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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상급병원 전원 결정의 주체, 의사가 되도록 개선해야”

1. 도대체 증원의 근거가 무엇인가요?

2023년 10월만 하더라도 정부에서 흘러나오던 의대증원 숫자는 1000명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3-4개월도 안 돼 2000명을 발표했습니다. 도대체 정부는 의사가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요? 근거는 갖고 증원 숫자를 이야기하는 것인지요? 어떻게 3-4개월만에 의대증원이 두배가 되는 것인가요?

2. 또한, 일시 감원의 근거는 무엇인가요?

2000명에서 한 명도 줄일 수 없다고 정부는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정부는 “늘 대화를 할 준비를 하고있다”, “어떤 형태이든 어떤 논제이든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000명은 절대 건드릴 수 없다”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총장들은 의대생의 유급 등이 닥치고, 신입생 대거 증원을 하게 되면 임상실습 등이 문제가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고, 허겁지겁 국립대총장협의회를 통해 2025년 신입생만 일시 감원해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의견을 냅니다. 

하지만 이 의견을 내기 24시간 전만 하더라도 우리 대학(충북의대)의 총장은 한 언론을 통해 잘 찍은 프로필 사진 세 장까지 넣어서 당장 200명의 신입생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질을 유지하면서 교육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짓의 기사를 냈습니다. 그리고 하루도 안 돼 내년에는 대학 자율에 의대정원을 맡겨달라고 합니다.

3. 도대체 의대증원에 대한 일원화된 정부안은 무엇인가요?

50-100% 안을 발표하자마자 이제는 충청북도 도지사가 언론플레이를 시작합니다. 충청북도는 열악한 의료상황에 놓여 있으므로 100% 증원을 해야한다고 기사를 냅니다.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이 있고, 충북대병원 충주분원이 곧 생기므로 교육할 환경이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청주, 충주의료원을 합쳐도 600병상 남짓이며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곳에서 일하시는 전문의 선생님들은 진료를 훌륭히 수행하시고 계시지만 교육을 위해 훈련된 분들이 아니십니다. 지금도 청주의료원의 인턴 T0를 우리 병원이 함께 선발해 순환근무를 하게 합니다만, 사실 그곳은 수련기관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며 진료기관이라고 보시는 것이 옳습니다. 

충북대병원 충주분원 이야기를 자주 하시는데 그동안 충주분원 건립에 충청북도가 얼마나 힘을 실어주셨는지 돌이켜 생각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이제 예타를 하고 있는 병원에 그런 기대를 하시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입니다. 총장협의회에서 50-100% 자율안 이야기가 나오고 주말이 지나가자, 충청북도는 난데없이 총장과 함께 시민단체, 도청, 충북대본부, 의대교수회를 포함한 의대증원 회의를 하자고 합니다. 총장은 50-100%, 도지사는 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100%를 주장합니다.

도대체 정부, 충청북도, 충북대학교의 통일안은 무엇인가요? 의사증원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한 사안이 이토록 정치화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충청북도 사람들이 충청북도의 의료기관을 더 이용하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나 강화에는 전혀 관심도 없이, 충청북도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질환도 모두 경인지방으로 가도록 해둔 채, 충북의대를 증원해봐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히 알면서 의료체계의 개선은 모색하지 않고 의대증원만 이야기하는 도지사의 의중을 알 수가 없습니다. 

4. 우리의 의견은 한결같습니다.

먼저 근거없는 증원 숫자 놀음을 멈추세요. 그리고 학교와 병원에서 내몰린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돌아오게 할 방안을 모색해, 도민들께서 의료이용이 불편이 없도록 하고 학생과 전공의가 본분을 지킬 수 있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대통령실 산하에 의사추계위원회를 만들어 주십시오. 그곳에는 제대로 된 추계연구를 할 수 있는 인적구성을 해주십시오. 온정이나 감성이 아닌 냉정한 숫자를 만들 수 있는 과학적 조직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추계는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병폐인 불필요한 무제한 의료이용을 제한하고, 상급병원으로의 전원의 결정 주체가 환자나 보호자가 아닌 의사가 되도록하는 의료전달체계의 개선을 바탕으로 해 이뤄질 수 있게 해주십시오.

대부분 이야기합니다. 환자들이 서울로 가는 지금의 의료체계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면 정부가 표가 떨어져서 누구도 안 할 것이라고요. 하지만 그 두 가지의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한국은 의사와 간호사를 매년 수천명씩 늘려도 지역의료, 필수의료의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대통령께서 가지신 의대증원 2000명에 대한 의지의 절반만 가지셔도 그 두 가지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연구 1-2년 동안 필수의료, 지역의료가 발전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의지를 가진 젊은 의사들이, 그리고 그 의사들을 키워낸 중장년층의 의사들이 힘을 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러면 무너진 의정 신뢰가 회복될 동력을 갖게 되고 추계연구에서 나온 숫자를 신뢰할 힘이 생길 것입니다.

강한 정부는 겁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과학과 근거에 바탕한 정책을 끊임없는 논의와 설득에서 만들어가고 추진하는 데서 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외투를 입고 가는 사람의 외투를 벗게 하는 것은 강한 찬바람이 아니고 따뜻한 햇볕입니다.

의대 수업일수는 15주 X 2학기인데, 5월 둘째 주가 되면 의대생의 유급을 막기 위해 30주 one term으로 진행해도 된다고 말씀하실 것인가요? 그러면 8월이 돼도 학생 유급 안 시키고 교수들에게 여름, 겨울 방학없이 2월말까지 계속 가르치면 3월에 유급없이 승급이 가능하다고 하실 것인지요? 지금의 정부조치를 보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합니다만, 그 때가 되면 의대생과 전공의를 가르치는 것을 소명으로 삼던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고 없을 것입니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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