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뇌혈관 질환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정책 등 제도적인 부분은 물론 정부의 역할도 간과할 수 없다.
메디포뉴스가 우리나라 심뇌혈관 질환 치료환경의 현실을 짚어보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충북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배장환 교수를 만났던 날, 배 교수는 부족한 재정 지원 및 기금 조성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한편 심뇌혈관 질환만을 위한 중앙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Q. 9월 말 심뇌혈관질환 개정안이 대표발의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돼도 유명무실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국민의 사망 원인을 분류해보면 △암 △심뇌질환 △응급 질환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암의 경우 중앙조직인 국립암센터와 지역 거점 국립 대학에서 맡고 있는 권역암센터가 있는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모두 여기에 등록된다. 또 정책이나 암 국가검진은 어떻게 할지, 암 관리 사업과 관련한 전문인력 양성 방법 등과 관련된 암 관리법이 있다. 관리법 내에는 중앙센터와 권역센터의 활동을 뒷받침해줄 만한 기금을 조성하게 돼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수천억원을 암센터에 지원해 암센터 대학원, 국립암센터, 권역센터 등을 유지하게 하고 행정 체계도 만들고 환자 등록도 하게 한다.
응급의료센터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있는데, 교통 범칙금을 통해 마련된 1년에 2000억원 정도의 자금으로 중앙센터인 국립중앙의료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다 유지하게 돼있다.
한국인을 사망하게 하는 1, 2등 질환인 심뇌혈관 질환은 심뇌법의 여러 규정들에 따라 기금도 만들 수 있고, 중앙센터도 만들 수도 있고, 권역센터도 만들 수 있고, 지역 센터도 만들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심뇌혈관과 관련한 지역센터는 한 군데도 없고, 권역센터도 12군데 밖에 없고 서울은 권역센터가 아예 없으며 중앙센터도 없다.
사업을 위해서는 1년에 최소 1500~2000억원 정도의 기금이 필요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러한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정된 것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심뇌혈관 질환 관리를 위해서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은, 달리 생각하면 안 해도 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를 조정하기 위한 것이 정부의 심뇌혈관질환관리위원회로 옛날에는 위원장이 차관이었지만 장관으로 올렸고, 위원회도 1년에 2번 개최할 수 있다고 돼있지만 한 번도 제대로 개최된 적이 없다.
비록 자금과 관련한 이야기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최근 신현영(더불어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이 발의한 바에 따르면 국가관리위원회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상을 시켜서 보건복지부, 교육부, 기재부, 그리고 소방방재청까지 모두 함께 회의를 할 수 있게 만들고, 거기에서 몇 가지 정책을 내면서 정책 수행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런 기구가 있더라도 결국은 그 기구를 뒷받침해 줄 만한 기금이 없다면 아무래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많다. 위원회에서 제일 먼저 선결 과제로 생각해야 할 것은, 암센터에는 암센터기금이 있고 응급센터에는 응급기금이 있는데도 한국인을 많이 사망케 하는 심뇌혈관 질환에 대해서는 기금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담배나 술이 심뇌혈관 질환 발생 및 악화에 영향을 많이 주는 만큼 담배세나 주세의 일부를 심뇌혈관 기금으로 조성할 것에 대해 제안을 한 상태다. 지금은 시작 단계라고 생각한다.
Q. 심뇌혈관질환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부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심뇌법을 뒷받침할 만한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중앙심뇌혈관센터가 없다는 점은 결국 컨트롤 타워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적으로 정부나 의료기관에다 정책을 짜낼 수 있는 집행 기관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브레인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방의 권역센터 의견을 한꺼번에 끌어모아야 하는 중앙센터가 꼭 필요하고, 서울에도 대학병원이 많지만 환자 등록 사업 등의 정책을 위한 권역센터가 필요하다. 기타 지역에도 권역센터가 12곳 있지만 전체 심근경색증 환자의 25%만 감당할 수 있다. 최소한 60개 이상의 지역 심뇌혈관 질환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권역센터와 지역센터, 중앙센터가 함께 일관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근경색증은 골든타임이 중요한데 가장 지연이 많이 되는 단계가 환자가 인지를 하는 단계다. 환자가 병원에 오더라도 5~6시간 지체되서 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 줄이려면 대국민 교육 홍보 이런 것이 매우 필요하다.
나이나 직업, 지역에 따라 잘 맞는 교육법이 다르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권역센터가 10년 동안 쌓아놓은 노하우를 반영해 정부가 아주 체계적인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흉통 발생 5분 내에 119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는 점과 준비하는 법 등을 터득할 수 있다.
최근 금연 홍보 사업을 보면, 금연 사업을 많이 해왔어도 흡연률 감소로 크게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심근경색증, 뇌졸중은 교육을 통해 환자들이 병원에 빨리 오기 시작하면 바로 사망률이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외국의 자료에서도 밝혀졌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진이나, 의료 보조 인력의 직업을 주는 것인지 냉정하게 잘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Q. 대규모 심정지 또는 심뇌혈관 환자 발생 시에 환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의료체계 등의 측면에서 보완돼야 할 점은 어떤 부분일까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응급의학회 중심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DMAT라는 재난대응팀이 이미 만들어져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꾸준히 재정 지원을 하고 훈련할 시간을 줘야 한다. 예를 들어 차만 있고, 안에는 치장 재료만 있고, 사람만 있으면 다 되는 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재난 환경에 대해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 기회를 줘야 한다.
그건 다 결국에는 돈으로 해결이 되는 일들이다. 전문가들이 시나리오를 만들겠지만 훈련을 1년에 한 번 하는 것과 한 달에 한 번 하는 것은 다르다. 평소에 단단한 훈련 체계를 갖출 수 있는 재난 의료팀을 잘 만들어야 하고, 예상되는 참사에 대해서는 적절하고 적극적으로 사람을 투입해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Q. 이 밖에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법률은 그래도 만들어져 있다. 심내혈관 질환 관리에 대한 법률이 있고, 심뇌법이 있고, 법안도 있고, 시행 세칙이 다 있다. 그런데 힘이 없는 법이다. 법을 뒷받침할 기금도 없다.
서울 외 지역에 권역심혈관질환센터 12곳을 설치에 운영하면서 2008~2013년에는 OECD 국가 중 심근경색증 사망률이 가장 빨리 떨아진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문제는 이를 체계화해서 지속화해야 되는 점이다. 아직도 OECD 국가 평균 심근경색증 치명률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심근경색증 치명률이 높다. 그 이유 중에 한 가지가 국민들의 인지도가 낮아 119 전화까지 시간이 지연된다. 이 점은 국가에서 관리를 좀 더 해줘야 한다.
이를 위해 심뇌혈관질환법에 들어가 있는 심내기금을 활성화하고, 서울권역에도 권역심내혈관질환센터 신설 및 전국에 아직도 부족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의 인프라를 더 확충해 주고 지역 심내혈관질환센터도 추가해야 한다.
또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 인력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게 좋다. 예를 들어서 의사들도 1년에 90일씩 당직을 하는데 우리 병원의 심뇌혈관센터 직원들은 120일씩 당직을 서고 있다. 당직 중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택시비라도 보조가 되지만 환자가 없는 경우에는 당직 인력에 대한 재정 지원이 하나도 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응급상황을 대비해 전화 비상대기를 유지하고 15분 내로 회사에 올 수 있도록 지시하면서 급여 등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그걸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국가는 이게 당연한 듯이 수십 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알아서 하라고 뒀다. 이제는 더 이상 우리나라 국민 정서가 절대로 그런 걸 용인할 수 없다. 그런 점을 잘 해결을 해나가야 그나마 국민들을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위험에서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