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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의료법인 합리적 퇴출 구조 필요… ‘영리화’ 과도한 우려 측면 있어”

운영 상황 악화된 중소 의료법인… 파산 외 퇴출방법 없어 의료 질 저하 및 공백 발생
대한의료법인연합회,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 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대한의료법인연합회를 비롯한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대한요양병원협회 등 병원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부실·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 구조의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법인은 당시 늘어난 국가 의료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1973년 의료법 개정과 함께 등장했다. 비의료인도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설립할 수 있지만, 설립과 함께 출연한 개인 자산은 모두 귀속되며 퇴출 시에는 자산을 포기해야 한다.

제기된 문제는 설립자가 경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의료법인의 유지가 어려워지는 경우에도, 파산 외에는 이탈 방법이 없어 의료서비스의 질이 악화된 채로 지속되거나 이면에서 음성적인 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의료법인의 양도·합병 허용을 ‘의료 영리화’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의 측면이 있으며 공공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퇴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의료법인 측의 주장이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는 1월 11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계 의료법인의 합리적 퇴출구조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고, 의료법인의 인수·합병 허용 필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 류은경 회장은 “현행 의료법상 의료법인은 다른 비영리법인과 다르게 합병에 대한 규정이 없다. 운영실태가 좋지 않은 법인도 파산 외에는 퇴출 구조가 없다. 음성적인 거래로 인한 사회 문제를 줄이고, 원활한 의료공급을 도모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후원한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도 “의료법인이 1973년 제도와 함께 지역사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으로서 수고했음에도, 현재 합리적인 퇴출 구조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진행된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법인과 학교법인의 법적인 퇴출 구조 논의를 참고해, 의료법인에서도 밀도 있는 대안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성규 회장과 대한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도 “의료기관이 의료 본연의 취지에 집중하고, 질 높은 의료환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법인 합리적 퇴출 구조 마련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는 2개의 발제에 이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법무법인 반우 김주성 변호사가 ‘의료법인의 회생과 M&A 금지 규정’을 발제했고, 이어 대한의료법인연합회 김철준 정책위원장이 ‘한국의료법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제했다.


김주성 변호사는 “의료법인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서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되지만,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는 부실 또는 한계 의료법인에 대해서는 정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2019년 의료법 51조 2항 개정과 함께 운영권양도방식 M&A에서 법 충돌이 일어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법 51조 2항은 불법 임원직 거래를 방지하고자 의료법인의 임원 선임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주고받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인데, 이것이 그간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의료법인의 양도를 금지하는 사실상 의료법인 M&A 금지 규정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김주성 변호사는 “현재도 운영권 양도방식 M&A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제51조 2항으로 인한 한계가 있다. 채무자회생법의 사례를 참고해 주무관청의 허가 하에 양성적으로 의료법인의 양수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의료법인연합회 김철준 정책위원장(대전 웰니스병원장)은 “의료법인의 소멸은 사회 변화와 함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퇴출 방법이 영구적 운영 또는 파산밖에 존재하지 않는 현재의 입법 상황은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철준 위원장은 더 나아가 “우리나라에서는 의료법인의 인수·합병에 대한 언급이 금기시돼 있다. 하지만 과연 의료의 본질과 영리성이 상충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상적 윤리와 현실적 문제의 괴리가 나타난다. 의료기관에는 책임만 있고 자기결정권 등 권리가 없다.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유독 의료기관의 적자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방치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대부분이 중소규모인 의료법인 의료기관의 경영현황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합리적인 퇴출 구조가 없어 파산까지 의료기관을 방치해야만 한다. 의료법인 인수합병 허용은 경영악화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할 수 없는 의료기관이 양질의 의료기관으로 변화할 수 있는 제도장치를 마련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세종의료정책연구소 남상요 소장, 대한의료법인위원회 구자성 재무위원장 등이 의료법인 퇴출 구조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법인의 퇴출 구조에 대한 논의가 그간 여러 번 지속돼왔지만, 이분법적 찬반대립에 갇혀 진전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대한의료법인위원회 구자성 재무위원장은 “이 내용에 대한 필요성은 20여년 전부터 논의돼왔다. 반대측에서도 잠재적인 발생 문제인 의료 영리화를 염려하면서도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데, 이제는 이유에 대한 논쟁을 멈추고 방법에 대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성 위원장은 “이제는 제도 수립를 위해 모호한 부분을 이야기해야 하고, 현장의 참여자들로부터 찬성·반대를 아우르는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특히 부실·한계 의료법인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요즘, 정부의 병상관리정책과 관련해 더욱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의료정책연구소 남상요 소장은 “시대 변화와 경제 상황에 맞춘 제도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으로는 비영리법인이고 재산을 출연한 형태이지만 의료법인 운영자 입장에서는 평생 사업 후 파산 또는 인수인계 후 별도 보상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의료법인 인수합병을 통해 적정 규모의 의료기관이 운영되면 경영의 질 또한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박종용 사무관은 “여러 법인에서 많은 논의와 문제제기가 있었고, 규제가 미비하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대부분 행정해석을 통해 지침 처리가 되고 있는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의료법인제도 관련해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사무장병원화 방지 측면에서라도 이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대한의료법인연합회 김철준 정책위원장은 “현재는 의료법인 설립자가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는 구조다. 비영리법인이라도 어느 정도의 이익에 대해 용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영리화를 방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입법 방향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