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 159명이 압사에 의해 사망하고 수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는 재난이 발생했다.
특히, 사고 당시 수습하는 과정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는 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한 지적을 비롯해 여러 지적·비판들이 제기되고 있으며, 재난 시 의료서비스를 제때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인병 대한재난의학회 이사장(명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과 만나 이태원 사고 당시 재난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했으며, 개선이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코로나19와 이태원 참사 등으로 재난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난 대응 수준은 어떠한가요?
A. 먼저 재난에 대한 완벽한 시스템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경우를 보더라도 1990년대 삼풍백화점 사고와 성수대교 붕괴를 계기로 재난의료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지게 됐고, 관련 제도 정비가 시작됐습니다.
응급의료체계 이야기도 그때 생겼고,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응급구조사 제도가 만들어졌으며, 보건복지부 내에 응급의료과가 신설됐습니다. 또 중앙응급의료센터가 만들어졌으며, ▲대구 지하철 사고 ▲세월호 사고 ▲마우나 리조트 사고 등을 거치면서 재난의료 시스템이 구축·발전해 왔습니다.
특히, 2016년에는 가장 기본이 되는 재난 의료에 대한 현장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졌으며, 작년 1월에 업그레이드된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이후, 우리나라는 해당 매뉴얼을 기준으로 재난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흐름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발생한 이후, 최근 3년 동안 코로나19에 모든 국민과 모든 정부가 매몰돼 있었다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태원 사고를 보더라도 용산구에서는 감염병에 대한 예방 조치와 회의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압사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태원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살펴보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됐을 때 소방구급상황센터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서로 협의해 의료 대응을 하게 되는데, ‘대응 단계가 조금 미비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이태원 사고 대응 초기 소방구급상황센터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서울대병원과 한양대병원, 강동경희대병원의 DMAT을 출동시켜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시켰음에도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서울 지역의 권역센터 7곳에 있는 DMAT을 출동시킨 뒤, 다시 경기도의 DMAT 7개 팀을 출동시켰기 때문입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난의료에 대한 이런 시스템을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이태원 사고 당시 가까운 병원을 중심으로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며, 이를 최소화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A. 우선 재난에 대해 정의한다면 수요와 공급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쉽게 말해 대응 가능한 여력이 1 정도인데 갑자기 ‘사상자’라는 수요가 10이 되면 이를 ‘재난’으로 봐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난에 대한 대비와 대응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번 이태원 사고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재난에서 가장 큰 역할은 소방이다. 사고가 119로 접수되면 구급상황센터에서 119 구급대 선발대를 출동시킵니다. 이후에 선발대가 재난 규모와 예상되는 사상자 수치 등을 전달해주면 거기에 따라 대응단계를 1~4단계 중 기준에 따라 발령하게 되고, 의료대응 필요 여부와 규모 등을 결정하게 됩니다.
특히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됐을 때, 국립중앙의료원 내에 24시간 운영되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협의해 의료 대응을 하게 되는데, 이태원 사고의 경우도 대응단계에 따라 구급상황센터와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서로 연계해 DMAT 출동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태원 국정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의료 대응이 조금 미흡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전국에 권역응급의료센터가 41곳이 있으며, 기본적으로 DMAT 3개 팀이 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어 있습니다.
이태원 사고 당시 가장 가까운 DMAT이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DMAT이 출동했다가 의료 대응 역량이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서울 지역의 7개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DMAT을 다 출동했으며, 그것으로도 부족해 경기도의 7개 DMAT 팀이 출동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어떤 재난이든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중환자 같은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혼자 병원 선정을 못하니까 현장에 있는 것이지, 경증 환자들은 자기가 알아서 가까운 병원으로 찾아가게 되므로 재난현장에서 가까운 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태원 사고의 경우 문제가 있다 없다라고 하기에는 아직 전문가 조사가 완료된 것이 아니므로 평가할 단계가 아니며, 중증도 분류와 중증도 분류에 따른 환자 이송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등은 학회에서 정부와 전문가들과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이태원과 가장 가까운 1.6km에 있는 순천항대 서울병원에 사상자 70~80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문제가 됐는데, 재난의료 측면에서 봤을 때는 사망자 같은 경우는 가장 나중에 이송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태원 사고 당시 사고현장을 수습하던 용산 소방서장이 판단하기에는 160여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망자들이 도로에 눕혀져 있는 상황이 언론과 SNS를 통해서 전 국민에게 중계·유포되고 있었던 상황을 감안해 사상자를 보낸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해당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환자부터 보냈어야 하는 게 맞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돕니다.
아울러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실 입장에서는 한꺼번에 환자가 많이 들어와서 문제가 됐을 수 있겠지만, 모든 환자들이 응급실에서 처치할 수준은 아니었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실제적으로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환자는 4명 뿐이었습니다.
또, 이태원 사고 당시 새벽 3시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서 환자 분산을 시킨 자료가 있는데, 자료에 따르면 중상자 34명을 근처 병원 16곳으로 분산 이송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증 환자가 적정한 병원에 갔는지 등은 추후에 더 정확한 전문가 조사가 필요할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재난시스템은 하드웨어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세세하게 문제점이 아직 남아있더라도 수준 이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