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바이오제약의 이경옥 회장이 감성 넘치는 그림과 짧은 글들로 꾸려낸 자서전 ‘경옥이 그림일기’를 지난 달 출간했다.
경옥이 그림일기는 이 회장의 83년을 고스란히 담아낸 자서전으로, 자서전이지만 기존의 양식을 벗어나 그림일기 형식을 택했다는 것이 매력적인 포인트다.
왼쪽 페이지에는 이 회장이 직접 그린 그림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이 회장의 기억 조각이 짧게 풀어져 있어 마치 전시회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메디포뉴스는 저자인 이경옥 회장을 만나 ‘경옥이 그림일기’ 출간 소감과 회사 경영 노하우 그리고 그가 가진 삶의 지혜를 들어볼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이 회장이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한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어반스케치(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것)’를 그리는 것도 잠시, 코로나19로 중단됐다.
이번 책에 담긴 작품 대부분은 수채화 방식으로 그려졌다. 수채화를 본격적으로 배운지 1년만에 그는 경옥이 그림일기를 출간했다.
선생님은 물론 다른 수강생들이 그리는 것까지 꼼꼼하게 기억해두었다가 집에 돌아와서는 새벽 4~5시까지 그림을 그렸다는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 점으로 시작해 출간을 앞두고서는 하루에 한 점씩 그려내는 강행군을 거쳤다. 그 덕에 수채화 선생님도 “아이고, 이렇게 해낼 줄 몰랐다.”고 전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다른 전문적인 화가나 작가들이 혹여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까 걱정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우려도 잠시, “책으로 출판하고 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떤 때는 내가 해놓고도 해냈네, 잘했네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하고자 하는 마음’ 덕에 무사히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항상 새로움과 가능성에 도전하고 늘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며 “’열심히 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도전해서, 이렇게 해내면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못할 줄 알았는데 해냈다는 자부심도 가졌다. 꿈은 갖고 있지만 말고, 실천을 해야 이뤄진다. 실천하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회장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이 회장은 “전쟁으로 인해 피난 다니던 시절, 대학 진학을 하지 못했던 것과 아버지의 부고, 결혼 후 남편의 사망, IMF 등 수차례의 위기가 닥쳐왔다”고 회고했다.
특히 남편인 故 조동섭 회장 타계 후 갑작스럽게 가정에서 회사로 출근하게 된 이 회장은 경영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중앙대학교 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과 같은 대학원은 물론 여의도의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양한 학습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이경옥 회장의 열정은 故 조동섭 선대 회장이 남긴 회사의 핵심 가치 ‘창의’, 신념’, ‘실천’과도 일치한다.
이 회장은 이 3가지 가치의 중요도는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 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초부터 과정, 결과 도출까지의 과정은 창의, 신념, 실천이 다 있어야 하는 것이기에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창의력이 있어야 새롭게 미래를 꿈꾸고 설계할 수 있으며, 아무리 창의력이 있어도 신념이 없으면 안 된다. 신념도 하나의 열정이다. 믿음을 갖고 이를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꿈은 꿈꾸는 자에게 이뤄진다고 하지만, 꿈은 현실로 실천할 때 이뤄지지 꿈을 꾸기만 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실천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회장이 직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우리 직원들한테도 가능성에 도전하라고, 또 새로움에 도전하라고 한다. 미래와 세상은 자꾸 변하고 새로워진다. 그 새로움에 적응할 수 있게 도전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얘기한다.”고 전했다.
이를 미뤄보아 경옥이 그림일기는 말 그대로 이 회장의 노력과 열정, 도전이 담긴 집약체라고 할 수 있다.
경옥이 그림일기에는 유독 소나무 수채화가 많이 보인다. 갑상선암과 난소암, 두 번의 암투병을 견뎌낸 이 회장에게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특별한 존재다.
항상 푸르름이 유지돼서 항상 활기찬 듯한 생애가 표현된다는 소나무의 특징이 이 회장을 사로잡았다.
이 회장은 “소나무 껍질의 울퉁불퉁한 모양은 추운 겨울도 이기고 모든 세파와 풍파를 견디면서 하나하나의 무늬를 만들어 낸 것 같아서 좋다.”며 특히 “뿌리가 땅 위로 도마뱀처럼 나온 나무는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굳건히 만들어냈다는 점이 좋다”고 밝혔다.
이런 이 회장의 소나무 사랑은 공장 기념 식수 심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경옥이 그림일기 속에 담긴 작품들은 한 점 한 점 의미가 담기지 않은 작품들이 없다.
특히 이 회장은 자전거 어반스케치, 상사화 등 가족과의 추억을 상기시키도록 하는 그림들을 설명할 때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
“남편이랑 가서 자전거를 탈 때 남편이 자전거를 붙잡아줬어요. 그러다가 어느순간 뒤에서 놨는데도 모르고 그냥 내가 간 거야. 그 날 처음 배워서 성공한 이후로 아직까지 자전거 한 번도 안타봤어요.”
이 회장에게 경옥이 그림일기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가족과의 추억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회장을 어머니로 생각한다는 이상백 시인은 그의 든든한 파트너가 됐다. 이번에 이 회장에게 수채화 선생님을 소개시켜준 것도 이상백 시인이다. 책 출간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그림의 모티브가 될 현장 사진을 찍는 데에도 이 시인이 함께했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릴 때에도 힘껏 독려해 힘이 돼줬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사람을 중시하는 편이다. 이상백 시인과의 관계만큼이나 직원들의 대소사를 직접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회사 직원들의 양∙음력 생일을 기록해뒀다가 직원들의 생일 때면 생일카드를 써주기도 했다. 가정이 편안하고 행복해야 하기에 직원의 결혼기념일에도 손수 기념카드를 써줬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돌 때면 돌반지를 해주기도 했고, 이 밖에도 유치원, 초등학교 등 입학도 챙겨주는 등 직원과의 소통도 놓치지 않는다. 직원의 경조사에 참여하려고 노력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나를 따라주는 직원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직원 사랑과 함께 ‘부서 이기주의는 안 된다’는 말도 이 회장이 회사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이 회장은 “레일 위를 달리는 전차가 탈선되면 목표지점에 갈 수 없다. 각 부서가 화합해서 잘 돼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이 회장의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동구바이오제약을 모든 사람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끝으로 “경영 노하우가 있는 지침서도 아니고, 교훈적인 것도 아니다. 일상의 삶을 그림 일기 쓰듯이 했기 때문에 그 시대를 살아온 분들에게는 공감을 이끌어내고, 6.25 전쟁 등 과거를 경험하지 못한 지금 젊은 세대들에게는 부모 세대와의 공감대 형성으로 친숙하게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미래를 잘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더 많아지면 좋다. 나이 든 사람들은 뒤로 가는 세대고 젊은이들은 나라를 짊어지고 갈 사람들이기에 굶주림을 견디고 일궈낸 오늘의 대한민국을 젊은이들이 더 위대한, 세계 1등 국가로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