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과학회가 제 56회 귀의 날 맞이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9월 6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했다. 그중 안면마비의 이비인후과 치료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대한이과학회는 이비인후과 중 귀를 진료하는 전문의로 구성된 국내 유일 학회로, 올해 32주년을 맞았다.
학회는 인류 귀 건강에 헌신한다는 미션을 갖고, 창의적 연구, 학술 교류, 이과 분야의 보건 정책 개발, 귀 전문가 양성 및 올바른 교육과 홍보의 5가지 비전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숫자 9와 ‘귀’의 발음과 모양이 비슷해, 1962년부터 매년 9월 9일을 귀의 날로 정해 귀의 건강과 관련된 교육과 홍보 활동을 위한 귀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신 정권 때 ‘~의 날’ 행사 금지로 4회를 실시하지 못해 올해로 햇수로는 60주년, 횟수로는 56회를 맞았다.
제 56회 귀의 날 ‘귀 건강 포럼’ 행사는 총 3부로 나눠져 진행됐다. 1부에서는 ▲ ‘과학적 접근으로 완치 가능한 주요 귀 질환에 대한 대국민 올바른 홍보’로 이명과 어지럼에 대해 소개했으며, 2부에서는 ▲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 라는 제목으로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안면마비의 치료에 대해 다뤘다. 마지막 3부에서는 ▲ ‘초고령 사회, 국민 귀 건강을 위한 과제와 전망’으로 인공 와우 급여화, 보청기 사업 문제에 대해 다뤘다.
구자원 대한이과학회 회장은 3부의 좌장이자 발표자로도 참여했다. 개회사에서 환영 인사를 하며 “오늘 3부에서 난청에 대한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귀에 대한 질환들, 난청이 저하시키는 삶의 질에 대비할 수 있는 토론, 의견 교환을 통해 대책을 마련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부에서는 ‘과학적 접근으로 완치 가능한 주요 귀 질환에 대한 대국민 올바른 홍보’라는 제목으로 이명과 어지럼이 과학적으로 접근해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에 대해 발표한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명은 질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난청으로 인해 청각 자극이 줄어든 데 대한 대뇌의 이상 반응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불편함의 호전 및 증상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동성 이명, 근경련성 이명, 타자기 이명 등 특수한 이명도 정확한 병력 청취 및 진단적 접근을 통해 완치 가능하며, 무엇보다 원인 질환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비인후과에서 이뤄지는 각 이명에 대한 간단한 치료법과 효과를 소개했다.
어지럼에 대해 발표한 김성헌 연세의대 교수는 “어지럼의 가장 흔한 원인은 전정장애이며,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전문의의 검사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며, 대표적인 어지럼 질환과 특징으로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전정편두통, 심인성 어지럼, 노화성 어지럼증 등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귀에서 발생하는 제일 흔한 어지럼 질환은 이석증으로, 평형기관에 있는 이석이 떨어져 나왔을 때 빠진 이석을 제자리에 넣어주는 이석정복술을 시행해야 한다. 이때 빠진 위치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르므로 전문의의 확인이 필요하다”며, “어지럼은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2부에서는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안면마비에 대한 이비인후과의 진단과 치료 방법이 소개됐다. 특히 안면마비가 나타난 초기에 적극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한데 국민들이 이를 잘 몰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조양선 성균관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여승근 경희대 교수, 이종대 순천향대 교수, 김진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교수, 전범조 가톨릭대 교수가 세션에 참여해 발표 후 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여승근 교수가 안면마비의 원인에 대해 소개했다. “안면마비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벨마비’인데, 특발성 안면마비로 불려지기도 한다. 발생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 가장 유력하지만, 중이염 등 다른 원인 질환이 존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종대 교수는 “안면마비에는 외상으로 인한 마비, 중이염으로 인한 마비가 있는데, 각각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법이 다르다”며, “초기치료가 중요하다. 초기치료를 받으면 90% 이상 좋아질 수 있고, 특히 벨마비의 경우 3일 내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하면 좋다는 근거 중심의 코크란 리뷰의 권고가 우리나라에서는 43% 정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침 치료 등을 받느라 치료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면 마비는 과학적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바이러스감염, 중이염, 종양 등 다양한 원인을 빨리 감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 교수는 “30%의 환자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선택해 후유증이 남는다. 영구적인 장애가 남지 않기 위해서는 조기부터 적극적인 안면 치료가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인 치료방법은 보툴리눔 톡신 주사와 안면 재활치료를 병행하는 것이다. 필요시 선택적 안면신경 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범조 교수는 안면마비 치료 선택에 대한 빅데이터 자료를 소개했다. “급성안면신경마비 월별·연도별 진료현황을 보면 한의과 치료 비율이 더 높다. 특히 고령층, 그리고 남녀 중에서는 여성이 한의과 이용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의학과 한의학의 진료지침을 비교하며 “대한이과학회의 급성안면신경마비 진료지침은 스테로이드 치료를 모든 환자에서 시행한다고 돼 있다. 한의학에서도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침과 양약 병행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침 치료에 대해서는 미국 이비인후과 벨마비 치료지침(2013)에서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다. 대한의사협회 201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67명 중 66명에게서 한방진료 부작용도 보고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개인적 측면에서 수술이 필요한 경우 정확한 감별과 함께 근거 중심의 과학적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고, 사회경제적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최선의 치료방법에 대한 연구와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안면마비 환자들이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왜 그동안 안면마비 분야에서 한의학 영향이 컸고, 이비인후과 치료가 체계적으로 홍보되지 않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종대 교수와 김진 교수는 “이비인후과는 안면마비의 원인이 되는 질환을 가장 잘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진료과로, 안면마비에 수반되는 청력 감소와 중이염 등을 치료할 수 있다”며, “OECD국가 대부분의 안면마비 클리닉이 이비인후과에 있으며 타 진료과와의 교통정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승근 교수는 “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안면마비 침 치료에 대한 국민 인식이 강한 것 같다. 상대적으로 이비인후과의 안면마비 치료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침 치료로 인한 부작용으로 내원한 환자들의 사례도 공개됐다. 침 치료의 과학적인 근거가 미약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독을 바른 침 등을 사용해 오히려 증상이 악화돼 사망에 이른 사례가 소개됐다.
의학과 한방 치료와의 공존과 관련해서 이종대 교수는 “안면마비 치료와 관련해서 급성기 3일 내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아야된다는 지침이 있음에도 한방 치료도 가능하고 의학 치료도 가능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조양선 교수는 “오늘 주제는 과학적 근거에 의해 안타깝게 여기는 부분이었다. 안면마비 치료가 이비인후과에서 가능하다는 내용이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지 않고 홍보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