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증가하는 난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펼쳐졌다. 현재 인공와우·보청기 급여정책과 난청 관리 정책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개선안이 제시됐다.
대한이과학회가 주최한 대국민 귀 건강 포럼 3부는 ‘초고령 사회, 국민 귀 건강을 위한 과제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됐다.
구자원 대한이과학회 회장과 민태원 국민일보 기자가 좌장을 맡고, 인공와우 급여화, 노인 보청기 사업, 치매 예방 난청 관리 정책에 대한 발표와 토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오승하 서울대병원 교수(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이사장)가 ‘우리나라 인공와우 의료급여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인공와우 수술은 고도 이상의 감각 신경성 난청 환자에게 청력을 제공하는 유일한 재활 방법으로, 인공와우는 내부기기와 외부기기로 구성돼 있다.
내부기기는 한 번의 수술로 평생 사용할 수 있지만 어음처리기라고도 하는 외부기기는 핸드폰처럼 고장이 나거나 분실될 위험이 있고,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부분 비용 문제 때문에 외부기기를 교체하지 못해, 인공와우 사용자의 56% 이상이 5년 이상 외부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인공와우 급여정책의 문제점으로 “미국, 호주, 싱가폴 등은 외부기기 교체비용을 5~7년 마다 전액 지원하고, 일본과 캐나다는 정기적으로 부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최초 1회에 한해서만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의 경우 양측 비대칭 난청이 있을 때 한쪽만 고도(70dB) 난청일 경우 급여 지원을 받으려면 양쪽이 다 나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 밖에도 “최초 수술비용 외 재활비용이 의료급여에 들어있지 않아 수술 이후의 지원이 전무하다”며, “일본, 중국에는 난청을 다루는 정부기관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 난청 지원에 대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으로 문일준 성균관의대 교수가 ‘노인 보청기 사업 새 정부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보청기 지원 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문 교수는 “난청 유병률은 나이가 들수록 급격하게 증가하지만, 그에 비해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난청에 대한 불편감을 갖고 있는 사람 중 17.4%만이 보청기를 구매, 실제 사용 비율은 12.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청기가 필요함에도 사용하지 않는 주요한 원인 2가지는 보청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보청기 구매 가격의 부담 때문”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새로운 정책 제안에 앞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청각장애 보청기 정부지원 정책 개선에 참여한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연구팀이 제안한 개선책은 ‘보청기 처방 - 보청기 구입 - 검수 확인 - 급여비 지급 청구 - 급여비 지급’ 순서였으며, 특히 “급여 지급 전 1달의 실사용 유예 기간을 두고 검수확인 절차를 넣어 부정수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고, 실제로도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급여용 보청기 스펙을 지정하고, 원가 분석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해서 보건복지부 지정 보청기 제품에 한해 건강보험 급여를 제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렇게 청각장애인에 대한 보청기 정부지원이 확대됐음에도 여전히 고령화에 따른 난청 발생 증가로 지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보청기를 지원하는 청력 기준은 두 귀 청력 손실이 각각 40 데시벨 이상인 경우인데, 40~60 데시벨에 위치하는 중증도 난청에 해당하는 130만명은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 장애인, 난청 노인에게 급여 보청기 제도를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제로는 구자원 한국이과학회 회장의 ‘치매 예방을 위한 난청 관리 국가 정책’이 있었다.
구자원 회장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노화성 난청은 실직과 빈곤으로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기도 하고, 의사소통 장애, 소외감, 사회적 격리, 불안장애, 우울증 등으로 정서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며, “난청 치료에 대한 사회적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력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한번 손상된 청력은 잘 회복되지 않으며, 일단 청력이 손상되기 시작하면 더 빨리 진행된다. 이렇게 일찍 진행된 난청은 평생의 짐이 된다”며 “노인성 난청에 대한 학령기부터의 대비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원 회장은 치매 예방을 위한 난청 관리 국가 정책으로 ▲학령기와 생애 전환기 청력검진 프로그램 시행, ▲보청기 수급대상 확대, 인공와우 보장성 확대를 제안했다.
이어진 패널 토의는 고령화로 인해 난청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청력 관리에 대한 국민 인식과 국가 정책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최재영 연세대 교수는 “보청기의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는 어느 의료행위에 비해서도 효과가 높다. 비용에 비해 치료의 가치가 있느냐, 생산성이 있느냐의 관점에서 보면 보청기 지원 확대를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가 보청기를 착용할 경우에 예방 효과가 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오승하 교수는 “보청기와 인공와우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을 본다면 우리는 소리를 듣고 대화하는 데 상당한 인지 기능을 사용한다. 난청 자체가 인지 기능에 해당되는 부분을 변화시킨다던지 우울이나 낙담이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청력검사 방법이 세밀하지 않아 난청에 대한 조기검진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보청기와 인공와우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낮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시력 검사와 시력을 개선하는 도구인 안경에 비해 청력 검사와 보청기, 인공 와우는 국민들이 필요성을 잘 모를뿐더러 사용이 불편하고 효과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영 교수는 “인공와우 외부기기(어음처리기)를 해마다 환자 100여 명이 분실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국민 인식이 낮아 무엇인지 모르고 버리기 때문이다. 학회도 그동안 난청과 관련 정보를 드리는 데 소홀했던 것 같다”며, “난청 관리 국가 정책이 보다 세밀하게 이뤄져서 국민 인식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