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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간호사 마취자격 두고 의사-간호사 갈등 ‘점입가경’

대한마취통증의학회-마취간호사회 입장 정면충돌
醫 “간호사 마취진료 불법” 看 “검증되고 법률로 공인”

전문간호사 업무범위를 둘러싼 의사와 간호사의 상반된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놓고 의사와 간호사 직역간 대립이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마취전문간호사의 각 진료과 영역으로까지 확산돼 ‘점입가경’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는 전문간호사의 마취 분야 업무범위를 구분 짓는 내용 등을 담은 해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자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의사들이 발칵 뒤집혀 먼저 반발에 나섰다. 개정안에 담긴 모호한 규정이 오히려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것.

마취통증의학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를 규정한 제3조 2호(마취분야)가항이다. 이 안에는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준하는 마취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학회는 지난달 9일 입장문을 내고 “마취진료가 간호사의 업무가 아님에도 개정안의 모호한 규정은 의사의 지시로 간호사가 마취진료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런 모호성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며 환자의 선택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마취는 단순히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수술 중 환자의 안전을 책임지는 의료행위로, 마취 자체로도 잘못 관리되면 흔하게 사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이를 뒷받침할 논리로 의료법 제24조의2를 들었다. 여기에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에 대해서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로 규정하고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제공하는 의사의 성명을 기록하도록 하고, 반드시 서면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법에 전문간호사라도 간호사의 업무만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으며, 마취는 고도의 전문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고위험 의료행위로 전문간호사라도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간호사가 단독으로 마취를 시행하거나 간호사에 마취를 위임하는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 및 교사의 불법행위라는 주장이다.

마취통증의학회는 “간호사가 마취진료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오해 빌미를 줄 수 있는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간호사의 마취는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수정돼 일부 집단에 의한 악용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대한간호협회 마취간호사회가 지난달 12일 입장문을 통해 “마취전문간호사는 역사와 제도를 통해 검증되고 공인된 마취분야 전문인력”이라고 응수하며 “오히려 마취 관련 불법진료행위는 의사가 마취전문간호사에 대한 지도 업무를 포기하고 마취진료 자체를 위임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즉, 의사가 아닌 자가 마취진료를 단독으로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의료행위인 것은 분명하지만, 불법진료행위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이번 입법예고에 있는 것이 아닌 의사의 윤리적인 문제에 있다는 주장이다.

또 마취간호사회는 마취가 고위험 의료행위이므로 간호사에 마취를 위임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마취통증의학회 주장에 대해 “시대착오적 주장”이라며 “마취전문간호사는 한국전쟁부터 70여 년 간 유지된 제도로서 그 전문성이 역사적·제도적 맥락에서 검증되고 법률로 공인돼 일부 의사 직역의 자의적 주장으로 함부로 무시되고 간과될 수 없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어 “분야별 간호제도가 전문간호사로 변경되면서 교육과정은 대학원 석사과정으로 확대·강화됐고 국가시험을 통해 복지부 장관 자격 부여를 통해 검증체계도 강화됐다”며 “제도가 체계적으로 발전돼 왔음에도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분야별 간호사 시절보다 축소하겠다는 마취통증의학과의 주장은 상식 수준을 벗어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마취간호사회는 마취통증의학회가 개정안 수정 필요성을 꺼내든 것과 상반되게 “입법예고된 마취전문간호사 업무범위는 의사와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관계를 명확히 규정했을 뿐 아니라 불법진료행위의 기준 또한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을 높게 평가했다.

이에 마취통증의학회가 그로부터 약 3주 뒤인 6일 재반박에 나서며 “마취는 수술과 같이 단독이든 지도를 받든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마취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고위험 의료행위로 전문간호사가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으며, 간호사가 단독으로 기관내삽관, 전신마취를 시행하거나, 혹은 간호사에게 위임하는 행위 역시 간호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의사는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의 불법 행위로 확정했다”며 관련 판결들(대법원 2010.3.25. 선고 2008도590 판결, 국민권익위 중앙행심 2013-02267, 서울행정법원 2014.7.3선고 2013구합53523, 부산지방법원 2015. 1. 9. 선고 2013고합140)을 제시했다.

또 “2011년 마취통증의학회에서 복지부에 의뢰한 마취전문간호사의 업무에 대한 행정 해석 질의에서, 복지부는 1977년 의료법 시행규칙의 내용과 달리 마취전문간호사라 하더라도 의료법 상 요양상의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업무를 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마취행위를 직접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즉, 마취진료를 단독으로 하건 의사의 지도하에 하건 마취전문간호사를 포함한 간호사에 의한 마취진료는 불법임이 법적으로 판결됐고, 또 불법임이 행정적으로 재공지된 바 있다는 것.

끝으로 학회는 “마취전문간호사가 단독으로 마취하지 않고 의사의 지도하에 마취를 하는 것이니 이는 상식에 부합하며, 협력과 상생을 보여주는 것으로 아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유효가 만료된 40년 전 옛날 정부 해석에 의거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교묘히 짜깁기해 발표하고 있다”며 “이는 직역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현 상황을 기망하고 호도하는 극도의 고도화된 전형적인 직역 이기주의의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이어 “마취는 수술과 같이 단독이든 지도를 받든 전문간호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라며 “마취진료는 의사에게 맡기고 마취전문간호사는 말 그대로 마취전문간호에 전념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도 전문간호사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법을 준수하고 의사면허범위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만 인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공은 여전히 복지부에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 마감은 13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