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체계로 알려졌는데 제주 영리병원 설립으로 위축 · 붕괴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대한의사협회 · 대한약사회 · 대한간호협회 등 직능단체에 영리병원 개설 철회를 위해 함께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다."
영리병원 철회와 의료민영화 중단을 요구하는 노동 시민 사회단체가 10일 오후 2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개최한 '제주 녹지국제병원 철회를 위한 문재인 정부 행동 촉구 및 원희룡 제주도지사 퇴진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이 이 같이 제안했다.
제주도 내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 차원에서 2005년 대두한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1호 영리병원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니며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반대에 지속적으로 부딪혀왔다.
결국 금년 10월 숙의형 공론조사에서 제주도민 58.9%의 반대로 '녹지국제영리병원개설 불허'라는 결과가 내려지면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하 원 도지사)도 해당 결정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12월 5일 원 도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불허 권고를 뒤집고 외국인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
이날 규탄 발언에서 나 위원장은 "지난 한주는 의료의 재앙이 시작되는 것을 확인하는 참으로 분노스럽고 참담한 한주였다. 보건의료노조는 2001년부터 국내에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투쟁해왔다. 그러나 지난주 원 도지사는 민주주의를 짓밟고 공론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을 존중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한 자기 말을 뒤집으면서 우리나라 제1호의 영리병원 개설을 허용했다."라고 언급했다.
문재인 케어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으나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고 토로했다.
나 위원장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료상업화를 포함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기획재정부 국장 시절부터 추진해왔고,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얘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의료기기 · 의약품 안전평가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며, "이게 과연 영리병원 · 의료민영화를 반대하는 공약을 한 촛불 혁명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정책이 맞는지 의문이다. 지난주에 의료공공성을 파기하는 입장이 나온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청와대와 사전에 조율된 입장인지 이제는 청와대가 분명히 답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때 정리해고 및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제정되면서 노동자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비정규직 보호법)이 통과되면서 1년 이하 비정규직이 양산돼 노동의 양극화가 더욱더 심화됐다. 그리고 촛불 정부 시기인 문재인 정부 때 의료 양극화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며, "촛불 정부이기에 어느 정부보다도 기대를 해왔다. 자살률 1위 · 장시간 노동시간 1위 · 저출산율 1위 · 빈부 격차 1위 등 불명예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건강보험 체계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않게 좋다는 자랑스러움이 있었다. 또,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로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도 했다. 그런데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혔다."라고 했다.
의료양극화는 국민 건강을 파괴할 것이라고 했다. 나 위원장은 영리병원 허용에 있어 안일한 생각으로 대처하면 결국 의료의 재앙이 올 것이라며 경고했다.
나 위원장은 "단 하나의 영리병원조차 우리나라에 허용되지 않도록 제주 영리병원 개설 허용을 철회하고, 이를 주도한 원 도지사가 퇴진할 때까지 보건의료노조는 앞장서서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메디포뉴스는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녹지국제병원 철회건과 관련한 단박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녹지제주헬스케어 유한회사가 내국인 진료 제한에 따른 법적 대응 의사를 표명했다.
의료법 제15조 제1항에서는 의료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법이나 제주특별법에서는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제한이 없는데 그걸 시행하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만일 의료관광을 하러 제주도에 간 사람이 녹지국제병원 근처를 지나가다가 사고가 났는데 해당 병원에서 내국인이기 때문에 진료를 거부하는 건 말이 안 된다.
◆ 복지부는 병원 설립권자가 제주특별법에 제주도지사로 규정돼 있어 손을 쓸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올라온 사업계획서를 복지부 장관이 승인했다. 병원 개설과 관련해서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제주도가 결정할 수 있지만, 사업계획서 승인은 병원이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허가해야 한다. 만일 허가가 안 되면 병원 개설을 못 한다. 그러므로 복지부가 승인을 취소하면 병원 허가도 취소된다. 그런데도 승인을 취소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복지부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 녹지국제병원은 건강보험 미적용 사업장이다.
그렇다.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고, 비급여 진료가 있다. 이로 인해 과잉진료가 많아질 것이어서 해당 병원에 다니는 사람을 위한 민간보험이 엄청나게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민간보험이 더 확대되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체계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체계로 알려졌는데 영리병원으로 위축 · 붕괴할 수 있다.
◆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다.
우리도 같은 의견이다. 보건의료노조에서는 대한의사협회 · 대한약사회 · 대한간호협회 등 직능단체에 영리병원 개설 철회를 위해 함께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다. 이를 승낙하면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