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는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36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현재 글로벌 헬스케어 연구개발(R&D)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꼽았다. 빌 게이츠는 기조연설에서 “영양실조와 장내 감염에 취약한 빈곤 국가 아이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이 체내에 제대로 생장할 수 없어 면역체계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빈곤국 아이들은 질병에 자주 걸리고 두뇌 발달도 더디다.”고 말하며 질병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상관성을 설명했다. 이어 빌 게이츠는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는 선진국 아이들 역시 가공식품과 항생제에 자주 노출된 탓에 비만, 자가면역질환, 당뇨, 고혈압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빌 게이츠는 “영양식 섭취,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을 이식하는 분변이식 등을 통해 건강한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하는 사업을 최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가 사업까지 시작할 정도로 관심을 가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은 무엇일까? 메디포뉴스는 세 차례의 기획기사로 ▲마이크로바이옴의 개념 및 연구동향 ▲우리나라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업 ▲정상설 장 바이오학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다룬다.[편집자 주]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오타?
2012년에 출판된 논문 <The human microbiome: our second genome>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모든 미생의 총합이며, 휴먼 마이크로바이옴(human microbiome)은 인체와 공존하는 ▲상재균 ▲공생균 ▲병원균의 집합이다.
김병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대사제어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연구방식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라는 개념도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발간한 <BioNpro> 33호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 군집 내의 총 ‘유전체 및 유전정보’에 중심을 둔 용어라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미생물 군집에서 ‘균주’ 그 자체에 중심을 둔 용어다.”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에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과 마이크로바이오타의 연구방식은 다르다. 즉,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원은 차세대염기서열(NGS; Next Generation Sequcing) 기법을 통해 미생물 군집 전체를 대상으로 유전체 및 유전정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을 기반으로 미생물의 분류∙종류에 대해 통계분석을 하는 것이다. 반면, 마이크로바이오타는 절대혐기성 위주의 난배양 미생물 균주를 분리하고 배양하는 데 초점을 둔다. 김 연구원은 “건강한 사람이 가진 미생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이 건강한 사람이 가진 미생물이 신약의 보고다. 이러한 방향성은 세계적은 추세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변이식을 대체할 파마바이오틱스(Pharmabiotics) 개발을 통한 신약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역시 종근당, 일동제약 등을 중심으로 이미 이 분야에 대한 투자가 시작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장내미생물 군집 분석을 통한 장 유형(enterotype)
2011년 사이언스지에 출판된 <Linking longterm dietary patterns with gut>에 따르면, 사람마다 장내 미생물 우점형이 다르다. 이 연구는 건강한 성인 9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의 장내미생물 유형은 ▲Bateroides ▲Prevotella ▲Ruminococus 우점형으로 구분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식습관이 장내미생물 유형과 높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ateroides 유형은 단백질과 동물성 포화지방의 섭취와 관련이 있고, Prevotella 유형은 탄수화물과 당류의 섭취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덧붙여 연구진은 일시적으로 음식물 종류를 바꾼 결과 장내미생물 유형도 일시적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대해 김병용 ㈜천랩 생물정보연구소장은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서 발간하는 <BioNpro> 33호에 기고한 글에서 “장내미생물 분포에 따른 장 유형(enteroype)의 구분은 맞춤형 질병치료나 건강증진에 매우 유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장내 환경은 음식물 섭취뿐만 아니라, ▲생활방식 ▲위생상태 ▲약물복용 등 외부적 요인에 따라 변하는 역동적 환경이다. 따라서 장내미생물의 복잡한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선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조적 특성에 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파마바이오틱 – 대변이식을 대체하는 합성세균총 개발
김병찬 연구원은 “대변미생물 자체는 품질관리(QC; Quality Control)에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합성세균총 제작’의 방식이 있다”고 언급했다. 합성세균총 제작은 약효가 있는 대변미생물을 분리해 대변을 직접 이식하는 방식대신 정제된 합성세균총을 환자에게 사용하게 된다. 김 연구원은 이 방식을 통해 임상허가를 받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강조한다.
또한, 김 연구원은 난치성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대변미생물들이 현재 많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난치성 질환과 관련있는 ▲대사 ▲면역 ▲염증조절 등에 젖산균만큼이나 중요한 대변미생물이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균주들은 호기적 배양방법으로 배양되지 않았던 절대혐기성 균주로 배양조건이 까다롭다”고 언급했다.
한편, 질환치료에 효능이 있는 미생물들은 더 이상 건강기능식품의 개념이 강한 프로바이오틱스가 아닌 약의 개념이 도입된 ‘파마바이오틱스’라는 용어로 차별화한 논문도 2014년 처음으로 보고됐다.
◆장내미생물, 모든 장기와의 연결고리?
장내미생물은 대사성 질환을 비롯해 암, 아토피, 심지어 뇌 질환과도 상관관계가 규명됐다.
특히, 2012년 <Natrue> 에는 뇌질환과 장내미생물과의 연관성을 주제로 다룬 리뷰논문 두 편이 발표됐다.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미주신경(Vagus nerve)을 통해 신호가 장에 전달된다. 이 신호로 인해 인체에 해로운 호르몬이 분비되다. 그 결과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초래돼 인체 유해균에 의한 신경독소가 만들어지거나 장 점막이 자극돼 인체에 해로운 사이토카인이 만들어지고, 이 사이토카인이 뇌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이 논문이 설명한 내용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질환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유익균이 장 속에 많을 경우 이러한 스트레스에 의한 불균형을 막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세라토닌, 도파민 등의 유익한 호로몬을 합성해 뇌에 염증반응이 일어나거나 공격 당하는 것을 예방하고, 심지어 치료까지도 가능할 수 있을지 모른다.”며 리뷰 내용을 요약했다.
또한, 장내 미생물로 인해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의 투과성이 조절된다는 논문이 2014년 발표되기도 했다.
이처럼 마이크로바이옴은 질환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메디포뉴스는 다음 기사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과 기관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내용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