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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보건계 다음 흐름은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장 바이오 학회,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기초연구자와 임상의가 만나는 플랫폼

“암 수술 후 삶을 더 가치있게” 70을 바라보는 노의사는 마음 속에 항상 새겨진 말이다. 이 말을 실천하기 위해 노의사는 1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제자들에게 면역학 과외까지 받았다. 면역학 공부는 자연스럽게 장내 면역, 장내 미생물과 연관됐다. 어떻게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이 암 수술 후 삶을 더 가치있게 해줄 수 있을까? 메디포뉴스는 17일 분당차병원에 정상설 장 바이오학회 회장을 직접 만나 보건산업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미래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들어봤다.[편집자주] 

◆ “인간 유전정보의 20%는 세포에, 80%는 장에”
어떻게 장 바이오 학회를 설립했느냐는 질문에 정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이유부터 들려줬다. 

“나는 유방암 전문가다. 젊은 시절에는 수술을 통해 암 환자를 치료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환자들을 다시 보니 수술 후에도 힘들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와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40%이상의 암 환자들이 수술 후 다양한 문제로 인해 힘겨워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할까 더 알고 싶어 요양병원 관계자에게 물으니 ‘불안’감 이었다. 소위 이런 문제는 ▲정신과적 문제 ▲행동장애의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내 분야가 아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과도 이 문제에 대해 상의를 해 봤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정신과적 문제와 마이크로바이옴과의 연관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정 교수는 면역학자와의 이야기부터 들려줬다. 

“앞선 말한 암 환자들의 행동장애 즉, 정신과적 문제의 근본원인이 뭘까 다각도로 접근해 봤다. 한창 면역학 공부를 하고 있을 때라서, 면역학 기초학자들과 이 문제와 관련해 논의해 봤다. 그런데 이 문제가 장내 미생물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 내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를 하고 있다는 분께 연락을 드려봤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그 연구를 하지 않으신다고 했다.”  

정 교수는 안타까웠다고 했다.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과 ▲불안 ▲기억 ▲인식장애 등과 같은 정신과적 증상이 연결돼 있다는 ‘gut brain axis’라는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는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특히 장내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을 단순히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에 한정하는 상황 역시 지적했다. 

“장내 미생물과 불안, 기억, 인식장애 등과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지 못 하고 있었다. ‘gut brain axis(장과 뇌가 연결돼 있는)’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마침 오사카에서 장내 미생물을 공부하고 있던 분과 만나게 됐다. 그분이 마침 자신의 전공분야이다 보니 흥미를 갖고 이야기를 하는데, 안타깝게도 유산균에 대한 이야기만 있지, 유산균의 어떤 물질이 작용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도 유산균 장사만 잘 되는 것이다.(장내 미생물이 유산균이 다가 아닌데)” 

정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그러다 미국의 America gut이라는 곳을 알게 됐고, 이곳에서 미국이 왜 precision medicine 분야를 선도해 나가게 됐는지도 실마리를 얻었다고 한다. 

“ America gut’이라는 기관은 인체 유전정보가 20%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포 안에 있고 80%는 장에 있다고 말한다. 그 80%의 유전정보가 장에 있다는 것을 찾아 들어가고 있는 것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다. 인체 유전체 지도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고. 이런 개념 때문에 미국이 precision medicine을 시작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연구자와 임상의가 마이크로바이옴을 중심으로 만날 수 있는 플랫폼 만들고 싶었다 
일선에서 물러난 자신과 같은 사람이야 이렇게 적극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공부할 수 있지만, 매일 환자를 돌봐야 하는 의사들에게는 마이크로바이옴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버거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장 바이오 학회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지금 병원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 의사들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적극적으로 공부하기 힘들다. 그래서 내가 기초학자들에게 제안했다. 당신들이 하고 있는 연구도 결국은 어떤 유산균을 주니, 동물에서 이런 현상(증상)이 없어지는 정도다. 아토피, 뇌, 간, 여러가지 문제가 나열돼 있는데. 이런 정도의 연구만 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환자들이 유산균만 사다 먹는 혼란이 생긴다. 기초연구자끼리 연구만 하면 뭐할 것이냐? 연구 내용을 임상의사들과 교류해 임상의가 연구내용을 알고 치료법에 적용을 해야 인류와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 아니냐? 아무리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도 연구 방향성도 틀어질 수 있다.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면서 연구자와 임상의사가 상호 간의 지식교류를 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을 만들어 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금의 플랫폼의 시대니까.”

좋은 아이디어는 많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정 교수는 자신의 생각을 곧바로 실천으로 옮겼다. 

“정재호 연세대 교수에게 이런 생각을 공유했다. 내가 시니어로서, 지금 일선에 직접 연구를 할 순 없지만, 심지어 나는 이 쪽 분야 연구를 해 본적도 없다. 이런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임상의는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술을 제시할 수 있고,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며, 임상의들에게 자극을 줘 공부하게 할 수 있다. 안 그러면 임상의들은 신약이 개발되도 이 약이 좋다고 말하면, 무조건적으로 쓰게 되고, 제약회사 리베이트 문화가 계속 만들어지게 된다. 제약 분야는 미국이 계속 주도하고, 우리는 계속해서 다국적 제약회사 약만 사다 쓰게 되고. 이 것은 지난 30년 일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제약분야에서)선두주자가 될 수 없느냐?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 우리가 제약분야를 선도해 나갈 실마리가 있다고 본다.”

학회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정 회장은 처음 학회를 구상해 만들 당시를 들려줬다. 

“이 학회를 처음 구상하고 미팅을 가진 것이 지난해 6월이다. 학계를 은퇴해 연구비도 없었고, 자금력 역시 부족했다. 개인적인 사재를 내기도 했고, 나를 많이 따르는 이길연 경희의대 교수(장 바이오 학회 총무이사)도 내 의도에 공감을 했고, 연세대 정재호도 자기도 해 보겠다고 해서 정말 6개월 동안 고생 많이 했다. 제대로 된 학회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세계 석학을 모시려고 하니 역시 힘든 점이 많았다. 일단, 우리 학회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고, 이들을 모시고 오려면 최소 500백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자금을 융통하기도 힘들고, 스케줄 조정도 힘들었다.”

◆마이크로바이옴,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 산업될 수도 
정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체는 아직 밝혀진 것이 미비하다고 했다. 명확한 하지 않은 실체가 다가올 때 사람마다 반응은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배우고, 어떤 이는 이를 그냥 무시로 일관한다. 

“지금 사실 모르는 것이 많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몇 가지 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 실체도 명확히 규정되지 못 했다. 나 같은 사람은 성격상 이것이 뭔지 궁금해 하고, 알아보려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것을 알려는 것을 골치 아프고, 이미 나온 사실도 알아가기 바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 IT가 앞으로 먹거리가 될 수 있는가? 이제 끝났다. 마이크로 바이옴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장 바이오 학회의 역할을 소개했다. 

“장 바이오 학회가 ▲외롭게 소외된 환자에게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하는 장이 될 수 있고, ▲세계적으로 이 분야를 리드할 수 있는 학문적 기반을 만들고 ▲서로 간의 상호 지식 교류의 장을 만들어 이 지식이 발전되면 국가의 새로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장 바이오 학회의 창립 목적을 힘주어 말했다. 

“내가 GUT BIOSOCIETY(장 바이오 학회)를 창립하게 된 목적은 딱 하나다. 기초 학자와 임상의사가 지식 교류의 장을 만들어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학문인 미생물 유전체 공부를 활발히 하고, 이를 통해 KORENA GUT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이 우리나라 차세대 먹거리가 되기를 바란다.”

명확하지 않고 잘 알지 못 한다고 해서 배척할 수 만은 없다. 마이크로바이옴도 마찬가지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내용을 우리나라가 알아낼 수 있다. 장 바이오 학회가 부디 이런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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