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화, 보안성, 투명성, 안정성을 골자로 비트코인, 해외송금 등에 응용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 분야와 접목될 시 환자가 자기 의료정보를 자기 주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발생하나, 이에 따른 사회적 · 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각계각층의 우려 역시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 활용 관련 논의가 활성화됨에 따라 블록체인의 대표적 활용분야로 논의되는 의료분야에서의 실질적 활용 가능성 여부를 살피는 취지로 지난 10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개최된 '의료분야에서의 블록체인 활용방안 정책간담회'에서, 서울의대 의학과장 정보의학 김주한 교수가 '블록체인이 의료를 만났을 때' 주제로 발제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거래내역이 공개 기록되는 온라인 장부로, 새로운 블록은 바로 전 블록에 대한 인증정보를 갖고 사슬(hash chain)로 묶여있어서 위 · 변조가 어렵고, 전체 거래내역을 담은 블록체인은 여러 노드 분산 검증 및 저장돼 관리되므로 사실상 위 · 변조할 수 없다.
기존 중앙집중형 네트워크는 제3자 신뢰기관과 개인의 거래로, 중앙서버가 거래공증 및 관리를 하며 사이버공격의 위협을 받을 수 있고, 유지관리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P2P)는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가 거래내역을 공유 · 보관하고,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며, 거래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되고, 해킹 위험성과 유지보수 비용이 낮은 장점이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적용 원리를 살펴보면, A가 B에게 송금을 요청하면 해당 거래 정보가 담긴 하나의 '블록'이 생성되고, 네트워크상의 모든 참여자에게 이 블록이 전송된다. 각 참여자는 해당 블록을 승인하고, 각 참여자의 기존 블록체인 기록에 추가 결합해 실제 송금이 완료된다.
김 교수는 비트코인의 장점을 탈중앙화, 보안성(원본성), 투명성, 안정성으로, 단점을 10분의 느린 처리속도와 저장 용량 급증 등으로 꼽았다.
블록체인 종류에는 퍼블릭, 프라이빗, 컨소시움이 있다. 김 교수는 "퍼블릭은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이다. 프라이빗은 은행권에서 대개 사용되고 있다. 은행끼리 연합해서 은행에서 쓰겠다는 것이다. 즉, 중앙집중형 구조로, 은행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전자화폐는 퍼블릭으로 간다. 퍼블릭은 누가 주인인지도 알 수 없는 시스템으로 돼 있고, 국경이라는 게 없으며, 해외송금 · 국내송금 비용 차이가 없다."라면서, "컨소시움이 중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 집단지도체제 같은 것이다. 일부 컨소시움과 승인된 사람이 시스템을 관리하고 나머지는 일반 노드로 관여해서 시스템 혜택을 보는 구조로 돼 있다. 비트코인은 퍼블릭 블록체인이고, 우리나라 은행권에서는 프라이빗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간단한 경쟁은 아닐 듯싶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어떻게 합의를 하냐면, 블록체인은 노드가 100개가 있다면 다수결로 결정한다. (각각의 블록에 보안이 다 돼있기 때문에) 해커가 전체를 공격할 수 없다. 네트워크 반 이상을 공격하기 전에는 넘어가지 않는다. 기존의 P2P에서는 이게 불가능했다."라면서, "기술적으로 많은 이슈가 있는데, 기존의 수많은 암호화 기술을 통해 기본적으로 전체 합의 과정이 관리자 없이 시스템 내에서 이뤄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해외송금, 데이터 저장 및 보호, 익명 등에 응용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로 제3자 신용기관 없이 사용자 간 인증으로 안전한 거래 · 유통이 이뤄진다. 제3세계에서는 거래 안정성이 깨지기 때문에 비즈니스가 불가능했는데, 비트코인으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없어도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다. 또, 해외송금 수수료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 데이터 저장의 경우 예를 들면, 국가 토지대장을 블록체인으로 기록해 해킹 · 조작을 원천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익명의 경우 사적 P2P 망에서 송수신 메시지 암호화로, 송수신 당사자의 주소가 추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의료 분야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응용될 수 있다. 응용 분야는 ▲PHR(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기록), ▲보험청구, ▲의료 · 의약 물류 및 약품 관리, ▲임상시험 · 연구정보 등의 원본성 보장, ▲보상체계, ▲의료기록 관리, ▲보험 청구정보 처리, ▲임상연구 · 임상시험 · 의료 데이터 관리 등이다.
김 교수는 "원본성을 보장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면 임상시험에서의 데이터 조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가능한데 이해당사자가 싫어할 수 있다. 또, 의료 · 의약 물류체계에서 마약류 관리 등 추적 활용도가 대단히 높다. 그리고 미국의 경우 보험청구가 굉장히 복잡한데 부당청구 등의 문제를 추적하는 것에 응용할 수 있다."라면서, "보상체계를 들 수 있다. 좋은 행동을 한 사람에게 코인을 주고, 그 코인의 가치가 증가하면 그 사람이 이득을 볼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인센티브가 엉망진창으로 섞여 있어서 해야 될 일을 못 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인센티브 시스템을 재조정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의사가 어떤 행동을 하면 환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데, 그 행동과 관련해 보험회사에서는 수가를 지급하지 않는다. 의사에게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코인을 지급하면 의사도 할 마음이 높아진다. 그것이 전체 의료 시스템에 도움이 되면 코인의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교수는 "PHR에 응용할 수 있다. 이로써 환자 자신이 플랫폼이 된다. 즉, 의사 중심, 병원 중심, 의료보험자가 중심인 의료시스템에서 소비자인 환자 중심으로 전환돼 정보를 관리 · 운영하는 체계가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논란이 되는 것이 '의료 데이터가 통합될 수 있느냐', '의료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느냐', '의료 데이터를 사고팔 수 있느냐'이다. '변환한 데이터 구조가 다 달라서 교류가 안 되는데, 이것들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느냐'인데 그것은 블록체인과는 먼 기술이며, 데이터를 직접 다뤄야 할 문제이다."라면서, 의료 데이터 공유 · 통합 · 거래는 블록체인 기술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영역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할 경우 의료기록은 탈중앙화가 가능하고, 위 · 변조를 방지할 수 있고, 누가 어떤 자료를 썼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데이터양이 많기 때문에 이것들을 모두 블록체인에 담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려서, 주소만 블록체인에 담고 실제 내용은 외부로 빼서 링크만 연결하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안정성 · 접근성 · 암호화 등의 기술을 잘 배합하면 환자가 자기 데이터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고 누구는 볼 수 있고, 누구는 볼 수 없고, 누구는 이틀 동안만 볼 수 있게 하는 등의 기록을 전부 추적 · 통보받을 수 있는 'Patient control' 개념이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보험청구의 경우 굉장히 복잡한 보험 시스템 및 아직 정보체제가 약한 국가 등에서 부정행위를 막을 수 있는 내용이 아주 많다. 또, 임상연구, 임상시험 및 의료 데이터 관리에서 연구 과정과 정보처리의 위 · 변조 방지가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기술이 비트코인의 경우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왔지만, 의료 분야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의료기록(Medical Record)과 관련해 김 교수는 "스마트폰으로 의료기록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거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기존의 수많은 문제가 거의 해결된다. 나의 모든 기록을 스마트폰에 넣고 관리하고 싶은데, 관리하는 것이 매우 복잡하다. 블록체인으로 내가 쓴 기록인지, 의사가 쓴 기록인지 구분할 수 있고, 관리하고, 원본성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블루버튼 캠페인이 존재하는데, 이는 환자가 병원마다 존재하는 블루버튼을 누르면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자기 진료 정보를 전송하도록 촉구하는 국가 스마트 정보 의료 캠페인으로, 기본적으로는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김 교수는 "병원에서 정보를 제공하려면 투자를 병원에서 해야 한다. 환자가 데이터를 받으면 혜택이 환자에게 간다. 투자자와 혜택을 받는 자가 나뉘고 인센티브가 겹치게 됐을 때 그것을 코인으로 표현할 수 있는 면도 존재한다."라고 했다.
현재는 정보교류와 관련해 의료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EMR(의료기관 내 의료정보 전산화)에서 EHR(의료기관 간 의료정보 공유 시스템)로, 그리고 PHR이라는 환자 중심의 정보 통합 형태로 전환되는 시점에 놓여 있다. 김 교수는 "어차피 환자에 대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환자 중심으로 정보를 관리하면 복잡성이 사라진다."라고 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기존 의료 인프라에 블록체인을 응용함으로써 많은 문제 해결이 가능해지고 의료시스템 서비스 전달 체계가 좀 더 안정화돼 수요 가능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종합토론에는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성신여자대학교 융합보안공학과 홍승필 교수, 한국인터넷진흥원 주용완 인터넷기반본부장,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보건복지부 오상윤 의료정보정책과장은 "기술적 · 제도적 측면에서 대용량의 의료 데이터들을 저장 · 교류 · 암호화한다든지 등의 기술적 내용을 이야기하기 전에 의료계 자체 용어의 표준화, 정보 표준화도 아직 진행이 덜 된 상황임을 전제로 말하고 싶다. 또, 블록체인을 도입했을 때 운영되는 거버넌스에 관해 많은 기술 개발과 제도적 고민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다만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 기술을 사용한다면 개인 진료 정보들을 많이 수집 · 결합해서 분석함으로써 임상시험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위 · 변조할 수 없기 때문에 보건의료 분야에서 허위 · 부당 청구 등을 잡아내는 수단으로 사용 가능할 것이다. 또, 여러 의료기관을 옮겨 다니면서도 환자가 개인의 진료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이전 의료기관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았는지 열거 · 조회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긍정적 측면에 있어서 블록체인 기술 활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의료정보정책과에서 진행하고 있는 중요 사업 중 하나가 '진료정보교류사업'이다. 거점병원을 중심으로 개인 환자의 의무기록이 저장되고, 이를 의료기관에서 환자 동의하에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과 비교해서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따져보면 정보 통제, 정보 활용 권한 등의 부분에서 더욱 환자에게 힘이 실리고 정보 활용 범위가 넓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복지부에서는 이러한 분야들을 중심으로, 추가 연구 개발이나 R&D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 과장은 "정책 집행자로 일하면서,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고 사회에 도입될 때 반드시 양면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의료정보정책과에서 하는 중요한 사업 중 하나가 '원격의료사업'이다. 이 사업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의사와 환자 간 소통 및 진료가 이뤄지는 것으로,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라 생각한다."라면서,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어떤 거버넌스에서 이뤄지는지, 이 사업으로 인한 부가가치를 누가 가져갈 것인지와 이러한 요인들로 발생하는 의료민영화 논란, 여러 대학병원 중심 논란, 의료전달체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 등 여러 쟁점 등이 당시에 불거졌다. 이러한 갑론을박을 거쳐서 복지부에서는 의료취약지를 중심으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원격의료를 활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처음에 원격의료 기술이 개발됐을 때 많은 계획을 그렸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실제 이 기술을 수용하는 사회 입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논란 및 쟁점이 불거졌다."라면서, "복지부가 지난해 보건의료포럼이라는 논의체를 통해 블루버튼 이니셔티브를 논의한 바 있다. 환자가 자기 진료 정보를 내려받아서 조회 ·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한 청중이 '자기 진료 정보를 환자가 내려받아서 민간보험사에 제출하도록 하면 그것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질문했다. '사회적 약자가 혜택을 준다는 보험사 측의 오퍼에 따라서 자기 개인정보를 모두 내려받아서 제공할 수도 있고, 만일 그런 정보들이 축적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우려였다."라고 했다.
오 과장은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함으로써 보험사 지배력이 강화되는 것을 우려할 수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민간보험금을 낮추는 데 자기 정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한편으로는 '자기 정보를 활용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PHR이 더 강화되면 그런 문제들은 훨씬 가속화될 것이다. 병원에 따라서는 개인 정보를 민간보험사나 다른 업체에 판매하는 그런 문제도 상정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금지돼 있으나 사회적 약자가 자기 피를 뽑아서 판매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희귀질환자는 연구가치가 높기 때문에 연구를 위해 개인 정보를 판매할 수도 있다. 이런 것이 사회적 ·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인지에 관해 논의가 필요하다."라면서, "또, 어디까지가 환자가 주도권을 가지고 관리 · 교류 · 활용할 수 있는 자기 정보인가의 문제가 있다. 의료계 몇몇 전문가는 의료기관에서 작성한 모든 내용이 환자 개인정보는 아니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의료인이 어떠한 치료방식을 결정하고 어떤 자원을 소모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의료기관의 핵심 정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환자 개인이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또, 이렇게 의무기록이 점차 많은 활용이 되고 궁극적으로 의료소송 등에 활용됐을 때 이를 우려하는 의료인들의 소극적 · 방어적 의무기록 생산 등의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적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단말기가 필요한데, 이 기술을 활용하기 어려운 접근성이 낮은 고령층, 아이들 등에 대해서, 또, 이들이 과연 자기 정보를 주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문제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오 과장은 "지불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기존 건강보험체계에서 구축돼있는 지불제도 및 수가보상체계 등과 관계정립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등의 문제가 있다."라면서, "이러한 혁신적 기술을 활용하면서 환자 중심을 우선으로 두고 불편을 해소하는 측면에서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더 나아가서 다양한 산업적 활용 등 여러 활용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사회적 쟁점이 되거나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면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를 진행해나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