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헬스케어 분야에 블록체인 도입으로 데이터의 비식별화와 상호호환성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잘못된 생각이며, 이는 블록체인과 상관없이 비식별화 과정과 데이터 표준∙인터페이스 표준 등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국내에는 아직도 풀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24~25일 양일간 산업교육연구소가 개최한 ‘스마트의료/헬스케어 융복합 및 미래기술 최신 분석과 사업모델 세미나’가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진행됐다.
그중 첫날인 24일에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사업부의 정세영 교수(가정의학과)가 ‘블록체인은 의료를 혁신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헬스케어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없애고 그 가능성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정세영 교수는 “블록체인의 태동기부터 상용화 단계까지의 사이클을 살펴보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블록체인은 현재 태동기에 불과하다”며, “헬스케어 분야는 혁신성은 굉장히 크지만 블록체인이 완전히 정착하려면 10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정 교수는 이날 사람들이 혼동하는 블록체인에 대한 오해를 설명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더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오해”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정보 보안’의 3요소에는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정보의 비밀을 유지하며 명백히 허가된 대상에게만 정보가 제공되도록 접근 통제와 암호화로 구현되는 ▲‘기밀성(Confidentiality)’, 정보의 변경, 삭제, 생성을 막고 물리적 통제와 접근 통제로 정보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보장하는 ▲ ‘무결성(Integrity)’, 그리고 적절한 방법으로 작동되고 정당한 방법으로 필요한 시점에 권한이 부여된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 ‘가용성(Availability)’이 있다.
이 중 블록체인이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은 ‘무결성(Integrity)’ 하나뿐이라는 것이다. 정세영 교수는 “헬스케어 데이터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더라도 ‘무결성’ 문제를 해결할 뿐 ‘기밀성’은 또 다른 문제로, ‘비식별화’ 등을 통해 정보 보안을 강화하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교수는 “결국 헬스케어 데이터의 블록체인 도입은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함으로써 참여자들에 신뢰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세영 교수는 “저장의 관점에서도 블록체인에 헬스케어 데이터를 싣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하나의 평균 블록 크기가 1MB 정도”라며, “메디컬 데이터는 그 양이 엄청나 블록에 다 실을 수 없어 블록에 헬스케어 데이터를 저장하겠다는 얘기는 잘못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결국 블록에 실을 수 있는 것은 환자 정보에 대한 메타데이터(metadata)고, 나머지 실제 메디컬 데이터들은 저장소에 저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PHR (personal health record, 개인건강정보)의 블록체인 적용도 마찬가지로 저장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말하며, “실제 PHR에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고 하면 정보보안에 대한 신뢰를 제공해 PHR 사용률을 제고하는 의미 정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세영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의료정보 데이터의 상호호환을 블록체인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잘못된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의료정보의 상호호환성은 블록체인 도입 이전에 먼저 확보되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정보시스템 도입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상보호환성 해결에 대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정 교수는 ▲블록체인을 헬스케어 데이터 저장에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으며, ▲블록체인은 데이터의 무결성만 보장할 뿐 기밀성은 또 다른 문제로 별도의 비식별화 과정 등을 통해 보완해야 하며, ▲데이터의 상호호환성 또한 데이터표준이나 인터페이스 표준 등을 통해 블록체인 도입 이전에 별도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