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 한의과 치과에 종사하는 의료인들이 이번 보톡스·레이저 판결을 보는 견해는 무엇이고, 앞으로 대응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지난 7월21일 대법원은 눈가 미간에 보톡스를 시술, 의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치과의사 정모 씨에 대해 무죄취지로 파기, 서울지방법원으로 환송시켰다. 이어 8월29일 대법원은 얼굴에 프락셀레이저를 시술,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또 다른 치과의사에 대해서는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 이번 대법 판결은 치과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한 것이 승리의 주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치과전문의 고시 문제로 불신임 위기에 처한 치협 회장이 전력투구한 결과라는 평가다. 그런데 대법 판결이 보톡스‧레이저 의료서비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소비자의 인식의 변화에 따라 시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법원이 의료법 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입법적 조치 즉 정책 법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이 2가지 판결은 의료인간 영역 다툼에 불을 지핀 셈이 됐다. 한의사협회는 ‘이제는 시대 흐름에 맞게 의료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료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보톡스‧레이저 판결에 대응, 치아미백 피부구강 등 치과 영역으로 진료를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치과의사협회는 치과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가동했다. / 의료인간 영역 다툼은 의과와 한의과는 IMS시술과 현대의료기기를 놓고 진행 중이다. 의과와 치과는 보톡스‧레이저 시술과 치아미백·피부구강치료를 놓고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한 의협 한의협 치협의 주장을 취재했다. [편집자 주]
◆ 의협, 의료법에 면허범위 명확화 및 타과영역 진출…‘투트랙’ 대응
의과는 이번 2가지 대법원 판결에 의료법에 면허범위 명확화 및 치과영역 진료를 위한 학술활동 전개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의료법에 면허범위 명확화라는 대응전략은 전관예우 등 법원의 구태를 불신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추무진 회장은 지난 8월31일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문에서 “의료영역 등 전문분야에 대한 판단을 더 이상 사법부에게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의협은 지속적인 의료면허 영역구축을 위한 입법‧제도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추무진 회장은 “대법원 판결에 얼마나 큰 문제가 내포돼 있는지, 그 심각한 폐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환기시킬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즉 대법원이 법 해석에 그치지 않고 입법 정책 기능을 하고 있는 최근에 경향에 대한 지적이다.
앞서 의협은 지난 8월24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치과진료영역에 주름살 시술을 포함시킨 대법원 판결의 의미와 사회적 파장 논의를 위한 토론회’를 가진바 있다.
토론회에서 ‘의료영역과 소비자보호, 사회적 통념과 법해석’을 주제로 발표한 박지용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대법원의 보톡스 판결은 의아스럽다가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한마디로 지적했다.
박지용 교수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결론에 대해 법리적인 쟁점은 차치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법원이 정책 법원을 지향한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으로서 우려스럽기도 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대법원 판결의 소수 의견이 ‘의료법 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입법적 조치와 마찬가지’라고 판시한 점은 법학의 근본적 문제의식 및 요청의 관점에서 반드시 음미하여야 할 대목이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8월29일 치과의사의 레이저 시술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로 최대의 피해를 입은 피부과는 ‘이에는 이’라는 맞불 전략으로 대응을 다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는 8월31일 성명서를 통해 “구강미백학회를 창립하고 구강미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피부과학회도 9월2일 성명서를 통해 “피부과 전공의 수련 교육과정에 기존에 포함되어 있던 구강 및 점막 질환 치료 내용을 확대하겠다. 나아가서 피부구강치료연구회를 신설하여 구강 내 질환에 보다 적극적인 교육 체계를 갖춤으로써 엉뚱한 법해석에 따르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 한의협, 시대흐름에 맞게 의료법 개정 추진…‘의료기기’ 사용 명문화 추진
한의과도 의과처럼 의료법 개정이지만 지향 점은 다르다.
의과가 면허범위의 명확화라면 한의과는 의료기기 허용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 7월21일 대법원은 보톡스 판결에서 ‘의료행위의 개념은 의료기술의 발전과 시대상황의 변화, 국민의 인식과 필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의약품과 의료기술 등의 변화와 발전을 반영하여 각 의료인에게 허용되는 새로운 의료행위 영역이 생겨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 지난 7월25일 한의협은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의료법 개정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은 “현재 의료법은 오히려 시대 변화에 뒤처졌다. 국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개정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결문을 인용,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보톡스 판결 이후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도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시대 흐름임을 주장했다.
김지호 홍보이사는 “누구나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일단은 의료기기라든지 의료행위, 즉 양의사들이 지금까지 보편적으로 써왔던 부분들에 대해서 앞으로는 사법부도 그렇고 전향적으로 생각할 거다. 그러한 차원에서 일단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의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회가 진보할 거라는 전망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한의사에게 5개의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한바 있고, 보건복지부가 혈액검사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하는 등 사회분위기는 한의사에게 긍정적으로 변화 중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법원의 보톡스 판결을 시대 상황의 발전으로 생각하고 있다. 폭을 더 확대해 나가고 생산적인 논의를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판결이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허용 확대에 영향을 미치는 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있으니까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양의사의 주장처럼 전혀 별개라기보다는 일맥선상에 있는 사건이고 갈등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한의계가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도 고민해 보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당장 무엇을 하겠다라고 하는 것은 좀 앞서가는 것 같다. 어떤 걸 할 수 있을 지는 고민해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 치과, 구강영역 침범 실력행사보다 추이 전개 주목…영역수호 특위 가동
치과는 의과의 치과진료영역 침범 선언에 당장 고소고발 등 실력행사보다는 사태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모 부장은 “(의과의 구강미백 구강피부치료 관련 학회 활동에 대해) 현재는 법률 검토 중이다. 결국은 진료영역 침범에 대한 결론은 법원에서 내는 것이다. 소송은 누가 낼지 모른다. 이해 당사자인 치과의사가 내면 치협도 인벌브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과가 의료인 중 가장 큰 단체이다. 그런 의과가 과도하게 대응 한다는 거에 대해 차근차근 법률 검토할 것이다. 당장 고발하겠다는 입장도 그럴 단계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치과는 의료인 중 가장 큰 단체인 의과에 대항하기 위해 특위를 가동했다.
치협는 지난 8월16일 저녁에 협회에서 정기이사회를 개최, ‘치과진료영역 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치과에 산적한 영역확산 문제들에 대하여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서는 의과 등 타 단체의 의료법개정을 저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회원들로 구성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이강운 법제이사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향후 치과의 의과에 대항하는 영역수호를 위한 구상을 듣기 위해 전화 카톡 등을 통해 이강운 특별위원장과의 취재를 시도했지만, 해외 출장인 관계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