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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수첩>건보공단 기만전술로 수가협상 타결?

공단의 '기만'과 공급자단체의 '묵인'이 만들어낸 합작품

협상초기부터 '추가소요재정 축소설' 흘리며 공급자 혼란시켰지만 지난해와 비슷

내년도 병의원 등의 진료비 인상률을 결정짓는 2015년도 유형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이 5개 유형에서 평균 2.22%의 인상률로 체결됐다. 추가소요재정은 전년(6900억)과 거의 비슷한 6781억이다.

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지난 3일 오전 3시까지 진행된 협상에서 대한의사협회는 3.0%, 대한병원협회는 1.8%, 대한약사회는 3.1%의 인상률에 사인했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는 건보공단과 릴레이 협상을 거듭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해 건정심행을 택했다.

의원급의료기관을 대표해 최종협상을 마치고 나오는 의협 수가협상단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당초 의협이 공단에 제시한 인상률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나름 선전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이번에 받아낸 3.0%의 인상률은 전년과 같은 수치이다.

의협이 날로 심화되는 개원가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높은 인상률을 제시했음에도 전년과 비슷한 같은 수준의 인상률에 합의하며 만족감을 나타낸 것은 결과적으로 건보공단의 전술이 성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공단은 협상초기부터 총밴딩폭(추가소요재정)이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흘렸고 이는 언론에도 보도되어 공급자단체들을 긴장시켰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에 협력하고 사상최대 건강보험 당기흑자를 법정준비금으로 비축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내년도 추가재정소요분이 1000억 정도 줄어든 5800억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공단은 협상 초기 의협에는 2.2-2.4%, 병협에 1.0-1.2% 수준의 수가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공급자단체들은 크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 소요재정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이 때문에 한껏 긴장했던 공급자단체들은 ‘이만하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해 전년 수준의 인상률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정리하면, 건보공단이 협상초기부터 비공식적 루트를 통해 ‘추가소요재정 축소설’을 직간접적으로 퍼트리며 공급자단체의 혼란을 부추기는 ‘기만전술’을 구사했고 이는 결국 적중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단순히 ‘협상의 기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전부터 공급자단체들이 이러한 수가결정체계를 일방통행식이며 비민주적이라고 지적하며 ‘공급자에겐 노예협상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는 것이다.

그토록 수가협상체계의 부당함을 지적했던 공급자들이 이번 협상에 합의한 것은 이들이 결국 현재의 수가협상 방식에 동의하고 있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또다시 공급자단체들이 수가협상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면 설득력은 상당히 떨어질 것이다.

결국 이번 수가협상 타결의 이면에는 건보공단의 ‘기만’과 건보재정의 대부분을 가져가는 병협, 의협, 약사회 등 3개 공급자단체들의 ‘묵인’이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이 합작품 덕분에 건보재정 파이가 줄어든 치협과 한의협은 협상결렬사태를 맞아 건정심에서 의료수가를 결정하게 됐다.

특히 약사회는 협상 도중 “공단이 제시한 건강보험 추가소요재정분과 인상률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줄어 당황했다. 최초로 건정심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흘렸지만 결국에는 역대 최고 수치인 3.1% 인상률을 공단으로부터 받아내 올해 수가협상에서도 역시 ‘협상의 달인’임을 입증했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공단으로부터 흘러나왔던 ‘추가소요재정 대폭 축소설’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아 우려했던 ‘대규모 협상결렬 사태’ 역시 일어나지 않았지만 공급자단체들이 그토록 바라던 ‘수가협상 방식의 개선’은 어째 더 멀어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