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층의 현실적인 의료보장 문제를 인식하고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 오히려 이들을 적발해 의료 접근권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최근 건강보험 수급자의 본인확인 절차를 의료기관에서 의무화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러한 가운데, 건강세상네트워크가 7일 논평을 통해 “건강보험증 대여 및 도용을 적발하는데 치중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의료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민주당 의원은 최근 건강보험의 부정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 병원이 직접 건강보험증 또는 신분증을 통한 본인 여부 확인 위반 시 요양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 5년간 건강보험도용 건수를 적발해 발표한 결과에 따라 대여 및 도용하는 부정사용자를 적발해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를 방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건강보험 부정사용 대부분이 대여나 도용이 아닌 주민등록말소자, 외국인체류자, 보험료 장기체납자 등으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층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제도적 한계로 부정수급을 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건강보험 부정 사용 적발인원의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건보증 대여ㆍ도용 부정수급 적발인원 918명(환수 결정금액 8억 5,000만원) ▲자격상실 후 부정수급 12만 1,972명(환수 결정금액 91억 6,500만원) ▲급여정지 기간 중 부당수급 1만 1,664명(환수 결정금액 12억 7,4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적발인원 중 81.2%가 건강보험 자격 상실 후 수급을 받거나, 보험급여 정지 기간 중 수급을 받은 것이다. 건강보험증 무단 도용 사례 7.5%를 합치면 이번 적발 사례의 90% 이상이 건강보험 자격이 사실되어 급여가 정지된 상황에서 병원을 이용한 경우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의료보호 체계로의 편입이 가로막혀 있고, 급여정지, 부당수급 환수라는 반인권적 처우를 받고 있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을 못 냈더라도 의료이용의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부당하게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며 제도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복지부와 공단의 정책이 취약계층에 대해 의료접근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급여 대상자는 전 국민의 3% 수준으로 150만 명 정도이지만 건강보험료를 6개월 이상 체납해 보험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구가 400만 명에 달하는 빈곤층 중 200만 세대가 넘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건강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적인 의료보장의 문제를 인식하고 근본적이고 효과성 있는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 오히려 이들을 적발해 의료 접근권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건강보험료를 낼 수 없는 빈곤층에게는 의료급여를 확대해 의료보장을 제한하지 말아야 하며, 경제적 상황으로 건강보험료를 내기 힘든 계층에게는 건강보험료를 면제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정부와 국회가 해결 의지가 있다면 모든 국민이 공적지원체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체계로의 편입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