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는 부산지역 모 대학병원 외과 교수 2명이 전공의들에게 필기시험 문제를 유출한 사건으로 떠들썩하다.
지난 해 1월 시행된 외과 전문의 필기시험에서 특정 대학 전공의들이 고득점을 올리면서 1~4등까지 휩쓸었는데, 그 대학의 교수가 시험 출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사전에 문제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전공의들은 40점 만점의 필기점수에서 모두 38점 이상을 기록했는데, 이는 응시자들의 평균점수가 26.8점인데 비해 상당히 높은 점수다. 이들 전공의 4명은 현재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상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외과학회는 특정대학에서 지나치게 높은 점수가 나오자 자체 조사에 들어갔고 D대학병원 교수 2명으로부터 문제를 유출했다는 진술을 받았으며, 그중 연장자인 교수 한명이 책임을 지고 사퇴를 했다.
이후 세간에 알려지지 않고 묻힐 뻔한 이번 사건은 사퇴한 교수가 복직을 시도하면서 1년만에 수면위로 드러났다. 반발을 가진 이가 보건복지부에 관련 내용을 투서했기 떄문이다.
복지부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사에 들어가자 외과학회는 뒤늦게 교수와 전공의들을 검찰에 고발했는데, 관련 고소장에는 학생들이 교수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수사 결과 부정혐의가 확인되면 관련법에 따라 전문의 4명의 합격을 취소하고 전문의 시험 응시자격을 2회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수들에 대한 처분은 어떤 규정을 적용할 지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슷한 선례가 이미 실기시험 문제유출 사건으로 발생했지만 당시 교수들에게 내려진 처분에 비해 학생들에 대한 처분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명확한 처벌은 답보상태에 있다.
지난 해 벌어진 의사국시 실기시험 유출 사건에서는 전국의대 4학년 협의회 집행부 10명이 기소유예 처분을, 일부문제와 채점 방법을 학생들에게 알려준 교수 5명에게는 300만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시험을 먼저 본 수험생이 후기를 작성해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나머지 회원들이 내용을 숙지한 후 실기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실기시험 채점관으로 참여한 교수도 학생에게 문제 내용과 채점기준 등을 유출한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됐다.
당시 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해당 학생들이 내용유출 금지각서를 작성하는 등 위법성을 알고있으면서도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며 행정처분을 내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료법 제10조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 시험 등에 응시한 자나 국가시험 등에 부정행위를 한 자는 합격을 무효로 하며, 합격이 무효가 된 자는 2회의 국가시험 등에 응시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따라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문제 유출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만큼 합격이 취소되며 2회의 국가시험 등에 응시할 수 없게돼야 한다.
그러나 교수는 300만원 벌금형에 그쳤는데도 학생들에게 면허취소와 2회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행정처분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더니 현재까지도 이렇다할 명확한 결론이 나지않은 채 상태다.
국시원 관계자는 "학생들에 대한 행정처분 문제는 아직 명확히 결론나지 않았다. 이같은 경우가 처음이라 명확한 관련규정이나 선례가 없어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면서 당시 강력한 행정처분을 외치던 모습에서는 한발 물러났다.
이번 외과전문의 시험은 앞서 실기시험 문제 유출과 달리 문제유출 여부에 따라 학생들의 합격 당락이 갈리고, 교수들의 금품수수 여부까지 의혹으로 제기되면서 이전 실기시험보다 좀더 무거운 사안이 됐다.
하지만 해당 교수들에 대한 명확한 행정처분 규정이 없는 상황이기 떄문에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벌금형 외에는 여전히 별도의 행정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복지부도 이 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명확한 규정없이 처분을 내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면 실기시험 때처럼 또 다시 합격취소와 2년 자격정지처분을 받게되는 전문의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잊혀질만하면 벌어지는 의사시험 유출사건, 이번 사안에서는 강력한 처벌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