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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영업사원 말만듣고 무허가 PPC 사용, 자격정지

법원 “고의성 없더라도 의사로서 최소 주의의무 소홀”

의사가 영업사원의 말만 믿고 무허가 비만치료주사제(일명 PPC 주사제)를 환자 10여명에게 사용했다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해당 의사는 “고의성이 없었는데도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이인형)는 최근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의성이 없었더라도 최소한의 주의의무조차 소홀히 해 환자 10여명에게 무허가 의약품을 주사한 것은 위법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의사 A씨는 S사 영업사원으로부터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PPC 주사제를 구매했고, 그 무렵 비만치료를 원하는 환자 10명에게 비만치료 목적으로 이를 주사했다. 이에 복지부는 원고가 의약품으로 허가받지 않은 주사제를 사용해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1개월의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료인이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를 한 경우에 자격정지 1월에 처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A씨는 “비도덕적 진료행위란 고의로 부당하게, 혹은 영리의 목적으로 사회적 비난의 가능성이 큰 진료를 한 경우”라며 “주사제를 의약품으로 알고 잘못 구매했으며, 주사제의 외관이나 설명서 등으로는 화장품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수 없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비도덕적인 진료행위를 했다고 볼수 없다”고 항변했다.

A씨는 이어 “주사제 공급업체 대표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소송을 기각했다. 우선 재판부는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해 “고의 뿐 아니라 과실에 의한 비합리적인 진료행위도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사가 새로운 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새로운 의료기술에 따른 시술을 할 경우,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사회통념상 당연히 요구된다는 것.

그중에서도 의약품이나 시술이 의료법제상 허가나 인정을 받았는지 여부와, 효과ㆍ부작용 등의 확인은 의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주의 의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영업사원의 말을 믿었다거나 외관만으로는 해당 주사제의 의약품 허가여부를 알수 없었더라도, 주사제를 투여한 의사로서 의약품 사용에 앞서 최소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이는 비합리적인 진료행위로서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고도의 전문지식을 갖추고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에게는 진료행위와 관련해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원고는 투약 횟수나 환자 수에 비춰 위반의 내용과 정도 또한 가볍다고 볼수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