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과 공모해 허위처방전을 발급받아 허위ㆍ대체 조제를 일삼은 약국에게 업무정지 91일간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원고 측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처방전을 대리발급하고 더 저렴한 약을 대신 준 것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는 최근 A약국이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요양기관업무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수진자들이 직접 내원하지 않았는데도 약국에서 대리 처방전을 발급받은 후 약제를 임의로 변경하거나, 약제를 처방하지 않았는데도 급여를 허위로 청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약국은 현지조사 결과, 인근 두 곳의 의원들에게 요청해 지인이나 친인척의 인적사항과 의약품 등을 전달하고, 그 내용대로 처방전을 발급받았던 것이 적발됐다. A약국은 처방전에 기재된 약제의 일부를 조제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일반의약품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국약제비를 허위청구해 총 1억 2000여만원의 부당금액을 수급받았다.
이에 복지부는 91일간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원고는 “병원에 내원하지 못하는 친인척 등 12명으로부터 처방전을 발급받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득이 의원에서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조제했다”고 항변했다. 대체 조제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처방전에 기재된 약제가 아닌 저렴한 일반의약품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지급한 사실은 있지만 의도적으로 허위처방전을 발급받은 후 약제를 조제한 것처럼 속여 허위청구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같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화로 수진자 조회를 실시한 결과, 상당 수 수진자들은 실제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으며, 동일 시간대에 특정약제가 기재된 처방전이 비정상적으로 여러장 발급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수진자들은 처방전 발급 당시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하는 등 비정상적으로 발급된 처방전으로 약제비를 청구한 여러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
또 구입명세서상의 약제 물량과 실제 요양급여로 청구한 약제물량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약제도 상당수였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가 인근 의원들로부터 허위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제비를 부당하게 청구해 수급했고, 전산자료에서도 처방전의 발급일자와 입력일자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 등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환자들의 요구로 부득이하게 약제비를 허위로 청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 원고의 소송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