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수출액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약가인하의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 및 증권가에 따르면 9월 의약품 내수 출하 지수가 153.6으로 전년 동월 대비 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출하 지수는 258.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9% 증가해 전체 제조업 지수를 4.2%p 상회 했다.
9월 의약품 수출액은 1억 2755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7.7% 증가한 모습이다. 이는 올 들어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수입액은 3억 3985만달러로 4.1% 증가하면서 수출액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같은 수출 지표의 성장세와는 반대로 의약품 내수 경기 지표는 부진한 편이다. 정부가 발표한 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로 분석되며, 당분간 내수 지표의 부진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9월 의약품 도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 증가한 7조 8072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3%를 차지했다. 그러나 전체 도소매 판매액 증가율인 7.6%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의약품 판매액 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품 판매액 지수는 0.1% 감소해 8월 플러스 성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됐다.
의료서비스 지수 168.4와 비교했을 때는 양호한 수준이다. 의료서비수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9월 의료비 지출 전망 CSI는 8월과 동일한 120으로 연초 이후 지속된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생활 형편 전망 CSI나 소비자 지출 전망 CSI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을 유지하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 배기달 애널리스트는 “정부의 약가인하로 2012년 국내 내수 시장은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수출의 성장성이 더욱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괄 약가인하의 여파로 상위제약사를 포함 대부분의 업체들이 판관비를 대폭 감축하는 상황에서 수출관련 비용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동아제약의 경우 약가인하 전 268억원 수준이었던 수출 및 유통관련 비용을 약가인하 후에도 유지할 것이란 예측이며, 한미, 유한, 종근당, 일동 등의 상위업체들도 판관비 가운데 수출관련 비용은 약가인하 전 그대로 예산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약가인하로 국내에서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출 분야에 업계가 더욱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약가인하의 여파에서 피해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녹십자, LG생명과학 등 업체들의 특징이 탄탄한 수출기반에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녹십자의 경우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손실이 전체 실적의 2%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계절 독감백신 등의 수출확대를 통한 내년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가 한몫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기반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약가인하로 인한 타격이 훨씬 크게 작용할 것이다. 약가인하라는 거대한 태풍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출이 살 길”이라며 “중국 등의 시장으로 기업들이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약가인하에 대처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