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제약회사와 자발적 시판 후 조사(PMS) 형식의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제약회사로부터 금품을 지급받은 경우, 정황상 정당하지 못한 PMS라면 부당한 금품 수수라는 판결이 나와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부장판사 강민구)는 A의사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연구용역계약은 형식에 불과하다”며 “A의사가 병원에서 조영제를 사용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것이므로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앞서 종합병원 영상의학과 과장인 A의사는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조영제에 대해 제약회사와 PMS 형식의 연구용역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2005년 9월부터 그 다음해 9월까지 약 1년간, 총 3000여만 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회식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100여만 원을 제약사로부터 받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A의사가 직무와 관련해 부당한 금품을 수수했다며 의사면허자격정지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원고는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므로 직무와 관련해 부당하게 금품을 수수했다고는 볼수 없다”며 “회식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받은 금품도 사교적 의례의 범위 내에 속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원고가 장기간 수회에 걸쳐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왔으며, 이에따른 금액이 3000여만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회식지원비 등으로 받은 금품이 사교적 의례의 범위에 속한다고 할수 없다”며 원고의 면허 자격 정지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어 “A의사가 월 1억원 상당의 조영제 사용에서 선택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으며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받은 3000만원을 의국비와 개인적인용도로 사용했다”면서 “또 증례보고서를 직접 작성하지 않았고 계약 중 일부를 다른 의사의 명의로 체결하게 한 것 등으로 보아 연구계약이 조영제 사용에 대한 대가임을 인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즉 제약회사의 제품을 채택해 사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면 부정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행위이며 원고 또한 부정한 금품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
재판부에 따르면 해당 조영제는 PMS를 실시해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고 보고해야 하는 의약품으로 분류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발적 PMS를 실시할 필요성이 적었다. 또 제약사의 PMS비용 지출 목적에 ‘유대강화 및 경쟁사 침투방지를 위함’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정당한 연구용역계약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PMS계약의 증례수가 조영제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능력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조영제의 판매 수량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었고 증례보고서 양식에서도 조영제 사용에 따른 부작용을 관찰할수 있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이 이미 알려진 사항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결국 조영제를 병원에서 사용하게 하는 대가로 금품을 지급하기 위해 자발적 PMS 계약의 형태를 취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는 것이다.
재판부는 “제약회사가 제공한 금품이 의약품의 가격에 반영돼 결국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A의사가 저지른 행위의 위법성이 크기 떄문에 재량권의 일탈로 볼수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