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발표를 앞둔 가운데 또 다시 대형병원 환자쏠림 현상과 관련한 심평원의 발표에 병원계가 반발하며 논란만 더욱 커지게 됐다.
특히 대한병원협회(회장 성상철)은 오는 17일 예고된 정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발표를 앞둔 상황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강윤구)이 이같은 자료를 발표한 저의가 무엇인지 의혹을 제기했다.
15일 심평원은 “5년간 요양기관종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심사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외래 진료비 규모와 외래진료비에 대한 점유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05년에서 ’09년간 요양기관 종별 요양급여비용을 분석한 결과, 2009년도의 경우 44개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는 총 6조 2,624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21.8%에 해당되며, 2005년도 이후 지속적으로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은 “진료비를 기준으로 할 때 의원급 외래에서 진료가 가능한 대표적 질환 인 상기도 감염이나 하기도 감염에 속하는 질환이 약 15%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이뤄지고 있으며, 나머지 질환은 약 28%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내원일수를 기준으로 할 때, 의원에서는 이들 질환의 비중이 의원 전체의 32.2%였음에 비하여, 병원 22.6%, 종합병원 19.7%, 상급종합병원 10.5%로 나타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평원의 이같은 발표에 대해 병원협회는 최근 정부 일각의 ‘환자 쏠림, 동네의원 살리기를 위한 졸속 정책 움직임에 대하여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서를 내놓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병원협회는 “심평원의 이번 발표는 의료 이용과 관련된 여러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채 요양급여비용 심사 실적만을 분석·발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5년간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심사실적에 있어 상급종합병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이 증가한 것은 2005년부터 정부의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암 환자 등 중증환자의 대형병원 이용률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협회는 “심평원이 밝힌 ‘요양기관 종별 건강보험 진료비 분포’상에 나타난 비율은 종별 건강보험 진료비 점유율인 바,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2005년도 19.8%에서 2009년도 21.8%로 5년간 약 2%밖에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대형병원의 쏠림현상이 심각하다는 심평원의 판단 및 주장은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원보다 병원의 외래진료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환자의 의료 이용 행태가 변화된 것에 있다고 보았다. 인구의 고령화가 외래부문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을 증대시키고, 입원부문에서는 뇌신경질환, 심혈관질환을 증대시키는 등 질병 양상이 변화한 요인도 작용했다는 것.
반대 논리로 병원협회는 “입원 이용현황을 똑같이 분석해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이 입원일수 48.2%, 진료비용 또한 종합병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61%이상 증가, 의원급 의료기관 입원환자의 증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의료기관 기능이 혼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유독 외래만 집중 부각시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성토했다.
아울러, “단순 요양급여비용 심사 실적만을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대형병원에 외래환자가 쏠린다는 주장은 정부 정책 집행 의지를 뒷받침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정부 정책 집행에 영향을 미치는 자료를 발표한 심평원은 요양급여비용 심사와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라는 본래의 설립목적에 맞게 적절하고 공정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병원협회는 지난 1월에도 복지부의 정책이 건강보험 재정위기를 상급종합병원 외래환자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원 및 약국 환자 이용량 증가와 대형병원이나 병원보다 짧은 의원의 처방일수로 건강보험 재정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으로 추계하면서 정부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바 있다.
따라서 정부의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 발표에 과연 어떤 내용이 담기는가에 따라 향후 병원계와의 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