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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급여비용 고지 무슨 효과 기대?

지난달 31일부터 의료기관 개설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에 대한 가격을 접수창구 등에 고지해야만 한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진료비용(비급여비용)에 관한 정보제공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 개정령에 따라 의료기관 개설자는 비급여 대상의 항목 및 가격을 적은 책자 등과 제증명수수료를 접수창구 등에 갖춰 두거나 게시하도록 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추가로 홈페이지에 이에 관한 사항을 표시해야 한다.

복지부는 “국민들이 비급여 진료비용을 사전에 알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알권리를 보장하고 진료비용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이번 개정안의 의의를 설명한바 있다. 만약 고지하지 않는 의료기관의 경우 업무정지 15일의 행정처분도 따른다.

그런데 과연 비급여비용 고지가 어떤 효과가 나타는 것인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일선 개원가의 상황만을 놓고 볼 때 비급여진료 대부분은 카드가격과 현금가가 틀리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내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인터넷을 통해 사전정보를 습득, 비급여비용 고지와 관계없이 가격을 알고 찾고 있다. 의료라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입소문이라 할 수 있다.

실력이 좋은 의사를 찾는 것이 일상다반사이다. 따라서 비급여비용을 접수창구에 항목 및 가격을 적은 책자 등을 구비하는 것이 꼭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준다고는 볼 수 없다. 더구나 같은 치료에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비급여 가격을 공개한다고 소비자들이 병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 만무하다.

의료라는 것에는 특징이 있다. 의료의 특징을 감안 했을 때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과 진료비용 예측가능성 확보라는 단순논리로 비급여 공개라는 정책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의료의 질을 하락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본다. 소위 잘나가는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의료기관을 놓고 볼 때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력이 아닌 가격으로 경쟁하게 될 경우 질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책을 시행할 때에는 분명 제도를 통한 기대효과를 예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비급여비용 공개는 단순히 환자들의 알권리와 진료비 예측가능성 확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의료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특성을 전혀 간과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물론, 비급여 고지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는 앞으로 보건의료와 관련한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때 직역이 가진 특성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순간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닌 보다 장기적으로 비급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마련하는데 경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