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30일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는 ‘2040년 의사인력 부족이 5704명∼1만 1136명’이라는 결과를 공식 발표하고 이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 상정했다.
이번에 발표된 추계 결과는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데이터가 아니라 의대 정원 확대라는 정치적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수치를 끼워 맞춘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추계’에 불과하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결정짓는 사안을 탁상행정의 도구로 전락시킨 정부의 일방적 폭거이다.
추계위는 대한민국 의료 현실의 급격한 변화를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 이미 간호법 제정을 통해 PA 제도가 제도권으로 편입됐고, 비대면 진료 확대, 요양병원 구조조정, 돌봄·재가의료 정책 확대로 입원·외래·요양 영역 전반에서 의사 1인당 실제 노동량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AI 기반 진료 지원, 업무 자동화, 근무 형태 변화 등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핵심 변수들 역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추계위는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기구가 아니라 현실을 반영해 판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위원 구성 단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자신들의 정책 방향에 우호적인 구조를 만들어 왔다. 의료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임상의들의 문제 제기와 반대 의견은 묵살됐고, 결론은 결국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렴됐다. 의협 추천 위원 8명 중 7명이 예방의학·보건학·통계 중심 인력으로 채워졌고, 실제 환자를 진료하고 의료 붕괴의 최전선에 서 있는 임상의 목소리는 추계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처럼 부실하고 왜곡된 추계를 근거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한다면, 그로 인해 발생할 부실 의사 양산 및 의료 질 저하, 수련 환경 붕괴, 지역·필수의료의 추가 붕괴, 과잉진료와 의료비 폭증 등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이를 강행할 보정심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의료는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며, 교육과 수련은 정치 실험의 대상이 아니다. 의학교육은 강의실에 의자 몇 개 더 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실습 기자재의 부족, 전문적인 지도교수 인력의 부재, 병원 수련 환경의 한계는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전직 윤석열 대통령의 의료 농단에 맞선 후배 의대생과 후배 의사들의 희생에 우리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은 더 이상 그들의 꿈과 헌신이 무너지는 모습을 방관할 수 없다. 의료계를 갈라치고, 현장을 희생시켜 정권의 편의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시도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의료체계를 지켜 국민건강을 수호해야 하는 의사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울산광역시의사회는 또 다른 왜곡된 통계에 의한 의대 정원 확대 조짐을 강력히 규탄하며, 국민건강을 지켜온 전국의 모든 의사 단체가 단결해 끝까지 싸울 것을 엄중히 선언한다. 이제는 정말 바뀌어야 한다. 대한민국 의료를 지키기 위한 우리의 외침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며 정부는 앞으로의 파국을 막기 위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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