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가 여러 유관 학회들과 함께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 KDDW 2024에서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 해소를 위한 정책 제안’을 주제로 하는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한림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강호석 교수가 강연을 맡았다.
강 교수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약 400건의 의약품 공급 중단 사례가 보고됐다면서, 공급중단의 주요 원인으로 ‘재정적 문제’와 ‘건강보험 제도의 변화’를 꼽았다. 강 교수는 약가 관리 제도를 중심으로 공급 불안정의 근본적인 원인과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2006년 정부는 건강보험 약재비 적정화를 위해 비용 절감 및 약품비 비중을 24% 이하로 유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후, 사후약가관리 제도도입과 함께 사용량에 따른 약가인하제도가 시행돼 약품비 비중이 감소했으며, 이 제도는 현재까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2011년에는 리베이트 근절과 제약 산업 성장을 목표로 약가 제도의 개편이 이뤄졌으며, 이는 필수 의약품 공급 불안정 문제와 맞물려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강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제1차 국민건강 종합보험 계획을 언급하며,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 마련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식약처는 의약품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공급중단 발생 시 대체 공급처를 신속히 찾을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 강 교수는 2023년 11월에도 한 의약품의 공급중단 사례를 예로 들며 식약처가 공급중단 사실을 60일 전에 보고받아 대체 업체들이 대응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강 교수는 “식약처는 앞으로 공급중단 보고기간을 현재의 60일에서 180일로 늘려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콜레스테롤 약물의 공급중단 사례도 예를 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콜레스테롤 한 약물이 원가 상승으로 생산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대체 치료제가 있어서 공급중단이 이어졌지만 결국 대체약이 부족해 필수의약품 지정 등으로 해결방안이 모색됐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식약처는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대응을 해나갔다.
강 교수는 제약사들이 원료가 외국산인 경우 국산원료 사용을 유도하고, 제약업체와 협력해 더 나은 공급망을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약가인하와 생산원가 압박으로 국내 제약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언급하며, 정부가 제약사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제약사들이 품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가 공개 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약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정부가 민간 협의체를 통해 의약품 품절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제도적 논의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을 위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강 교수는 “제도적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품절 문제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와 제약사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약재비를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공급망과 재고 관리 문제를 해결하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