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시작된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한 업무 과부하로 실질적으로 연구할 시간이 부족해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국내 영상의학과 의사들의 연구 활동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지난 10월 2일~5일 4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3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된 2024년 대한영상의학회 정기학술대회(KCR 2024)에서 국내 연구자의 연구 발표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10월 22일 밝혔다.
2023년 국내 참가자들에 의한 발표 초록 편수는 총 539편(구연 259편, 전시 280)이었지만, 올해는 총 331편(구연 230편, 전시 101편)으로 208편(39%)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해외 참가자들에 의한 발표 초록 편수는 총 464편(구연 76, 전시 388)로, 지난 2023년 364편(구연 71, 전시 293)에 비해 100편이 증가했다.
용환석 대한영상의학회 학술이사(고려대 구로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는 국내 연구자들의 초록 투고가 번아웃 등으로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해외 연구자들의 초록 채택 기회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활동 감소는 대한영상의학회 공식 학술지인 대한영상의학회지의 투고 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9월 기준 총 124편이 투고돼 작년 투고건수의 66% 정도에 머물고 있고, 원저의 경우 작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영상의학회지 김성헌 편집장(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2024년 내내 투고 편수 감소로 걱정이 많다”며, “특히 원저의 경우 전공의 1저자가 상대적으로 많아 현저히 감소한 걸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학술 및 연구 발표 감소가 지속된다면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영상의학의 세계 최고 수준 학술적 위상이 위태로워질 수 있으며, 동시에 발전된 진단 및 치료기술의 의료현장 도입을 제한해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최선의 의료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제기됐다.
정승은 대한영상의학회 회장(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은 “회원들이 업무과부하로 인해 연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왔던 우리 영상의학회원들의 연구역량이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는 바, 학회 차원에서 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여러가지로 고민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