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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서 MRI 검사에 사용되는 조영제가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가 영상의학 분야의 국제 의학 저널에 게재됐습니다.
이 연구결과는 ‘한번의 MRI 조영제 투여로도 파킨슨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내용으로 많은 언론에서 보도됐습니다. 물론 해당 연구의 학술적인 가치는 인정받아야 하지만, 해당 기사를 접한 환자들이 조영제 검사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과 거부감을 표현하고 있어 의료현장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모든 관찰 연구가 그러하듯 외부 요인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 해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조영제 MRI 검사를 받을 정도의 건강문제가 있는 환자들은 이미 파킨슨병 발병 위험을 높이는 다른 요인들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진이 성향 점수 매칭 기법을 활용해 최대한 변수를 보정했지만, 건강보험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만으로는 존재하는 모든 위험 요소를 반영할 수는 없다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조영제가 파킨슨병을 유발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 ‘조영제 사용과 파킨슨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단순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해서 그것이 원인과 결과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과거 일부 연구에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췌장암이 발생빈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었지만, 이후 연구들에서 밝혀진 것은 커피자체가 암을 유발하는게 아니라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 중 흡연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연관성이라는 점으로만 생각한다면 단지 파킨슨병 위험이 높은 사람이 MRI 조영제 검사를 더 많이 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 입니다. 이처럼 질병과 특정요인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 주제들은 의학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후속 연구를 필요로 합니다.
MRI 조영제는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중요한 수단입니다. 특히 혈관을 평가하거나 종양이 있는 환자에게는 대체 불가능한 검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조영제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조영제 검사로 얻을 수 있는 의료적 이득이 큰 환자에게는 반드시 사용돼야 합니다.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부분은 많은 MRI검사에서는 조영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조영제의 사용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강검진과 같은 선별검사에서의 불필요한 조영제 사용은 자제돼야 하며, 이러한 남용에 대해서는 학회에서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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