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를 강타했던 조류 인플루엔자가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는 주로 야생 수조류에서 발생하는 전염성 호흡기 질환으로, 최근 포유류 및 사람에 대한 감염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에서도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중인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인 H5N1은 A형 인플루엔자의 변이종으로 지금까지 300종 이상의 조류와 40종 이상의 포유류를 감염시켰으며,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미국에서만 감염된 소와 가금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파된 사례가 14건이다.
국내에서도 오리농장 등에서 H5N1 바이러스 확진 사례가 늘자, 질병관리청에서도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CSL시퀴러스코리아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성 및 향후 글로벌 팬데믹 대비를 주제로 2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서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위험성과 대응 전략 발표하면서 “조류 인플루엔자가 차기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감염병 중 하나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치명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H5N1 바이러스는 199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약 1,000건의 인체 감염 사례 중 약 460명이 사망해 50%에 육박하는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에 중국에서 유행한 H7N9 바이러스 역시 약 1,500명의 감염자 중 600명이 사망했다.
이 교수는 “현재까지는 조류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포유류 간의 전파가 증가하면서 인간 간 전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또 이를 바탕으로 팬데믹 대비 백신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촉구했다. 이 교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기술은 이미 확보돼 있으나, 현재 백신은 계절성 인플루엔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팬데믹에 대비한 백신의 신속한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한 빠르게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현재 H5N1, H7N9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후보물질이 개발되고 있는 데다가,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최신 조류 인플루엔자 변종에 대한 항원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인간 사이에서 전파될 경우, 이를 차단하기 위해 백신 조기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면역 증강제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이 교수는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는 백신 항원만으로 충분한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면역 증강제를 활용해 항원량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2009년 신종플루 당시 면역 증강제를 사용해 더 많은 백신을 생산할 수 있었다”면서 이를 팬데믹 대응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제안했다.
또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범부처 사업단을 통해 세포 배양 백신 개발을 진행해왔으며, H7N9 백신의 전임상 시험까지 완료지만 메르스와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인플루엔자 연구가 소외돼왔던 점을 지적하면서 “균형 있는 연구비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도 백신 생산 역량을 강화해 초기 환자 대응을 위한 방역 요원 및 의료진에 대한 백신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 백신을 신속하게 생산 및 배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차기 팬데믹의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빠른 백신 개발과 면역 증강제 활용, 그리고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방역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 팬데믹이 조류인플루엔자일 가능성에 대비해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CSL 시퀴러스 마크 레이시(Marc Lacey) 팬데믹 총괄이 ‘전염병 발생 및 팬데믹 대비’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글로벌 인플루엔자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CSL 시퀴러스의 기술력과 전 세계 약 30개국 정부 및 WHO와 맺고 있는 팬데믹 대응 및 공급 계약 협정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CSL 시퀴러스의 팬데믹 사업부는 WHO에서 인플루엔자 팬데믹을 선언하면,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를 통해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제조에서 인플루엔자 팬데믹 백신 생산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다. 또한, CSL 시퀴러스는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현재 유행 중인 바이러스 변종을 포함한 인수공통 전염병 백신을 생산 및 공급하는 등 전 세계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마크 레이시 총괄은 “CSL 시퀴러스는 인플루엔자 팬데믹 발생시 정부의 요청에 따라 기존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 뿐만 아니라 인플루엔자 팬데믹에 대항할 수 있는 범용 백신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자사는 오랜 기간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적은 항원 용량으로도 면역반응을 증강시키는 독자적인 MF59 어쥬번트(adjuvant)와 뛰어난 유정란 및 세포 배양 백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인플루엔자 팬데믹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CSL 시퀴러스코리아 유기승 대표는 “CSL 시퀴러스코리아는 자사가 보유한 우수한 글로벌 보건 협력, 백신 기술력, 그리고 백신 포트폴리오를 통해 국내 공중 보건에도 기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