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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외 지침, 국내 환경과 안맞아”…‘성인 병원 획득 폐렴 진료지침’ 발간

전경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호흡기감염병연구회 회장

질병관리청이 최근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적용할 수 있는 ‘성인 병원획득 폐렴 진료 및 항생제 사용지침’을 발간했다.

이번 지침은 성인 병원획득 폐렴에 대한 국내 역학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그간 임상 진료의 근거로 활용됐던 외국 지침보다 현실적인 치료의 접근방법을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이번 진료지침을 마련한 전경만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호흡기감염병연구회 회장(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나 이번 진료지침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내용들로 구성돼 있으며,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 등은 없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성인 병원획득 폐렴 진료 및 항생제 사용 지침이 발간됐습니다. 이에 대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이번 ‘병원 획득 폐렴 진료 및 항생제 사용 지침’은 질병관리청 용역 사업의 하나로 지난 3년 동안 국내 역학자료 조사를 벌였고, 이후 해당 자료와 기존의 관련 문헌을 바탕으로 국내 진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지침을 발간하게 됐습니다.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병원 획득 폐렴 관련 진료지침이기 때문에 저희 호흡기감염병연구회 입장에서는 당연히 뿌듯하고, 진료지침이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잘 적용돼 많은 선생님들의 진료 현장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Q. 이번에 질병관리청과 함께 ‘성인 병원획득 폐렴 진료 및 항생제 사용 지침’을 제정·마련하게 된 이유·계기는 무엇인가요?

A. 국내에 많은 호흡기 감염병 관련 진료지침들이 있는데, 국내에서 발간된 ‘병원 획득 폐렴’ 관련 지침은 존재하지 않아 지금까지 진료 현장에서는 해외 진료지침을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의료현장을 비롯해 의료비용과 약재 사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나라와 해외가 서로 달라 서구의 진료지침을 우리 현장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에서 저희 대한 결핵 및 호흡기학회 산하 호흡기감염병연구회에 종합병원급 의료진들이 사용할 수 있는 병원 획득 폐렴 관련 지침 마련을 부탁하게 됐고, 저희 연구회에서는 이러한 질병관리청의 부탁을 수락해 ‘성인 병원획득 폐렴 진료 및 항생제 사용 지침’을 마련했습니다.



Q. 이번 지침에는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고, 추천하고 싶은 내용으로 무엇이 있나요?

A. 이번 진료지침은 ▲성인 병원획득 폐렴의 진단 ▲경험적 항생제 사용 ▲항생제 병합요법 ▲치료기간 ▲항생제의 단계적 축소 및 중단 등 11개 핵심질문에 대한 권고사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올바른 항생제의 선택과 사용하는 방법 및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으로는 크게 진단적 진료와 치료적 진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진단적 진료와 관련해 우리나라 의료 환경을 살펴보면, ‘병원 획득 폐렴’의 진단에 여러 ▲혈액 검사 ▲미생물 관련 검사 ▲혈청학적 검사들이 많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검사들이 정말 바람직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너무 과도하게 처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필수적으로 필요한 검사임에도 검사를 잘 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질문을 도출해 관련 상황 등을 포함한 권고문을 도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폐렴 원인 검사를 위한 객담 검사 같은 것들이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적은 수로 수행되고 있었고, 반대로 급여와 관련돼 좀 민감한 부분들의 혈액 검사들이 많이 처방되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들 많이 사용하시는 ‘프로칼시토닌(Procalcitonin)’과 같은 혈액 검사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있습니다.

해당 부분은 사실 서구의 진료지침과 좀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고, 국내에서는 보험급여와도 민감한 관련이 있어 선생님들한테는 권고드리기 조심스러웠지만, 국내 의료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고, ‘프로칼시토닌’이 진단 부분에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어 해당 검사에 대한 임상 질문과 관련 권고문을 담아냈습니다.

치료적 측면에서는 국내 의료진들이 많이 사용하는 항생제에 대해서, 특히 두 가지 항생제가 많이 처방됐는데, 이 항생제들이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간단히 말씀을 드리자면 국내 역학 자료와 심평원 자료 등을 추가 분석한 결과, 큰 맥락에서는 차이가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와 함께 항생제 치료기간에 대한 부분과 안정시 항생제 축소 변경에 대한 권고사항 등도 국내 현실에 맞게 수정·보완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 의료진들이 해외 진료지침에 익숙한 상황을 고려해 권고 내용이나 수준이 다르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저희 진료 지침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국내 진료지침 외에 이미 발간된 서구,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진료 지침의 내용과 비교 분석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추가로 기술했습니다. 

이를 통해 혼란을 방지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음은 물론, 실제 의료 현장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번 진료지침 내용과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진단 시 과거에 열심히 했던 침습적 검사 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항생제가 우리 의료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적게 써도 재발이나 좋지 않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들이 실려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Q.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쟁점·어려움 등은 없었나요? 

A. 진료지침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미국·유럽에서 발간된 해외 학회의 진료지침을 따라 했다기보다는 가능하면 우리 국내 의료 현장의 상황을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가급적이면 임상 질문 선정부터 각각의 임상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진료지침 내용을 가능하면 국내에 자료가 있으면 국내 자료를 기반으로 결정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진료지침을 마련하려고 살펴보니 국내 자료가 너무 없었습니다. 병원 획득 폐렴 유병률과 발병률 이런 것부터가 명확한 자료가 없어 질병관리청과 논의해 먼저 국내 역학 자료를 조사했고,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대부분은 해외 자료를 적용해야만 했습니다.

한 예로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자료의 경우 상병코드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병원 획득 폐렴’ 관련 상병 코드가 없어 조작적 정의에 의해서 유병률을 조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어 이를 시작으로 ▲국내 의료진들이 어떤 항생제를 초기 경험적 항생제로 많이 사용하는지 ▲국내 의료진들이 초기 경험적 항생제를 선택할 때 어떤 걸 고민하는지 ▲국내 의료진들이 많이 사용하는 진단적 방법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자료들이 부족해 자료들을 취합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만 했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발생하는 병원 획득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초기 경험적 항생제를 선택하려면 결국 원인균주의 항생제 내성 패턴이 중요한데, 저희가 2년 동안 역학조사를 하면서 놀랬고 당황했던 것은 생각보다 원인균 관련 미생물 검사가 처방이 덜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폐렴 관련 영역에서는 원인균 진단율이 50% 밖에 되지 않아서 관련된 역학을 정리할 때 많은 어려움이 있는 상황인데, 저희 역학 자료에서도 검사가 일정 수준 아래에서는 수행되지 않아 자료를 조사·정리·취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고요.

이후 자료들이 정리되고 나서야 현재 국내의 진료 행태가 어떻고, 그에 따라 우리 의료진들이 궁금해하실 만한 임상 질문들을 도출할 수 있었으며, 그 다음에서야 일반적인 진료지침을 개발하는 방식대로 ▲문헌 조사 ▲체계적 문헌 고찰 ▲메타 분석 ▲필요에 따라서 다른 자료 조사도 병행 등을 통해 이번 ‘병원 획득 배렴 진료지침’ 개발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임상 질문들이 이번에 발표한 지침에 포함된 11개의 임상 질문보다 사실 더 많이 도출됐었다는 것입니다.

사실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이유는 진료 현장에서 궁금해 하는 사안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을 고려해 임상 질문에 대한 답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임상 질문을 많이 마련하게 됐는데, 이러한 임상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한 자료 역시 부족해 난관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생각보다 병원 내에서 발생하는 병원 획득 폐렴 의심 환자에게 결핵 검사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해 문헌 고찰을 살펴보면 서구에서는 병원 획득 폐렴 환자한테 폐결핵을 의심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즉,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으로, 임상 질문에 대해 관련 문헌이 전혀 없거나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최종적으로 진료지침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제외돼야만 했던 임상 질문들이 있어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합니다.



Q. 향후 진료지침 추가 및 보완, 개정 작업 계획·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이번 진료지침은 ‘병원 획득 폐렴’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초기 경험적 항생제 선택 등과 관련해 일부 제한적인 자료 때문에 권고 사항을 만들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는 상황인데요.

다행스럽게도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의 도움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생한 병원 획득 폐렴에 대한 전향적 역학조사를 통해 미생물 검사 등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여러 임상 자료도 취합하기 쉬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희 호흡기감염병연구회에서는 해당 자료들을 바탕으로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병원 획득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초기 경험적 항생제 선택과 그 외의 진단·치료에 대한 진료지침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학회의 계획 및 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저희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호흡기감염병연구회는 말 그대로 호흡기 감염병 관련 진료, 연구를 주로 하는 호흡기내과 의사 모임으로, 국내 여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시는 호흡기 감염병을 전공하시는 호흡기내과 교수님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메르스, 코로나19,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감염병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저희 연구회에서 적극적으로 대국민 홍보와 교육 및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할 계획이며, 심포지엄이나 워크샵을 통해서 여러 의료진들에게 최신 호흡기 감염병 관련 정보를 전달하려 합니다.


Q. 그밖에 국민, 의료계, 정부 등을 향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 다시 한 번 더 말씀을 드리지만, 국내 역학 자료들을 기반으로 도출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임상 질문들을 마련하고, 해당 임상 질문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관련 문헌 등이 너무 없어 아직도 궁금하고 아쉬운 임상 질문과 관련된 부분들이 향후 몇 년 뒤에 보완할 수 있을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진료 현장에서 우리가 궁금해하고 있다면 관련된 자료를 좀 수집·보완을 해주시고, 관련 내용 및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학회에 발표해 주신다면 향후 우리 진료지침 발전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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