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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료 영역에서의 3D프린팅 활용? 임상 유효성 기준 완화부터…” (Ⅱ)

3D프린팅 의료기기, 시장 진입에 어려움…규제 개선 선행돼야
신의료기술평가에 적용되는 체계적 문헌고찰 및 임상유효성 기준 완화 필요

3D프린팅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활용 가치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계가 있었던 치료에 새로운 해결책이 되며 신의료기술로 떠올랐지만, 인정을 받는 데까지의 프로세스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등 규제가 매우 엄격해 시장을 개척하기 어려운 실정. 3D프린팅 솔루션 제작 기업 애니메디솔루션의 김국배 대표는 시장 진입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규제를 꼽으며 기준 완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국배 대표에게 3D프린팅 시장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 봤다.


Q. 의료에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기 전과 후를 비교해 주시자면?

프로세스 면에선 기존에는 직관적으로 수술하고, 경험이 많은 의료진 분들을 따라서 해왔다면, 지금은 정량화되고 객체화된 디바이스를 활용해 개인 맞춤 수술이 구현되도록 합니다. 지금 부분적으로는 AR, VR 영역까지 통합해서 하고 있기도 합니다.

보형물의 경우 예전에는 이미 만들어진 걸 구부려서 또는 깎아서 썼습니다. 잘 사용하시는 분도 있지만, 아무리 잘 깎는다 해도 맞춤으로 만든 보형물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습니다. 기존에 있는 것들은 수술장에서 가공해 만드는 데 비해, 3D프린팅 보형물은 맞춤형으로 나와 수술이 빨리 끝날 수 있게 하고, 수술 예후도 좋게 합니다.

Q. 오늘 말씀해주신 것 외에, 향후 3D프린팅이 활용될 가능성이나 가치가 있는 의료 분야가 있을까요?

내시경 훈련용 시뮬레이터가 대표적입니다. 내시경 핸들링에는 연습이 굉장히 많이 필요합니다. 내시경을 통해 간으로 올라가 색전술을 한다든지, 돌을 뺀다든지, 위벽으로 초음파를 보면서 췌장암을 진단하거나 생검을 한다든지, 이런 부분이 많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니즈에 따라 내시경 훈련용 시뮬레이터를 개발했는데, 훈련이 꼭 필요한 분야인 만큼 여러 병원에서 구매 의사를 많이 밝히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디지털치료제와 전자약 관련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용으로 많이 쓰이는 TMS(경두개자기자극법)로, 타깃을 정확하게 잡고 항상 같은 곳을 자극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뿐만 아니라 치매, 강박증, 뇌졸중에도 시도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타깃팅이 반복적으로 안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환자 MRI를 분석해 안면 마스크를 만들고, 안면 마스크를 TMS 장비와 고정해 타깃 지점을 정해 주는 TMS 가이드를 개발했고, 현재 판매중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딥러닝 엔진 등 여러 기술을 빠르게 적용하면서 치료 결과를 좋게 만드는 시도들을 많이 하려 하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처음 도입한 기술인 만큼 거부감 또는 부담감을 표한 환자나 의료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땠나요?

수술 가이드의 경우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가이드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없을 때와의 차이가 훨씬 크기 때문에 부담스럽다고 하신 환자분, 의료진분은 없었습니다.

이제 막 시장이 열린 거라 비용에 대한 허들이 있는데, 이런 건 시간이 좀 걸리는 부분이니 점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Q. 의료 영역에 3D프린팅을 활용하는 데 인허가, 정부 가이드라인 등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실 규제가 제일 문제이긴 합니다. 3D프린팅으로 제작된 의료기기가 보험수가를 인정받고 시장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우선, 식품의약안전처에서 제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심사받아야 합니다. 그다음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NECA(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해야 합니다. 이때 전문평가 위원회를 거치고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는 등 20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신의료기술로 판정되면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로 고시하고, 심평원에서는 급여/비급여 행위 결정에 또다시 100일의 검토 기간이 필요합니다.

만약 안전성이 확보된 미래 유망 혁신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적 근거 축적이 필요하면 혁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합니다. 이때도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 심평원의 요양급여/비급여 여부 확인, NECA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소위원회,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등에서 평가와 심의를 거칩니다. 만약 보건복지부에서 혁신의료기술로 고시하게 되면 임상윤리연구위원회(IRB)에서 승인한 방식의 임상 연구를 또다시 해야 합니다.

또 임상 통계학적 비교 논문, 무작위 연구 등 논문들이 많아져야 인증 절차가 수월할 텐데, 논문이 많지 않은 데다 하나를 쓰는 데 오래 걸려 많이 쓰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도 환자에게 정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때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합니다. 물론, 검증되지 않은 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을 막고,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수익을 창출하는 데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고, 많은 규제 기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조금 더 영리하게 규제를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외에 의료진분들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 하나하나 아이템을 구현하는 데 어려웠습니다. 또 시간이 금인 분들인 만큼 핸드폰으로 보며 잠깐 수정하실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었습니다.

이 시장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어렵고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저희가 더 잘해서 시장을 확장해놔야 이 산업이 커지고 미래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사명감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Q. 의료 영역에서 3D프린팅 기술을 더욱 널리 사용하기 위해 정부나 의료계가 노력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기업이 존속하고 새로운 기술을 계속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물론, 의료기술인 만큼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러 규제 및 제약 사항들로 인해 신개발 혁신·첨단의료기술은 국내에서 임상적 근거를 쌓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첨단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에 적용되는 체계적 문헌고찰에 대한 기준과 ‘임상유효성에 대한 기준’ 완화가 우선돼야 합니다. 특히 NECA에서는 임상적 유효성 자체를 검증하는 것이 아닌, 임상적 유효성 확보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합니다.

혁신의료기술의 경우에는 환자가 임상에 참여한다는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직접 비용까지 지불하도록 돼 있습니다. NECA에서는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제품에 대해서는 비용의 일부를 지급하는 지원을 한다면 임상 유효성 확보에 필요한 행정적 절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당사에서 임상적용까지 해 본 환자맞춤형 의료기기의 종류는 50품목이 넘습니다. 이 모든 품목을 하나씩 신의료기술로 보험등재를 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같은 인공뼈인데도 부위가 달라, 한 번 허가 받을 수 있는 것을 부위 별로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동맥재건술 및 골종양수술 가이드 등은 환자가 사용하고 싶어도 심평원에 보험등재가 안 돼 있어 사용할 수 없으며, 결국 이 손해는 환자의 건강과 목숨으로 희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까지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처 및 심평원, NECA에서 많은 제도개편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많은 규제들이 직접적으로 의료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에서도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제도·정책을 개선해 국내 혁신·첨단의료기술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이로 인해 많은 환자에게 좋은 기술이 사용되고, 기업에게 충분한 이윤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의료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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