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팅’은 컴퓨터로 디자인한 3차원 모델을 실제 물체로 출력하는 기술이다. 최근에는 3D프린팅 기술이 발달하고 사용 소재가 다양해지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인공장기와 생체조직을 구현하는 등 상상 속에서만 가능했던 일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한계가 있었던 기존 치료에 새로운 해결책이 되며 신의료기술로도 떠오른 3D프린팅. 과연 의료 영역에서의 활용 가치는 어떠한지, 3D프린팅을 활용해 맞춤형 수술 솔루션을 개발하는 애니메디솔루션 김국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애니메디솔루션 대표 김국배라고 합니다. 애니메디솔루션은 환자 맞춤형 의료기기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술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환자분들에게 맞춤 수술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3D프린팅 솔루션 기업 대표로서, 요즘 의료 분야에서 3D프린팅의 수요가 어느 정도라고 느끼시나요?
3D프린팅 기술은 의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3D프린팅을 이용해 제작된 의료기기는 환자 맞춤형의 정밀의료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주목 받고 있고, 수요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의료 3D프린팅 시장 규모는 24억 달러이며, 국내 시장도 1,3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Technavio 2021,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하지만 의료 산업은 규제 산업이기도 하고 보험 수가 문제도 있습니다. 보험 급여에 포함되는 게 매우 어려울 뿐더러 비급여로 들어가는 단계조차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저희도 설립하기 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준비를 했었고, 그게 6~7년은 걸렸습니다.
그래도 그 과정을 통해 최근에는 (혁)신의료기술 보험 등재로 여러 아이템이 선정되며 시장이 열렸습니다. 환자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임상 통계적인 논문이 많아지면 NECA(한국보건의료연구원)를 통해 인증이 되고 보험 등재가 됩니다. 이런 규제를 통과하는 것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3D프린팅은 이제 시작하는 산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현재 3D프린팅 기술이 의료영역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세요.
먼저 주로 수술 솔루션 분야에 사용됩니다. 예전에는 의료 영상을 보고 머릿속으로 수술 계획을 시뮬레이션한 후에 수술했습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수술장까지 전달되기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수술 솔루션을 통해 수술 계획을 정량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환자의 의료 영상을 3D로 분석하고, 해당 데이터에 기반한 수술 가이드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수술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관절치환술 가이드는 최근 유행하는 인공관절 로봇과 유사한 역할입니다. 인공관절을 정확히 어디에 넣을 것인지, 나사를 어느 방향에서 고정할 것인지 등 수술 계획을 세우고 계획된 수술을 수술장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유방보존술에서도 가이드가 사용됩니다. 유방보존술은 종양만 제거하고 건강한 유방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데, MRI로는 암의 영역 등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유방보존술 가이드는 항암치료 전후의 종양의 위치, 크기, 형상 정보, 잔여 종양 의심 영역까지 수술장에 전달함으로써 정확하게 종양 영역을 절제할 수 있게 돕습니다. 특히, 유륜 절개를 유도해 수술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어 환자의 우려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터도 제작할 수 있습니다. 환자의 병변이 포함된 장기를 3D 프린팅으로 제작해, 의료진들이 모의 수술을 해 보고, 수술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보형물로도 사용됩니다. 가상성형을 한 3차원 얼굴을 최대한 구현할 수 있는 수술 가이드와 실리콘 보형물을 제공해 원하는 바와 유사한 수술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합니다. CT를 분석해 환자의 뼈 및 연골 구조까지 최대한 맞춰 설계되기 때문에 흉살이 생겨 구형구축이 오는 등 장기적인 염증에 대한 염려도 줄일 수 있습니다. 안면 뼈 결손이나 함몰이 있는 경우 해당 부위의 크기, 곡률 등을 고려해 맞춤 보형물을 제작, 재건 성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외에 저희와는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바이오3D프린팅이라고 해서 바이오 잉크에 줄기세포 기술을 접목해 인공장기와 피부, 연골, 혈관 등 생체조직을 제작하기도 합니다.
Q. 하나의 출력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먼저 당사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통해 병원에서 환자의 CT나 MRI 영상, 기본적인 수술 계획을 저희 쪽으로 보내줍니다. 그 계획에 대해 저희가 모델링을 하고, 수술계획 초안을 수립한 후 컨펌을 받습니다. 이후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최종 수술 계획을 세우고, 최종 모델링까지 컨펌을 완료하면 제품을 3D프린터로 출력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후공정을 통해 제품이 생산되고, 포장 및 멸균 후에 병원으로 납품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일주일 내로 하고 있습니다.
Q. 의료영역에 3D프린팅을 도입함으로써 끼친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일까요?
우선 수술의 정확도를 높여 줍니다. 예전에는 의사는 환자의 의료영상을 보며 수술 계획을 세우고, 경험과 감에 의존해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환부는 3차원 형상이고, 환부까지의 접근 경로 및 방향, 가시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계획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의료기기를 활용하면, 3차원 형태의 수술 계획을 정량적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병변 절제 범위 등에 대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즉, 정량적으로 계획된 수술 보조를 통해 수술 시간을 줄이고, 수술 계획을 오차 없이 적용할 수 있습니다.
환자 만족도도 향상됩니다. 정량화된 수술 보조는 수술 중 발생 가능한 오차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수술 절제 부위는 최소화하고, 수술 후 발생 가능한 여러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종양의 위치 정보가 담겨있는 수술 가이드를 통해 종양을 정확하게 타깃하여 제거할 수 있어 추후 재수술을 하는 경우도 줄어듭니다.
궁극적으로는 공적 보건 비용이 절감됩니다. 공적 보험 측면에서는 재발률 감소, 입원 기간 단축 등의 보건 지표 개선으로 정부 차원의 보건 비용 절감이 필요합니다. 더욱이 고령화로 인해 난이도가 높은 수술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수술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됩니다. 이런 이유로 3D프린팅 기술이 적용된 혁신·첨단의료기술은 공적 보험 측면에서도 가치를 제공합니다. (2탄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