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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연평균 8% 경상의료비 증가… 현 진료비 지불제도에 문제 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논의 필요성 제기
과잉진료 유도하는 행위별 수가제 개편, 혼합진료, 실손보험 제한에 대한 논의 이뤄져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3월 15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지료비 지불제도 개편을 위한 정책 토론회 ‘건강보험의 미래와 진단, 행위별 수가제 이대로 좋은가?’를 개최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과 강훈식, 남인순, 한정애, 강은미 국회의원이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발표된 정부의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과 맞물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지불제도 개편’에 대해 논의하고자 개최됐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김철중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라는 인구구조의 가파른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지출 부분의 큰 몫을 차지하는 공급자 보상영역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구조 개혁이 필요한 영역”이라며, “그동안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뒤처진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될 필요가 있다. 오늘 토론회가 그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토론에 앞서 2가지 발제가 진행됐다. 먼저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정형선 교수는 ‘건강보험 지출 합리화를 위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의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현행 ‘2000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불 제도 개편을 통해 전체 의료비를 적정 규모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선 교수는 2001년 ‘상대가치점수-환산지수계약 체제’가 도입된 후 진료비 폭등과 함께 개혁이 지연되고 있으며, 2003년~2007년 사이에 진행된 의대정원 축소는 의료의 질 저하와 함께 장기적으로 의료비 상승과 보험료 인상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경상의료비 규모가 2000년에는 2조원으로 GDP 대비 4%에 못 미쳤지만, 2000년대와 2010년대에는 각각 연평균 11.8%와 8.7%의 증가율로 2022년에는 200조 원을 넘어 GDP 대비 10% 수준에 다가선 것으로 추계된다고 말했다.

이런 최근의 증가추세가 지속된다면 2030년에는 400조 원을 넘어 GDP의 16%에 달하게 되며, 의료제도 및 건강보험의 최우선 과제는 현재 연평균 8.0%의 의료비 증가 속도를 둔화하고 건보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행 행위별 수가제는 총 진료비 증가를 막을 방안이 없다.

정 교수는 이를 위한 지불보상 결정 기전의 개편으로 총액을 유지할 수 있는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상대가치점수의 변화를 환산지수 계약에 반영하는 ‘재정중립적 환산지수 인상률 자동산출 기전’을 도입하거나, 현 체계를 폐기하고 ‘환산지수계약 대신 고시가 수정방식을 도입’해 전체 총액 관리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외의 과제로는 비급여 관리 패러다임의 개편과 함께 실손보험의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실손보험의 보상이 불필요한 이용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기 때문에, 실손보험이 건강보험 법정 본인 부담액의 절반 이상을 지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정책연구원의 연구사업으로 시행했던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건강정책참여연구소 김준현 소장이 ‘보험자 관점에서 본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 과제’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김준현 소장은 행위별 수가제는 비용(진료량)과 연동해 상환금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진료량증가와 과잉투자의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행 체계에서 과잉 의료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제시된 대표적인 원인 3가지는 의사에 의한 과잉 진료, 의료 기관에 대한 불신, 실손보험이었다.

건강보험 진료수가 제도는 2001년에 수가고시제에서 수가계약제로 변경됐다. 자원사용량을 근거로 가격을 산출하고 수가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2021년 기준 전체 급여비 중 행위료, 약품비, 치료재료의 비중이 94.1%로, 이중 행위료가 6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김준형 소장은 행위료 가격은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점수당 단가), 종별 가산율을 곱한 값으로 산출되며, 상대가치점수 산출체계는 의료행위에 투여되는 자원소모량을 반영해 개별 점수를 부여하는 도입 목적과 다르게 행위 유형간 불균형 해소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환산지수 산출값 또한 상대가치점수와 연계되는 것이 아닌 환산지수 인상의 순위결정을 위한 근거로만 활용되고 있다며, 기존 지불제도에 부가적인 지불제도를 추가하거나, 묶음방식 지불제도 같은 대안적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제안했다.

또한 ▲원가 중심에서 가치 기반 방식으로의 점진적 전환, 단일 지불제도에서 벗어난 다변화된 지불제도 적용, 비급여 목록 정리 및 혼합진료 금지를 개편의 보험자 관점에서의 개편 과제 주요 원칙으로 제시했다. 특히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혼합하는 혼합진료 금지가 지불제도 개편의 실제적 효용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형 소장은 “보험자와 공급자의 위험분담 적정수준을 찾는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실행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지불제도 개편의 필요성과 보건의료가 당면한 여러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민주노총 이정훈 정책국장은 “건정심에 가보면, 환산지수가 힘의 관계나 협상에 따라 들쭉날쭉하게 적용된다. 이 부분이 계속될 경우에 재정문제를 넘어서 건보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이에 대한 책임을 환자나 가입자 뿐만 아니라 공급자들이 어떻게 책임지고 분담할지를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김윤정 정책차장은 “지불제도 행위별 수가 외에도 약품비나 치료재료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이 분명하지 않지만 사회적 요구로 급여화된 약에 대한 퇴출 기전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복합 유형별 협상에는 병원 종, 진료과 별로 차등 적용하고, 공공병원도 요양기관 계약자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조희흔 간사는 “행위별 수가제는 비용 유발적 제도로 이윤 추구나 악용되는 경우가 있고, 우리나라는 민간병원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재원을 제공하는 체제다 보니 자연스럽게 과잉진료가 유발된다.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등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국가가 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축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속가능성 제고라는 칼을 빼든 만큼 단순히 행위별 수가제를 보완하는 방식의 지불제도 개편이 아니라,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시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지탱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정형준 정책위원장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지불제도 개편이다. 또 혼합진료 부분을 어쨌든 해결해야 한다.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는 선에서 수가진료 개편을 해야 효과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며 “개인 부담 비용이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중요하고 동시에 의료질 하락이 없어야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불제도 개편과 국민직접의료비 절감, 적정진료 및 필수의료 살리기를 패키지로 의제화하고 선거공약이나 핵심 정책공약화 할 수 있는 정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강준 과장은 “초고령사회의 재정적, 사회적 지속가능성 해법을 고민하는 시발점으로 진료비 지불제도에 대한 논의가 나온 것 같다. 건강보험체계와 실손보험체계 문제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결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9월에 2차 건강보험종합계획을 세우도록 돼 있다. 공공정책수가의 발전과 함께 사후보상제도 같은 공급조정문제를 풀기 위한 수가를 검토하고 있다.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서 현재 행위별 수가제로 가능한지 고민이다. 미국 건강보험혁신센터 사례처럼,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혁신개정을 만들어 적합한 모델을 만드는 내용을 계획에 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준 과장은 “의료보험의 질, 비용효과성에 대한 부분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수가를 보완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제도 하나로 바뀔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실손보험 지출, 병상 증가 문제 등 올해 안에 많은 의료개혁 과제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과 소통하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