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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건보재정 위협하는 리베이트 발본색원해야

지난 8월 18일, 의약품 도매업체가 유령법인 설립을 통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신종수법으로 종합병원 3곳에 약 50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이 검찰수사결과 확인됐다.

불법 리베이트와 입찰담합 등으로 부풀려진 의약품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전가되고, 불필요한 과다 의약품 처방까지 이어져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누수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국민과 기업의 건강보험료 부담가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행 의료법(제23조의5), 약사법(제47조) 등은 의료인 리베이트 제공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지난 7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불법 리베이트 및 공직자 부패비리 특별단속’(2024년 9월~2025년 3월)을 통해 의료·의약분야 597명을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2010.11월에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거래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자와 수수한 자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한지 15년이 지났음에도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가 여전히 만연함을 보여주는 수사결과다.
 
최근 의료계의 불법 리베이트는 검경 등 수사당국의 제한된 인력으로 발생하는 수사 사각지대를 악용한 학술지원, 컨설팅 등 보다 우회적이고 진화된 방법을 통해 단속을 교묘히 피해 가고 있다. 

도매업체와 의료기관 사이에 또 하나의 유통과정으로 ‘간접납품업체(이하 간납업체)’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으며, 의료법상 1인 1개소 원칙(중복개설 금지)를 피하기 위해 의료인 가족 등 명의로 간납업체를 운영하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의약품 공급업체에는 납품가격 후려치기 등 횡포를 해 폭리의 중간마진을 취하고 의료인에게는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 사건도 2019년 유령회사 설립 이후 약 6여년만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으로 관련자의 공익제보가 없었더라면 영원히 묻혀 버렸을 것이다.  

2021년 보건경제정책학회의 분석(제네릭 의약품의 국가간 약가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주요선진국에 비춰 약 41∼54%이상 비싸다고 조사됐고 최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통계 2025’에서 우리나라 의약품비가 OECD회원국 평균보다 47%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대다수 보건의료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뿌리 깊은 의약품 리베이트의 근본원인을 왜곡된 약가제도와 유통구조라 지적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우리나라의 제네릭(복제의약품)약가는 리베이트만으로 막대한 이윤을 보장하는 구조이기에 비용이 드는 신약 개발보다는 리베이트 중심영업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2000년 의약분업 도입당시부터 고착화된 상품명처방 관행이 불법적 의약품리베이트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의약분업 당시 정부는 성분명 처방을 권장하되 의사회의 반발을 수용해 상품명 처방도 허용하는 절충안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2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품명처방 관행이 절대적(상품명처방율 99%)이다.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입찰제와 개별 약가협상 등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통한 약가인하 또는 참조가격제와 같은 가격 탄력적 제도 등 약가제도와 유통구조 개선이 근본적 해법이며, 동시에 해외의 의약분업 사례에서 대다수 선진 국가들이 시행하고 있거나 권장하고 있는 상품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의 대체조제가 활성화돼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인구수를 보유한 스페인의 경우 국제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을 통한 대체조제로 매년 2억유로(2017년기준, 대체조제율 53%)를 절감하고 있음을 미뤄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도 성분명처방을 통한 대체조제 도입시 연간 최소 5000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의약품 리베이트는 보건의료의 공정성과 신뢰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뿐만 아니라 △의료비 상승과 환자 부담가중 △건강보험 재정누수 초래 등 국민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행위이다. 

국민건강권 향상과 국민의료비 부담최소화를 사명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건강보험 재정을 위협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약가제도와 의약품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사전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전략을 수립해 뜻을 함께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와 공동전선을 펼칠 것이다. 

국민주권정부와 국회도 의약품 불법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법과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세계최고 수준의 의약품비용을 지불하는 국민들에게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로 인한 ‘검은 뒷돈’까지 더 이상 국민 부담으로 전가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국민 의료비부담을 가중시키고 건강보험제도 지속발전을 저해하는 의약품 리베이트, 선진국 수준의 약가제도와 유통구조 개선으로 발본색원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