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분류 코드체계의 미흡으로 입력 가능한 질병코드 중 환자의 질환과 가장 근접한 질병코드로 상해·외상을 뜻하는 ‘S코드’를 입력했다는 이유만으로 1차의료기관에 구상권을 무분별하게 건보공단이 청구하는 잘못됐다는 비판과 함께 시스템 등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7일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구상권 청구 남발에 대해 이의 제기 및 재발 방지와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민승기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은 지난 4월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회원이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발생한 혈종을 상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해 치료한 진료행위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공단부담 진료비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해 환수를 결정했다는 내용의 통보를 받게 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민 부회장은 우선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혈종 발생은 드물지만, 예상 가능한 합병증으로, 담당 진료의는 환자에게 적절한 처치와 이송을 한 것으로 추정되나, 전원을 받고 진료한 상급의료기관에서 진단명을 폭행 및 외상 등 상해에 준하는 ‘S코드’로 입력하면서 이번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건보공단에서 확인 절차 없이 체외충격파쇄석술을 시행했던 진료의가 있는 1차 의료기관에 상급의료기관의 신장 주위 혈종에 대한 진료비 구상을 청구하는 것은 정당한 의료 행위를 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합병증에 대해 단순히 ‘의사의 과실’ 또는 ‘업무상 과실 치상’을 적용해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무엇보다 민 부회장은 이번 사례를 비롯해 질병분류코드에서 S코드가 상해코드로 분류돼 건강보험공단에서 폭행사고 및 외상 등으로 간주해 해당 의료기관에 구상권 청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음을 꼬집었다.
특히 이번 일의 경우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강력하게 건강보험공단에 항의해 구상권 청구를 없던 일로 만들어 해결할 수 있었지만, 건보공단이 본부 외 각 지방별로 있는 지원(지부)마다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유사한 일들이 계속 재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민 부회장은 “이제는 이런 일이 제발 좀 재발이 안 됐으면 좋겠다”라고 호소했다.
김대희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총무이사도 단순히 ‘S코드’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1차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잘못을 끼쳤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이번 사례에서 진료를 담당했던 2차·3차 병원의 담당 의료진에게 확인한 결과, 환자에게 실제로 상해 등이 발생해서 ‘S코드’를 표기한 것이 아니라 질병분류코드 중 환자에게 나타난 질병 및 증상에 적합한 코드가 ‘S코드’ 밖에 없어 해당 코드를 기입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즉, 질병분류코드가 미흡해 고의성 및 실수 등이 없었음에도 환자에게 나타난 질병과 경과 등에 적합한 코드를 찾아 입력하다보니 ‘상해 및 외상’을 뜻하는 S코드 내 코드로 기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단순히 ‘S코드’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건보공단에서 구상권 타깃으로 삼게 되면 의료진들이 모든 진료에 있어서 ‘방어적 진료’로 갈 수밖에 없고, 이는 환자한테 불필요한 검사 실시 및 이로 인한 불필요한 진료시간이 늘어나는 등 환자에게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라면서 ‘S코드’ 기입 이유만으로 구상권을 청구하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질병 코드 미흡으로 발생하는 무분별한 구상권 청구 최소화 방안으로 코드 전산 입력 시 입력한 질병코드가 어떤 부류의 코드인지 재차 알려주는 ‘팝업’ 창을 띄우는 방향으로 질병 코드 입력 시스템 업데이트가 제안됐다.
문기혁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학술부회장은 “병원에서 진료보고 처방 넣을 때에 상병명을 넣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여성 환자에게 방광염 처방할 때에 ‘전립선 비대증’ 관련 코드를 기입하면 전산상에서 “성별과 맞지 않는 코드입니다”라는 문구가 뜨고, ‘매독’ 관련 코드를 기입할 경우에는 “법적성 성벽 감염병”이라는 팝업이 떠오른다고 경험담 및 질병코드 전산 시스템의 특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S코드’도 이처럼 S코드 입력 시 ”상해 코드입니다“라는 내용의 경고 문구 및 안내 팝업이 떠오르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질병코드체계 미흡 등으로 인해 건보공단에서 무차별적으로 구상권을 청구하고 이로 인해 적극적인 진료가 위축 및 방어적 진료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제언했다.
끝으로 의사회는 전공의 및 수련 담당 의료진, 2·3차 의료기관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체외충격파쇄석술 이후 발생한 신장 주위 혈종에 대한 치료 시 진단코드를 ‘S354(신장혈관의 손상’ 또는 ‘S3700(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없는 신장의 손상)’ 코드 등 대신 ‘N288(신장 및 요관의 기타 명시된 장애)’ 또는 ‘N200(신장결석)’ 코드 등 S코드 이외의 진단명 입력을 요청·당부했다.
이외에도 의사회는 전공의 충원과 관련해 전공의 부족 문제는 매년 적정 인원인 50명을 뽑지 못한 문제가 누적되면서 발생한 문제이므로, 증원보다는 인턴들을 비뇨의학과로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을 제기했다.
아울러 의사회에 따르면 인유두종바이러스(HPV)와 관련해 남성 난임 환자의 정액에서 HPV감염이 확인되고 있고, 해당 환자들로부터 기형 정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HPV감염이 영향을 주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환자들이 HPV백신 ‘가디실9’을 접종할 경우 정자의 운동성이 향상되고 기형 정자 수도 감소하는 논문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해당 연구 내용들이 공식적으로 가이드라인이나 교과서에서 언급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의사회는 이러한 연구결과들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저출산 난임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남성들을 대상으로 HPV 예방접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의사회에 따르면 마이코박테리움 내성균의 출현으로 대표적인 성전파성 질환의 원인 중 하나인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의 치료가 어려운 사례들이 감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021년 미국 CDC에서도 관련 표준진료지침을 개정한 바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부터 대한감염학회와 질병관리청이 ‘2022년도 성매개 감염병 진료지침’ 개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빠르면 오는 12월 ‘2022년도 성매개 감염병 진료지침’ 개정판이 정식 발표될 예정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이코플라스마 제니탈리움(Mycoplasma genitalium)에 대한 치료 방향이나 방침 등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