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제품 인허가 심사지원 예산과 임신중지 정보체계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8개 시민단체와 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시민의 관점으로 분석하는 2023 나라예산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참여연대,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공공운수노조, 나라살림연구소, 종교투명성센터, 환경운동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등 8개 시민단체와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을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이학영·윤건영·김주영·이수진 국회의원 등 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인허가 심사지원 ▲임상시험 안전기준 강화 ▲모자보건사업(성·생식건강 증진) 부문에 대한 예산 등에 대해 평가·지적했다.
먼저 건약은 의료제품의 인허가 심사지원과 관련한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건약에 따르면 2023년도 면허료 및 수수료(수입대체) 항목의 세입 예산은 265억 5100만 원으로 전년(2022년) 예산 398억 7900만원 대비 33.42% 감소했다.
이는 세출 예산 항목 중 인허가 심사지원 등(수입대체경비) 예산에 영향을 끼쳤는데, 2023년도 인허가 심사지원 등(수입대체경비) 예산은 214억 6100만 원으로 전년(2022년) 예산 219억400만원 대비 2.02% 삭감됐다.
건약은 이에 대해 “2020년 정부가 의약품 허가 심사료를 30%가량 인상했지만, 면허료 및 수수료 수입이 크게 증가하지 못해 매년 증가하던 인허가 심사지원 내년 예산이 삭감되는 것으로 이어졌다”라면서 “허가수수료 수입 내에서 심사인력을 운영하기에는 심사인력 증대가 힘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의료제품 심사인력의 부족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FDA의 심사인력은 8000명, ▲유럽 의약품청의 심사인력은 4000명 등에 달하지만, 우리나라의 의료제품 심사인력은 305명뿐이며, 의약품 관련 심사관은 250여 명 수준이고, 그중 의사 14명을 포함한 전문심사원은 188명에 불과해 심사관에게 과도한 업무가 쏟아져 심사관의 평균 근속연수는 3년에 불과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건약은 우리나라의 심사관 인력 예산이 허가심사 관련 수수료의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수수료의 수입이 적으면 그만큼 심사관의 증원이 어려운 구조로, 정부가 심사관 인력을 늘리겠다는 약속과 함께 작년부터 허가 심사료를 10% 높였음에도 실제 증원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고려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건약은 심사관 증원이 수년간 이뤄지지 못하는 동안에 의약품 안전관리 업무 영역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증거로 2018년 679건 수준이던 임상시험은 코로나19 기간 크게 늘어 2021년 842건까지 증가했으며, 2018년에는 12건에 불과했던 신약 성분도 2021년 28건까지 늘어난 점 등을 거론했다.
이외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20년 이래로 의약품 안전관리와 관련해 ▲개발의약품 정기적 안전성 정보보고(DSUR) ▲시판 후 정기적인 안전성 정보보고(PSUR) 등 새롭게 기업들이 보고하는 안전성 정보를 검토하기로 했으며, ‘첨단바이오의약품 맞춤형 관리 체계 구축’ 등 새로운 의약품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 구축에 필요한 인력도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건약은 “바이오헬스 관련 허가심사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며, 각종 허가 관련 규제 완화 조치로 신속심사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심사인력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라면서 “인허가 심사지원을 수입대체경비 초과지출을 통한 200억 원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코로나19 신속 개발하겠다고 마련된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을 이제 그만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건약은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예산과 관련해 “코로나19 의료제품의 신속한 개발 때문에 임상시험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경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라면서 코로나19 위험도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에 2023년에도 신속성을 핑계로 임상시험 안전관리를 통합 심사하는 방식의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상시험은 주로 실시기관 내에서 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임상시험 승인 전 단계의 심사뿐만 아니라, 승인 후 실시단계에서 수행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대상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러한 절차들은 개발사 입장에서는 각 기관에서 임상시험 진행 시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이 번거롭고 절차가 복잡해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을 요구하는 것”이라면서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은 임상시험 관리를 부실하게 만드는 행정편의적 정책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건약은 중앙심사위원회 운영에 대한 예산은 전면 삭감하고, 반대로 개발 중인 약에 대한 제약사들의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안전정보를 분석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2배 이상 인상하는 방향으로 예산을 운영할 것을 제언했다.
임신중지 정보체계 마련에 대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약은 “2020년 12월 31일 이후 낙태죄가 소멸되고 임신중지는 범죄로 다뤄지고 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임신중지를 원하는 사람들은 관련 정보가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관련 사업인 출산정책과의 모자보건사업에서 지원예산을 배정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임신중지를 원하더라도 신뢰있는 정보가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 자료를 얻기 힘들며, 임신중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기 힘듬에도 보건복지부가 그동안 임신중절에 대한 실태조사 연구 이외에 임신중지 관련 지원사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건약은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서비스를 요청하는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등 정보제공 체계를 마련해야 하고, 온라인을 통해 여성 재생산 건강과 관련한 상담 및 정보제공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기존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러브플랜사이트를 통한 정보제공사업을 확대해 임신중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고, 많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홍보 관련 예산을 10억원 증액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