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성착취’다”라는 제목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대표 조진경)와 국회여성아동인권포럼(대표 권인숙 의원)이 공동 주최한 정책토론회가 9월 5일 14시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단 주관으로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 의료지원 사례를 통해 성착취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알리고,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기 위해 열렸다.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은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을 직접 지원하면서 아동·청소년 피해지원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는 “저는 20년 동안 수많은 성매매·성착취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성매매는 성착취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며,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성매매는 성착취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2016년부터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의료지원을 한 내담자와 보호자의 동의 하에 의료 진료 기록과 진단명을 수집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성매매는 성착취라는 명백한 사실을 알리고, 국회와 정부부처, 지원기관이 어떻게 아동·청소년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할 수 있을지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십대여성인권센터 김주경 의료지원단장이 좌장을 맡고, 발제 후 토론의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십대여성인권센터 권주리 사무국장이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 사례를 중심으로 본 ‘성매매는 성착취다’”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진행했다.
권주리 사무국장은 “2021년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피해 아동·청소년을 직접 지원한 3,026건 중 의료지원은 69건으로 직접지원의 총 2.3% 정도이다. 이 중 산부인과가 22건, 정신건강의학과가 19건으로 총 의료지원의 66%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지원 중 발생한 어려움을 구체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소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중 보호자의 지시로 주치의와 상의없이 복약을 중단하기도 했고, 환자와 양육자 모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기도 했다. 성매매로 인한 임신이라는 이유로 해바라기센터와 병원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기도 했고, 진료 시 성매개 질환이 확인된 경우 병원에서 문란한 아이로 치부해 언어적·비언어적으로 비난을 받아 내원 거부(두려움)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권주리 사무국장은 성착취 문제에 대해 다양한 정부 기관의 협조를 구하며, “교육부는 성매매 예방교육을 제대로 확보하고 양육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해야 한다. 의료진에게도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교육 및 교육 매뉴얼을 제공해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낙인 없는 진료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들의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 건강보고서’ 발제가 이어졌다. 먼저 김희선 동국대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산부인과 진료 현황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김희선 교수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의료지원한 내담자는 118명이며, 16~20세 여성이 평균적으로 많은 분포를 보이고 있고, 최근 의료지원하는 내담자의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지원 내담자 118명 중 75명이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으며, 이중 HPV 감염자는 27명(36%), 고위험 HPV 검출자는 18명(24%)였다. 고위험 검출자 중 13명이 조직검사를 받았고, 1명은 원추절제술을 시행하고 1명은 원추절제술 권고를 받았다. 진료기록이 확인되지 않았거나 질병코드 수집에서 누락된 내담자를 감안하면 실제 HPV 감염률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HPV 감염은 바이러스가 성 접촉시 외음부 상피표면에 미세한 열상을 통해 침입하며 이뤄지는데, 사춘기의 자궁경부는 구조상 감염에 더욱 취약하다”며, “어린 나이에 성관계, 여러 명의 성교 상대, 이른 임신,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흡연 및 각종 성매개감염 또는 바이러스 감염이 자궁경부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러스 감염이 심각한 경우 자궁경부의 일부분을 도려내는 원추절제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사춘기의 원추절제술은 조산의 위험도를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무리하며 김 교수는 이 연구는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성착취 아동청소년의 건강상 피해 정도를 파악하고자 한 최초의 시도”라며, “비위생적이고 강압적인 환경에서 콘돔 사용도 없이 성행위를 유도하는 남성들로부터 아동·청소년이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에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지구덕 한서중앙병원 원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지구덕 원장은 “오늘 발표가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면 한다”며, “십대여성인권센터 의료지원 내담자 118명 중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진단을 받고, 치료한 내담자는 21명으로, 진료 후 각각 우울증, 불안장애, 급성스트레스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구덕 원장은 “우울감이나 무기력으로 나타나는 성인 우울증과 달리 청소년기는 짜증·신경질로 나타나, 사춘기적인 모습으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지속적인 기분 저하를 보이는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반짝 기분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는 비정형 우울증이 청소년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이번 내담 사례에서도 다양한 양상의 우울증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지구덕 원장은 특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문제를 강조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경우, 반복되는 외상을 경험하면서 마치 외상에 중독이라도 된 것 같은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에서는 외상의 경험이 재현될 때,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성폭력 가해자를 찾아 나서기도 하고, 과도한 의존성, 유기 불안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이 피해자를 문제아 또는 처벌 대상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기도 하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적 장애로 진단된 경우, 이전에 지적장애에 대한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으며,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피해를 받았다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조차 부재된 경우도 있었으며(가스라이팅), 담배와 같은 적은 대가를 받았다는 것으로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마무리하며 지 원장은 “아동·청소년기에 정신 건강과 관련된 문제를 겪는 것은 삶 전반에 걸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동·청소년기 내담자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관리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성착취 피해 아동·청소년을 실제로 돕기 위한 현재 진행 중인 정책 및 활동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선미화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경정은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센터의 운영이 인원부족 등으로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지만 최선이라고 생각, 안정화시키고 늘려가겠다”며, “서울 외 지방에서는 24시간 진료가능한 산부인과 찾기가 어렵다”는 문제를 제시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아동청소년 피해자에 대한 의료지원의 내용, 범위, 기간 등이 법으로 어떻게 규정되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해바라기센터가 실제 종사자 5~6명에 불과해 24시간 운영이라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예산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위원도 “성매매라는 용어 대신 성착취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 위기청소년 맞춤형 지원과 전국단위 의료지원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십대여성인권센터의 조진경 대표는 “2년 동안 의료지원 인력충원을 위해 힘쓰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규모와 인력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성매매를 성착취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피해자들이 2차, 3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지원 체계보다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이 먼저다. 아이들을 성중독으로 보는 것은 평생의 상처를 또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