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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모호한 보건의료 데이터 소유주체, 활용가치 높이려면?

“소유권 관점 아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관점에서 접근돼야”
기관 차원의 정합적인 ‘데이터 거버넌스’ 마련 필요 제시


보건의료 데이터의 2차적 활용과 제3자 제공 활용에 대비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건의료 데이터 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제언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이용간의 적절한 균형 마련의 필요성이 제시됐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은 10일 보건의료 데이터 소유권 및 권리보호 방향을 주제로 ‘제3차 보건의료데이터 혁신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현재 데이터3법 개정으로 데이터 활용을 위한 정책 여건이 마련되고 보건의료 데이터에 대한 개방·활용 요구도 증가하고 있으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생성·가공된 데이터의 소유권과 활용에 대한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현장에서 데이터 활용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보건의료 데이터는 공익적 이용과 경제적 활용도가 높아 자유로운 활용이 요구되지만, 환자의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비롯해 유전정보, 진단명과 치료이력 등 민감한 정보가 포함돼 있어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상황.

이와 관련해 계명대 법학과 황원재 교수는 데이터 소유권과 관련해 “보건의료 데이터가 개인의료정보라고 하지만 환자의 건강상태를 의료전문가가 자신의 지식과 정보를 결합해서 만들어낸 정보이기 때문에 환자의 인격적 요소도 포함되지만 동시에 의료전문가의 재산적 요소도 같이 결합된 형태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의 소유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누가 통제권을 갖는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하지만 의료법에는 의료인이 진료기록을 기록하고 서명하도록 되어 있고, 보존의무도 있다. 환자는 자신의 기록을 열람하거나 사본발급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의료법의 내용만을 살펴보면 데이터 통제권 자체를 의료인에게 부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인격적 요소가 많은 보건의료 데이터는 데이터 소유권론의 관점이 아닌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의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는 것.

나아가 보건의료 데이터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민감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강화될 수 있도록 정보주체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동의를 전제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의 조치가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연세의대 김광준 교수는 석유채굴과 정유회사에 빗대어 설명하기도 했다.

즉, 환자 데이터라는 석유를 의료기관이 채굴하고 이 데이터들을 의료전문가가 사용가능한 형태로 만들어낸 뒤 데이터를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게끔 인공지능 기업 등에게 제공함으로써 차에 주유하는 것처럼 최종결과물을 소비자가 구매하는 형태.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기업이 얻는 이득 일부를 세금으로 내고 국가는 그것을 건강발전기금이나 보험에 활용하는 구조라는 설명.

김 교수는 “다만 원유를 채굴할 때 들어가는 자본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병원에서도 데이터를 뽑아낼 때 MRI나 CT와 같은 의료기기와 의료 인력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것은 환자에게도 있지만 병원과 함께 소유될 것”이라며 “데이터 활용 과정에서 어떻게 소유권에 대한 문제를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할 때 데이터를 활용하는 당사자의 범위 내에서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 의료데이터를 타기관에 제공하거나 분석, 활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이나 책임소재 우려 때문에 보수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

이에 대해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연구센터 유소영 교수는 “관련 규정과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전문적이고 안전한 데이터의 활용을 위해 의료기관은 정보주체와 각 처리주체의 권리와 책무를 다루는 기관 차원의 정합적인 데이터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하며, 사회와 정부는 의료데이터의 비용·노력·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모델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유 교수는 “의료데이터 두고 생기는 분쟁이나 책임소재 처리방안 등을 조치하는 의료데이터 분쟁조정 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의료기관과 정보주체 보호를 위해 제공·공유한 데이터의 무단 이용·공개·판매, 부정경쟁 또는 영업이익 피해 등의 다양한 분쟁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건의료데이터 혁신포럼은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 등 정책 여건 변화에 따라 데이터 활용현장 의견을 지속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서 지난 4월 출범했다. 

지난 1차 포럼에서는 보건의료데이터·인공지능 활용 혁신 중장기 전략에 대해, 2차 포럼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데이터 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이 다양하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임근찬 한국보건의료정보원장은 “데이터 활용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데이터 권리주체에 대한 토론은 민감하지만 책임 있는 의료 데이터 활용을 위해 꼭 필요한 주제”라며 “앞으로도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치를 높이고 합리적인 데이터 활용을 위해 데이터 활용 현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