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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워크스루 장갑이 얼었다” 코로나19·한파 이중고 겪는 의료진들

이해경 교수 “경증환자→중증환자 시 이송 어려움”
실무적인 생활치료센터 운영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시

끊이지 않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발생하는 무증상·경증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하는 생활치료센터가 7일 기준 전국 59개소가 운영 중인 가운데, 매서운 한파까지 불어닥치며 파견 의료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날 밤사이 내린 폭설과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북극발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한반도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과 밀려드는 감염 환자들로 의료진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소재 소망교회 수양관에 250병상 규모로 마련된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에서 2주간의 의료지원을 마치고 돌아온 순천향대서울병원 이해경 교수는 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생활치료센터 운영 어려움과 현장의 고충 사항 등을 전했다.

소망교회 생활치료센터에는 의사(전문의·공보의) 4명, 간호사 15명으로 구성된 총 19명의 의료진들이 환자들을 돌봤다. 이들 중 대부분은 생활치료센터 운영지원 경험이 거의 처음이었다.

이해경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의료지원을 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으로 병상 수 대비 한참 부족한 의료진 수 문제와 중증환자의 이송 어려움 등을 꼽았다.

이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250병상에 비해서 의료진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했었다”며 “확진자의 급증으로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이 개선돼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이 있으신 분도 많이 오게 됐다. 그런 분들이 입소했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중증환자로 바뀌게 됐을 때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바로 전원 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이송의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 12월 20일 ‘수도권 긴급 의료대응 계획’을 발표하고 생활치료센터 입소 기준과 감염병 전담병원의 전원 기준을 개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병원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건강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65세 이상 환자는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생활치료센터 입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기준 개선 이후 고령환자이더라도 만성기저질환이 없거나 산소포화도가 90 미만으로 산소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아닌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할 수 있게 됐다.

이 교수는 또 생활치료센터 운영 중 강추위로 인해 생긴 어려웠던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이 교수는 “PCR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은 워크스루 형태로 검사를 실시했는데 워크스루에 설치된 장갑도 얼고, 알코올젤도 얼고, 소독티슈도 다 얼어버려서 다른 장소에 넣어놓고 써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며 “또 환자들이 혈압계로 혈압을 재고 산소포화도 장비를 쓴 뒤 완치 후 퇴소해서 장비들을 반납하면 저희가 그것들을 다 소독 처리하는데 그런 작업을 위한 공간도 없어서 추운 야외에서 소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눈으로 인해 도로 상황이 안 좋아지면 환자를 이송하는 데 문제도 있다”며 “119 구급대원 도착시간이 지체되거나 하는 문제도 있어서 환자를 의료기관으로 전원 보낼 때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 운영 가이드라인 마련과 경험 있는 의료인력 수급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에서 내려오는 생활치료센터 운영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저희가 현장에서 실무적으로 쓸 수 있는 가이드라인은 아직까지 부족하다”며 “다른 생활치료센터에 파견 나가 있는 의료진들을 통해 알음알음 배워서 센터 운영을 준비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생활치료센터라서 중증환자들이 많지는 않지만, 경증환자가 중증환자로 넘어가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 그에 따른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많다”며 “물론 경험 있는 의료진들은 계속 쌓여가겠지만 의료진 처우 개선과 함께 경험 있는 의료진을 계속 수급하는 게 지금 당장에서는 가장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생활치료센터 내 중환자가 생겼을 때 그동안은 다행히 전원 보낼 때 괜찮았지만, 꼭 지역 내뿐만 아니라 지자체 간 어느 정도 체계화된 이송시스템을 구축해 환자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졌을 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역당국은 의료진과 검사자 안전을 위해 7일부터 10일까지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 운영시간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단축하기로 했다. 기존 임시선별진료소는 평일 주말 구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했지만, 최근 극심한 한파가 지속되고 축적된 의료진 피로도 등을 고려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