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환자안전법이 제정된 이후 5년이 지난 올해 1월 환자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 가결 및 공표됨에 따라 7월 본격적으로 개정법률이 시행됐고, 내년 1월 30일부터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및 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환자안전법 개정 주요 내용으로는, 환자안전 정책 수립 시행을 위해 5년마다 실태조사 실시 및 결과를 공표하고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보건의료기관의 장 등에게 필요한 자료 요청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또 환자안전위원회 설치와 전담인력 배치 및 매년 보고방법 절차 등을 규정해 보고 미이행 또는 거짓보고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차원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장은 환자가 사망 또는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 사고 발생 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지체없이 보고하도록 됐고, 보고 미이행과 방해, 거짓보고서 제출 시에도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이효진 사무관은 2일 온라인으로 개최된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서 기대되는 점으로 “향후 계획으로는 2021년 실태조사 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실태조사를 실시, 2023년 상반기 조사결과 분석 및 이를 공표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발생 규모 및 유형 등에 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해 국가 차원의 정책 목표 설정 및 환자안전 개선 활동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주요 시책 등을 심의하는 국가환자안전위원회의 위원 수도 기존 15명에서 17명으로 확대된다. 이를 통해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해 의료기관 단체 및 노동계 소비자단체 등의 추천인, 환자안전에 관한 전문가, 복지부 공무원 등의 기존 15명 체제에서 대한약사회에서 추천한 사람 1명과 관계 중앙행정기관 소속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 1명을 추가로 위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의약문 전문가인 약사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또는 질병관리청 등 관련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의 참여로 국가환자안전위원회 심의의 전문성 및 심의 결과 반영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중앙환자안전센터로 지정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가 차원의 환자안전사고 데이터베이스 구축,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재발방지대책 마련, 환자안전활동 지원을 위한 지침 등이 개발 및 보급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5월부터 6개월간 예비사업이 시행된 바 있는 지역환자안전센터를 본격적으로 지정 및 운영해 환자안전사고 관련 교육과 환자안전사고 예방 및 홍보활동과 사고 보고 지원 등의 사업이 수행될 예정이다.
운영 공통기준으로 업무 수행을 위한 사무실을 마련하고, 1명 이상의 상근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의료기관 세부기준으로는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 및 운영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3명 이상 배치해야 한다. 이는 2021년 상반기에 사업계획 및 센터 선정공고가 이뤄질 예정이며, 하반기에 지역환자안전센터 사업에 착수한다.
이 사무관은 지역환자안전센터 설치로 기대되는 점에 대해 “중앙환자안전센터와 연계해 환자안전사고의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환자안전 네트워크 구축과 환자안전 활동 수행이 어려운 중소병원, 의원 및 약국 등에 환자안전 업무를 지원해 환자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한편, 환자안전위원회는 설치 시 10일 이내에 설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매년 환자안전위원회 구성 및 운영현황을 다음 해 1월 31일까지 보고해야 한다. 이는 환자안전 전담인력 현황 보고도 마찬가지다.
환자안전사고 보고서 서식 개선도 이뤄졌다. 위해 정도 및 사고 설명 여부 등의 항목이 신설됐고, 자율보고와 의무보고 보고서식은 동일하나, 의무보고 시 필수로 보고해야 하는 항목을 새로 설정했다. 이 사무관은 “이를 통해 환자안전사고의 다양한 발생원인과 양태 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유의미한 정보 도출 및 보고자료의 질적 향상을 통해 실효성 있는 환자안전사고 환류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범위는 ▲설명, 동의 내용과 다른 내용의 수술, 수혈, 전신마취로 사망,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진료 기록과 다른 의약품, 용량 또는 경로가 진료기록과 다르게 투여돼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다른 환자나 부위의 수술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신체적 폭력으로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신체적·정신적 손상을 입은 경우다.
이러한 신설 제도 도입에 대한 보건의료현장의 혼선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가이드라인 제작 및 보급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 사무관은 “올해 12월 내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또한 이를 안내하기 위해 온라인 권역별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내년 1월에는 지역환자안전센터 공고를 내고 1월 말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환자안전센터의 역할과 계획은?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중앙환자안전센터로의 기능과 역할 강화를 위해 환자안전법 개정에 따른 실태조사 계획 수립의 일환으로 환자안전활동의 성과평가 등을 포함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날 자리에서 중앙환자안전센터 백현지 팀장은 “환자안전법 개정에 따라 추가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되어 어떤 추가자료를 요청해서 실태조사 결과와 접목시켜 활용할 것인지 모두 포함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와 관련된 제반사항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안전 현장지원 운영체계를 더 강화해 운영하고,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한 의료기관들에서 유사한 사고들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원인을 분석하는 것을 지원할 것”이라며 “중앙환자안전센터는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대한 보고·관리시스템을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백 팀장은 “환자안전법이 제정된 이후에 2017년 환자안전사고 건수 8000건, 2018년 9000건, 2019년 1만 2000건의 보고가 접수됐다”며 “보고 건수가 급증할 수 있었던 것은 환자안전 문화가 형성되고 환자안전에 대한 인식도가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중앙환자안전센터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환자안전센터 구홍모 센터장도 아직 환자안전에 대한 명확한 의미가 정착되지 않고, 법과 제도는 완성형이 아니라며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개선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구 센터장은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겠지만, 이상적인 환자안전 방향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이 사실을 밝히고, 환자 보호자와 이야기하고 해결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올바른 환자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관련 법과 제도에서 많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보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시행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기 위해서 그가 강조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가 안전사고 해결 영역에 참여하는 부분을 넓히고, 지역환자안전센터의 고유의 역할을 살리는 방법이다.
구 센터장은 “환자안전종합계획을 시행하면서 느꼈던 부분은, 보건의료기관 대상으로 환자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많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환자와 보호자가 여기에 참여하는 부분은 적다고 생각했다. 환자와 보호자가 참여하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보건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센터에서도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현황에 대해 분석하고, 개별 의료기관들에 대한 환자안전 활동을 지원하고, 이 활동들이 실제 얼마나 병원을 운영하는 데 도움 되고 환자안전사고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실질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면 환자안전에 대한 의료기관과 병원장님들의 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환자안전이 그동안 언급이 잘 안 되다가 의료기관과 보건의료인들이 이를 자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했던 그동안의 활동과 조언을 쏟아냈던 시민단체 활동이 같이 어우러져서 지금 이 단계까지 왔다고 본다”며 “앞으로 중앙환자안전센터는 여러 일을 추진하겠지만, 결코 탁상공론적인 활동이 되지 않고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도움 되는 활동을 전개하겠다”고 피력했다.
◆환자안전법 개정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와 의료기관의 시선은?
환자안전법 개정을 두고 시민단체와 의료기관의 입장도 제시됐다. 대체로 둘 다 환자안전법 개정 자체는 긍정적으로 바라봤지만, 개선점은 있다는 데 더 방점을 뒀다.
먼저, 시민단체의 대표로 나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환자안전법 개정이 시행되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 입장에서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고 운을 떼며 “그럼에도 환자안전 사고 실태조사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야 제대로 기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실태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지금보다 앞으로 더 지속적으로 환자안전사고 실태조사에 신경 쓰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줘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 이사는 또 중대한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에 대해서 “실효성 담보가 조금 약한 측면이 있다”며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환자 보호자의 보고도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의무보고 제도는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게 맞지만, 환자 보호자가 안전사고를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환자단체가 지역환자안전센터 활동에 참여해 환자보호 측면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준비해 함께 참여하는 쪽으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끝으로 이 이사는 환자안전위원회 설치 및 위원회 구성원과 관련해 “처음 법을 제정했을 땐 외부 인원(시민단체 인원)이 위원회 구성원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지만, 반발과 논란이 있어 중간과정에서 빠지게 되었다. 이제는 들어가도 될 때가 됐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외부 인원이 들어간다면 더 객관적으로 (환자안전사고를) 바라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안전사고 방지는 환자와 보호자의 신뢰를 향상시키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부분 등 장기적으로 봤을 때 훨씬 도움이 되겠지만, 환자안전사고 의무보고 내용이 의료기관에서 중요하고 큰 변화로 부담되는 상황인 것만은 사실이다.
서울성모병원 PI팀 김소현 팀장은 대표적으로 우려되는 사항에 대해 “예를 들어, 처방과 다른 투약오류에 따른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경우도 있는데, 과연 이 약을 투였을 때 심각한 오류가 일어났는가를 판단할 때 분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며 “설명 동의 내용과 다른 수혈, 마취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설명 수준을 과연 어떻게 얼마나 설정해야 하는지도 고민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례집을 발간할 때 병원들의 다양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다 모아서 현실감 있는 사례집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또 의무보고가 꼭 재발이 방지되거나 유사한 사례들이 생기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을 거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그는 무엇보다 의료기관이 개선해야 하는 부분을 받아들이는 수용능력과 문제분석 능력 강화를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의료기관이 스스로 문제를 분석하고 받아들이는 역량이 될 때까지 중앙환자안전센터에서의 전폭적인 지원이 돼야 한다”며 “의무보고가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환자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고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그는 ▲비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문화 조성 ▲환자안전사고를 바라보는 병원 경영진들과의 토론하는 장 마련 ▲환자안전 전담인력 확충 및 교육 강화를 주문했다.
김 팀장은 “전문가가 환자안전사고 발생 시 문제를 분석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이 병원이 문제다’, ‘의료인의 문제다’라고 비난한다면, 의료인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굉장한 불안과 부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사회적인 여건과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결국 병원 경영진이 환자안전사고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 “큰 병원도 당장 잘 안 되는데, 100~200병상 종합병원들은 쉽지 않을 것 같고, 컨퍼런스나 토론도 물론 중요하지만, 병원 경영진들과 함께 교육받고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김 팀장은 “지금의 전담인력 수준 가지고는 그들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다”며 “필수인력의 증원이 법으로 강화되고, 조직 내 이직률을 줄이고 이를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