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년 가까이 이어져 온 코로나19가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다. 병원서비스의 변화도 그중 하나다.
의료기관들은 원내 감염 차단을 위해 출입 동선을 일원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확진자를 조기에 분리하고, ICT나 AI 등 각종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병원 구축에 경쟁하듯 뛰어들고 있다. 이는 정부의 스마트병원 육성 공식 선언에 힘입어 더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과연 코로나19 종식 이후 병원서비스의 혁신은 어떻게 이뤄지고, 또 어떤 모습일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서비스혁신단 임영이 단장은 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의료질향상학회 학술대회에서 앞으로의 병원 구조 및 서비스 제공체제는 감염과 비감염의 ‘투 트랙(Two-track)’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를 위한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의료 비효율 감소를 위해 병원의 스마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임영이 단장은 “코로나19로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두려워하는 심리가 커지면서 응급실을 찾는 경증 환자수가 줄어드는 효과는 있었으나, 감염병 발생 때마다 응급실 폐쇄 조치로 인해 감염병 환자 외 급성 심근경색 및 뇌졸중, 외상 같은 다른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치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국내 의료기관들은 신종 감염병 재유행에 대비해 응급실 및 외래 진입 전 서비스 제공체계 부분에서 감염과 비감염 ‘투 트랙’으로의 전환 시도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 단장은 또 호흡기 감염병 환자의 조기 발견을 위해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상설화 ▲병원 진입 전 자동 음압 제어 시설을 갖춘 ‘워킹스루 선별진료소’ 신축 ▲응급실 부속시설로 ‘음압격리병실’ 구축 등을 위한 병원들의 투자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밖에도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인력 확충과 구조 재배치 ▲재난상황에서도 필수 진료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응급실 폐쇄 표준지침 마련 논의 활성화 ▲열성 호흡기 외래센터 출입구 동선과 시설의 완전 분리 및 독립 운영 ▲병원 내 환자의 동선을 확인하고 혼동과 오류 방지를 위한 스마트 인식 시스템 도입 등 병원이 환자의 편의와 더불어 적극적으로 원내 감염 방지책을 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임 단장은 “병원별 앱을 통해 제공되는 예약접수, 검사결과 조회 등 일부 서비스를 확장해 병원 방문 전 감염병 위험 환자의 분류를 위해 AI 기반 챗봇 등을 활용한 방문자의 사전 선별 프로세스 기능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사전에 수집 동의한 증상과 개인정보에 따라 예약된 시간에 내원 후 별도 접수 등의 대면 절차 없이 진료실로 이동해 병원 내 접촉 최소화를 일상화하는 방안들이 고려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 단장은 또 의료기관들에서 기존 환자 흐름의 재평가 및 개선 노력과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 영역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임 단장은 “감염병 대응 기간 동안 손실된 의료수익 회복을 위해 의료기관은 인력 최적화, 비노동비용 관리, 약국 운영 개선, 운영 프로세스의 효율성 재평가 등에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19 이후 병원운영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하면서 빠른 방법으로 ‘환자 흐름’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즉, 복잡한 응급실 과밀화로 인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가속화됨으로 환자 흐름에 대한 재설계로 감염병 확산을 제한하고 필수의료서비스 기능을 유지하며, 감염병 대응 기간에도 병원 운영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것이다.
이는 비대면진료와도 연관 있는데, 임 단장은 대면진료가 필요한 유형과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유형 분류를 통해 또다시 팬데믹 상황에 닥쳤을 때 대면진료를 유지하되 필요에 의한 수요만 수용하고, 나머지 환자 및 의료진을 위한 선택적 의료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할 것을 제안했다.
임 단장은 “감염병의 유행이 주기화 되고 간격 또한 짧아짐에 따라 장기적으로 대면 접촉과 내원 환자의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병원의 진료 전 과정에서의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영역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의료 공간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치료장소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스마트화가 인적·물적 자원 활용 효율성을 높여 의료진의 불필요한 행정업무나 피로도를 덜고, 발생 가능한 문제를 사전에 예측하고 이를 방지하는 등 위기 상황 대처 능력을 향상시킬 것으로도 전망했다.
특히, 의료와 무관한 대민업무 및 서류발급 같은 단순 행정은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고, 음성인식 전자의무기록 시스템 도입으로 기록업무 부담을 낮추는 등 의료진의 환자 케어에 대한 집중도를 제고하고, 자율주행 운송수단 기능을 탑재한 로봇을 도입해 업무부담 경감으로 부족한 인력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끝으로 임 단장은 네트워크 기반의 포괄적 보건의료체계 구축과 미래 헬스케어로의 진화를 위한 방향을 단기적, 장기적, 미래의 세 가지로 나눠 제시했다.
임 단장은 단기적 방향으로 “병원의 감염병 대응과 상관없이 암 또는 심장질환 등과 같은 중증질환자에 대한 충분하고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를 통한 자원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권역별 국립대병원과 공공의료원 간 e-ICU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중증환자를 통합 모니터링해 중앙의 통제에 따라 위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의료시스템의 성공사례를 통해 스마트 의료서비스 제공의 확산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장기적 방향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의료의 보완을 위해 권역별 3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자 간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네트워크 내 1, 2차 의료기관 간 역할을 명확히 해 수요자의 합리적인 의료서비스의 선택이 가능한 환경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또한 권역 내 의료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권역별 의료 네트워크 간 연계시스템을 통해 감염병 등 위기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권역 간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중앙감염병원과 권역별 감염병센터의 통합 대응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특정 지역의 동시다발적 감염병 환자 발생과 중증환자의 급증 등으로 인한 권역 내 병원 병상자원 역량 초과에 대비하는 한편, 질병관리청과 같은 방역당국과의 유기적인 협력 대응체계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단장은 “그동안 스마트 헬스케어 구현이 대형병원 위주로 진행됐지만, 내년부터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정신병원까지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2021년부터 2025년 사이에 스마트의료기관 확산 정책이 중소병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연결된 헬스케어 조직의 감염병 등 의료데이터와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의료서비스 제공뿐 아니라, 백신과 치료제, 혁신적 의료서비스 개발을 위한 R&D, 개발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실증 생태계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