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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마련 “치료환경 개선 기대”

국내 3년·5년 생존율 56%, 46%…선진국 평균 이하
장혁재 교수 “치료성적 민망한 국내 현실 개선되길”


희귀난치성 질환인 ‘폐동맥 고혈압’의 진료지침이 새롭게 제정됐다. 이로 인해 단순화된 위험도 평가 기준이 마련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을 국내 보험체계에 반영해 적극적인 폐동맥 고혈압 치료가 가능하게 됐다.

28일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폐동맥 고혈압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서울스퀘어 베이징룸에서 개최했다.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으로, 점차적으로 폐혈관 저항이 증가하고 결과적으로 우심실 후부하가 증가돼 우심실 부전과 조기 사망이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많은 치료제의 개발과 치료 수준의 향상으로 최근에는 평균 생존기간이 9년 정도로 향상됐다. 하지만 5년 생존율에 있어선 유방암, 대장암, 위암보다 높지만 폐암보다는 조금 낮은, 여전히 중요한 질환으로 여겨진다.
 
발생률은 레지스트리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보통 인구 100만 명당 2~10명이며, 유병률은 같은 기준 15~60명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 추정 환자 수는 약 1500명으로 과거 초기 보고에는 특발성 폐동맥 고혈압이 30대 여성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최근 결과를 보면 환자의 평균 연령이 50~65세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호흡곤란 또는 숨 가쁨으로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을 하는 등 신체활동 시 빈번하게 나타난다. 그 외에도 만성피로감, 무력감, 전흉부통, 실신 등이 있다. 나아가 우심실 부전에 의한 말초부종과 복수가 발생할 수 있고 손과 발가락이 추위에 쉽게 차가워지고 파랗게 변색되는 ‘레이노드 현상’이 올 수 있다. 이는 교원성 혈관질환으로 발생한 경우 많이 나타난다.

주목할 점은, 처음에는 천식이나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영향으로 오진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아 호흡곤란이 발생하고도 평균 2.5년이 지난 후에야 진단을 받는다는 것. 이와 관련해 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는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평소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발병을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오진경험자가 많고 진단에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진단을 받고도 많은 돈이 들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기진단의 어려움으로 인해 진단 및 치료를 받지 못한 숨겨진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약 4500~6000명으로 추정된다. 

박 교수는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환자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지적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3년 생존율이 95%, 5년 생존율이 85%에 달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각각 56%, 46%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평균 3년 생존율이 85%인 것과 비교하면 평균 이하인 셈이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원인으로 ▲선진국에 비해 낮은 병합치료 비율 ▲12종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약이 있지만 상당히 고가라는 점 ▲치료 가이드라인인 표준진료지침 부재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대부분의 국가들이 2015년도에 마련된 유럽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에 근거해 기준을 마련했다”며 “왜 우리나라 국민들이 국내 기준이 아닌 해외 기준에 맞춰 따라야하나 의문이었다”며 한국형 폐동맥 고혈압 진료지침 마련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건강보험 적용기준이 중증도에 맞춰져 있어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병용이 어렵다는 점과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보험급여가 삭감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치료를 위해 추가적인 약재를 사용하기 위해선 조건이 까다롭다”며 “과학 기준에 모호하거나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삭감이 이뤄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의료진은 삭감 우려 때문에 보수적으로 약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지정된 폐동맥 고혈압 전문센터 의료진 판단에 따라 처방되는 약제를 보험제정으로 지급해주는 영국의 경우와 환자가 등록하면 치료나 약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일본의 경우를 함께 소개하며 “치료방법을 손에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에 의해 치료성적이 민망한 우리나라 현실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한국형 진료지침 제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번에 제정된 폐동맥 고혈압 한국형 진료지침은 기존 영국 진료지침 보다 단순화된 지표를 통해 포괄적인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위험도 평가가 가능하도록 개선됐고, 환자 개개인별 위험도 수준을 과소평가 하지 않고 적절한 치료시기에 평가를 통해 치료 전략을 결정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 초기 치료부터 2제 병용요법을 고려해야 하며, 초기 2제 치료 3~6개월 이후 환자가 저위험 상태에 도달하지 않으면 추가적인 병용요법을 실시해야 함을 권고하는 한국형 치료 알고리즘이 구성됐다.

한편, 현재 진료지침 제작이 완료된 상태이지만, 지침 검수단계가 지연되고 있어 외부적인 공개는 미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