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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약국 자살 예방 시범사업 즉시 중단하라"

근거 기반의 자살 예방 정책 추진해야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추진하는 '2018년도 민관자살 예방사업'과 관련하여 대한약사회는 오는 7월부터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빈곤계층 중심 노인 자살 예방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이하 단체)가 28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의사 · 환자 관계를 훼손하는 잘못된 약국 자살 예방 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약사회가 자살 예방에 동참하려 한다면, 게이트키퍼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약국 자살 예방사업에 대한 수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본 사업에 참여하는 약국에 상담료를 10회까지 지급하며, 약 1억 3천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했다.

단체는 "자살 예방에 비전문가 · 비의료인인 약사가 상담료 수가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55만 게이트키퍼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근무시간에 교육받는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 고위험군을 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연계하지 않고 10회까지 상담한다는 계획 역시 심각한 문제로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지부가 의사 · 환자 관계를 훼손할 잘못된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근거 기반의 자살 예방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단체는 "병 · 의원을 방문하고 처방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환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당신이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 상담하겠다는 것은 환자 인권을 침해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저해할 우려가 무척 심각하다."면서, "환자의 임상적 진단 · 상태가 어떠하고 어떤 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했는지 의사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근거 없는 자살 위험을 고지한다는 것은 의사 · 환자 관계를 해치고 환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어서 "더구나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마저 '자살위험약물'로 낙인찍어서 경계해야 할 위험한 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해 처방한 약물을 '자살위험약물'이라고 환자에게 고지하고 정부에 상담료를 청구하겠다는 약사회의 시범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오히려 의사 · 약사의 협력을 방해하는 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13년간 OECD 1위였던 높은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근거 기반의 자살 예방 정책은 반드시 정책적 의지를 갖추고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발표한 공동 성명서 전문이다.

"의사환자관계를 훼손하는 잘못된 약국 자살예방시범사업을 즉시 중단하라"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의 '2018년도 민관자살예방사업'에 지원하여 7월부터 약국 250여 곳이 참여하는 빈곤계층 중심 노인자살예방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역 약국에서 약학정보원이 만든 소위 '자살위험약물'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서 환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자살위험을 고지하며, 참여 활성화를 위해 협력 약국에 상담료 지급 등 인센티브까지 제공한다고 한다. 

자살위험자는 대부분 자살시도에 이르기전 주변에 자살의 경고신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약사 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주위에 있는 사람이 자살의 경고증상이 있다면 낌새가 있다면 바로 도움을 주어야함은 당연하다. 즉, 누구라도 자살 위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인도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약국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수면제로 음독자살을 기도하는 환자들이 지금도 수없이 응급실을 방문하고 있는 현상황에, 약사회가 직접 게이트키퍼 교육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한다면, 이는 되려 환영할만한 일이며 심지어 다소 늦은 감이 있는 일이다. 그러나, 부적절한 개입은 반대로 올바른 치료를 방해하게 될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채택한 대한약사회의 사업계획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동참하려 한다면,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여야한다. 
 
약사회에서 표현한 '게이트키퍼'는 자살의 경고증상 발견과 연계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은 공무원, 교사, 경찰, 의료인 등이 주변의 자살고위험군을 발견하여 전문서비스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55만 명 이상의 국민이 여기에 참여하며, 묵묵히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언론에 보도된바에 따르면, 약사회 정책위원장은 이번 약국자살예방사업을 '블루오션'이라고 표현하고 이에 대한 수가화를 추진하겠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시범사업에서부터 사업에 참여하는 약국들에 상담료를 10회까지 지급하며 약 1억 3000여만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하였다.

약사회가 자살이라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진정성 없이 수익모델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동참하고 싶다면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해야한다. 

자살예방에 비전문가이자 비의료인인 약사들이 상담료 수가의 책정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히 55만 게이트키퍼에 대한 모독일 것이다. 또한 근무시간에 교육을 받는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자살고위험군을 즉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치료기관으로 연계하지 않고 10회까지 상담한다는 계획 역시 심각한 문제로 즉각 중단되어야할 것이다. 

2. 보건복지부는 의사환자관계를 훼손할 잘못된 시범사업을 철회하고 근거기반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라.

약사회의 게이트키퍼 사업이 사업의 원래 주제였던 영구임대단지 빈곤층 노인자살예방사업에 얼마나 적합한지는 역시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지만, 선진국에서 약사회가 자살예방에 참여하는 것은 게이트키퍼 교육을 받고 자살고위험군의 조기경고 증상을 발견하면 환자에게 자살예방상담전화, 치료기관 등 도움을 구할 정보를 알려주거나 주치의에게 연락하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협력이라면 의료인도 환영할만한 일이다. 

병의원을 방문하고 처방을 받기 위해 약국을 방문한 환자에게 개방된 공간에서 당신이 자살위험약물을 복용하고 있다고 고지하고 동의를 받아 상담을 하겠다는 것은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저해할 우려가 무척 심각하다. 환자의 임상적 진단과 상태가 어떠하고 어떤 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하였는지 의사의 의도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그것도 근거 없는 자살위험을 고지한다는 것은 의사환자관계를 해치고 환자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더구나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마저 '자살위험약물'로 낙인 찍어서 경계해야 할 위험한 약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환자를 위해 최선의 선택으로 판단하여 처방한 약물을 '자살위험약물'이라고 환자에게 고지하고 정부에 상담료를 청구하겠다는 약사회의 시범사업이 이대로 진행된다면, 의료인이 어떤 협력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의사와 약사의 협력을 방해하는 사업이 될 수 밖에 없다. 

13년간 OECD 1위였던 높은 한국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근거기반의 자살예방정책은 반드시 정책적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 되어야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올해 1월 국가자살예방행동계획과 이후의 민관협의회 창립 등을 적극적으로 환영하며 참여해왔다. 그러나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서는 그 효과와 사회적 기여가 검증된 근거기반의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해 정신건강의학 분야는 물론이요 관련된 여러 전문 분야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을 다해 대책을 마련하고 실천하고 있다. 자살 예방을 위한 국민들의 관심은 높을수록 좋다. 그러나, 이 관심은 생명을 지키기 위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야만 한다. 대한약사회의 이번 사업은 기존 전문가들의 헌신과 노고에 편승하여 무분별하게 자신들의 영역 확장으로 보는 잘못된 의도를 넘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줄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오히려 의약사간의 긍정적인 협력을 방해하는 시범사업이 될 것이다. 국민의 정신건강, 특히 자살 문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 면밀히 대책을 세워 민관이 협력하여 실천해야 할 중차대한 문제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사환자관계만 훼손할 수 있는 무모한 시범사업을 즉시 철회할 것을 엄중히 촉구하는 바이다. 
 
2018. 6. 28.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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